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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IPEF 동참으로 한미 '기술동맹'까지...전환점 맞은 통상외교전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5.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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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통상외교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특히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자간 FTA로 전환되는 등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무역질서의 재편이 움트는 시기에는 주도권 선점이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 주도로 2019년 본격 출범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11개국)은 한국이 통상외교에서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는 부문이다. 당초 한국은 CPTPP 모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가 미국 주도하에 시작되고 2013년 일본이 선제적으로 참여를 결정한 뒤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한중 FTA 등에 집중하느라 합류할 기회를 놓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 결정으로 미국이 복귀하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9월 중국까지 가입을 신청하자 전임 정부에서는 뒤늦게 신청을 의결했고, 2년 넘게 걸리는 정식가입의 공은 윤석열 정부로 넘어왔다. 왕복 티켓(양자 FTA)과 자유환승 티켓(TPP)의 차이를 간과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는 메가 FTA에 참여할 타이밍을 놓친 후과는 컸다.

현재 전대미문의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장기 파고로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30년 세계화의 분업체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폭발하고 '세계의 공장' 중국의 방역봉쇄까지 확대되면서 서플라이 체인 왜곡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21일 첫 한미정상회담을 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21일 첫 한미정상회담을 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세계화의 효율성은 특정 국가의 공급독점을 고착화시켜 지구촌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이 복잡해지는 만큼 양자 FTA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거대 경제권을 아우르는 통상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현재 세계적인 이슈인 공급망 문제에서는 다자 자유무역 블록 내에서의 합의된 공급 분산과 안정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통상 패러다임을 선도할 ‘공급망 동맹’을 구축하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2박3일간 한국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처음 대좌하는 한미정상회담(21일)을 계기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동참을 선언하게 되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8일 한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각종 글로벌 도전 요인을 함께 헤쳐 나가는 포괄적 전략 공조를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의 IPEF 참여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오는 24일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 아래 일본서 열리는 IPEF 출범 선언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방한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 유대를 심화하기 위해 경제적 관여와 교역의 새로운 모델을 필요로 한다면서 “예전 모델은 공급망이나 부패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만큼 경제와 관련한 새로운 시도가 절실하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차장은 "그동안 이어져온 군사동맹을 FTA를 통해 경제동맹으로 확산한 데 이어 이번 회담에서는 한미 기술동맹이 추가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한국은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창출의 스탠더드를 제시하고 다른 나라를 추가로 초대하며 IPEF에서 우리 국익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기술동맹’ 시대를 여는 상징적인 행보로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날 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반도체의 메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하게 된다. 취임 이후 미래 먹거리의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해온 반도체를 포함해 공급망 문제에서 한국과의 공조 강화를 위해 '반도체 동반자 관계'부터 공고히 다지기 위한 방문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주재 반도체 공급망 대책회의에 삼성전자를 초청하기도 했고, 삼성은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안보‘에 방점을 찍고 신속하게 공식화한 IPEF 동참을 통해 한미 동맹은 기존 군사·안보동맹에서 경제·기술동맹으로 한층 업그레이되는 전환점을 맞게 되는 것이다.

IPEF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IPEF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IPEF는 아시아·태평양 권역에서 경제적 영토를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제안한 협의체다. 중국이 지구촌 GDP의 30%를 점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으로 10년 논의 끝에 올해 발효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한국 등 15개국)’을 주도한 데 이어 CPTPP 가입까지 추진하는 데 대한 '반중 연대' 성격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로선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 회원국 중에서는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의 참여가 예상된다.

IPEF는 상품과 서비스 시장 개방을 목표로 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나 CPTPP, RCEP 등 기존의 다자 무역협정과 달리 디지털·공급망·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미래 통상 어젠다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 경제 협력체다. 강력하고 안전한 공급망 구축을 비롯해 높은 수준의 노동·환경 기준에 부합한 무역의 발전, 디지털 경제와 국제 데이터 유통 관리 등을 목표로 한다.

김 차장은 "미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각자 산업구조는 다르지만 국제적 첨단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이 각자 따로 경쟁하는 것보다는 서로 기술개발, 투자, 시장을 함께 개척하면 각 나라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효과를 볼 수 있지 않겠냐 해 시작한 협의체"라고 IPEF를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19일 'IPEF 설명자료'를 내고 한국의 IPEF 참여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통상 환경은 '효율성'에서 '회복력'으로 중심축이 이동했다”며 “관세 인하를 통한 시장개방을 넘어 기후변화·공급망·팬데믹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회복력 강화가 핵심 이슈로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청정에너지·핵심광물 등 역내 공급망 협력 증진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윤석열 정부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공급망 동맹’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첫 통상외교의 서막을 열게 됐지만 중국이 주장하는 ‘공급망 배제론’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날 찾게 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날 찾게 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논평을 통해 “IPEF는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IPEF가 명목상 포괄적 경제협력체를 표방하지만 중국을 전략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중국의 시각이 반영된 논조로 풀이된다.

김 차장은 "서비스 시장과 투자 촉진 문제뿐 아니라 민감한 공급망을 서로 원활하게 하는 시장 개방도 중국과 함께 논의한다는 점에서 IPEF를 단순한 강대국끼리 공급망 디커플링, 적대적 디커플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IPEF 참여가 중국을 배척하지 않는다면서 중국과는 한중 FTA 후속 협정을 논의 중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은 공급망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일종의 동맹 체제가 필요하다"고 '공급망 동맹'이라는 개념으로 IPEF를 설명하면서 "절대 중국을 소외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IPEF가 중국 견제 목적이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도 산업부는 "IPEF는 포용성과 개방성을 강조하고 있고, 정부도 역내 번영을 위해 IPEF가 포용적이고 열려있는 경제협력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산업강국이 미국과 최초로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으로 ‘게임체인저’란 평가를 받는 한미 FTA 체결 10주년이다. 현재 58개국과 18개 FTA를 체결한 한국이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통상질서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행보를 보였던 전임 정부의 외교전략과는 달리 미국과의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경제안보‘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신속하게 첫발을 내디딘 IPEF에서 주도권을 쥐고 또 지각시동을 건 CPTPP에서 가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탑티어의 제조업을 자랑하는 한국 산업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외교전략도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력이 높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인공지능 등 미래전략산업에서 비중과 역할이 날로 커지는 한국이 빠져서는 다자 협력 플랫폼이든 경제블록이든 역내에서 실질적인 ’네트워크 효과‘가 생길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줘야 미중 기술패권전쟁에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블록‘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통상외교전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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