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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쯤이야”…2030이 골프에 빠진 이유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2.06.2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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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천옥현 기자] 놀라운 일이다. 20, 30대가 돈이 어디서 나서 골프를 친단 말인가. 골프란 자고로 나이 지긋한 중산층이나 기업 임원들이 하는 스포츠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최근에는 골프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2019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골프 업종에서 발생한 카드 매출액을 △업종(골프경기장·골프연습장·스크린골프) △성별 △연령대별(20·30·40·50·60대 이상)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골프 관련 업종 매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평균 18.1%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두드러진 매출 성장세를 보인 곳은 스크린골프였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스크린골프 관련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7.6% 성장했다. 골프경기장은 14.6%, 골프연습장 매출은 13.4% 늘어났다.

연령대별로는 2030세대 수요가 증가했다. 20, 30대 남성의 스크린골프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0.2%, 같은 연령대의 여성은 102.5%나 증가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 사이에서 골프가 유행처럼 번지게 된 걸까?

인스타그램에 골프를 검색할 경우 나오는 사진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골프를 검색할 경우 나오는 사진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 골프와 인스타그램의 상관관계

“주변에 골프 친다는 2030이 정말 많다. 요즘 인스타 보면 죄다 골프 사진이다. 진짜 다들 돈을 많이 버는 건지. 순수하게 재밌어서 치는 건지 모르겠다.”

30대 초반 A씨가 기자에게 토로한 말이다. 기자 주변에도 골프를 하는 사람들이 속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재밌게 꼬집은 콘텐츠가 있다.

구독자 90만여명을 보유한 유명 유튜버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는 이런 현상을 인정 욕구와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의 특수성이 합쳐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콘텐츠를 분류하고 ‘허세 피라미드’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골프는 일정 수준의 경제력이 없으면 접근이 어려운 가구, 인테리어, 집 등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한 번 필드에 나가면 인스타그램에 올릴 일주일 치 게시물이 해결되는 콘텐츠라는 것.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골프’를 검색하면 초록색의 광경이 펼쳐진다. 대부분 2030세대가 필드나 스크린 연습장에서 개인샷이나 단체샷을 찍은 사진이다. 비슷한 류의 게시글엔 ‘골린이’, ‘골프웨어’, ‘라운딩’, ‘골프연습’ 등의 태그가 달린다.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를 반영한다면, 그에 따른 장비도 중요하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등산갈 때 한결같이 아웃도어 의류를 입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최근 2030세대를 타겟으로 나오는 여성 골프웨어들은 민소매 원피스, 플리츠 스커트와 같이 색이 화려하고 시각적으로 슬림해보이는 효과를 준다. 이런 옷들은 몸매를 과시하고 인증샷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2030 사이에서 골프는 단순히 스포츠의 영역만은 아닐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유명 유튜버가 허세 피라미드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사진=유튜브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 채널 캡처]
유명 유튜버가 허세 피라미드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사진=유튜브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 채널 캡처]

# 2030세대 소비성향의 변화

그래 보여주는 거 좋다 치자. 그렇다면 요즘 20, 30대들은 무슨 돈들이 그렇게 많아서 골프를 하는 걸까?

돈이 많아서 골프를 한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청년층과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기성세대는 집을 사는데 청춘을 바쳤던 세대다. 그러나 집값 상승에 따라 ‘내 집 마련’은 점점 어려워졌다. 그래서 현재의 2030은 부동산을 목표로 돈을 모으는 대신 현재를 위한 소비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일까? 요즘 청년층은 기성세대에 비해 미래보다는 현재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돈이나 시간을 쓰는 걸 아끼지 않는다. 골프와 명품, 호캉스는 모두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 요즘 청년들이 현실의 퍽퍽함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작은 유희인 것이다.

여기에 골프가 급성장하게 된 이유로 코로나19의 확산도 빠질 수 없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청년층이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콧바람을 쐬면서도 거리두기가 가능한 골프로 시선을 옮겼다는 분석이다.

골프장에 간 심슨 [사진=더 심슨 페이스북 영상 캡처]
골프장에 간 심슨 [사진=더 심슨 페이스북 영상 캡처]

# 스크린골프의 접근성 향상

그런 상황에서 골프 연습에 대한 접근성은 한층 더 좋아졌다. 국세청 100대 업종 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실내스크린 골프점 사업자 수는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골프연습장을 갖춘 아파트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단지 내 골프연습장을 갖춘 신규 분양 아파트도 증가하고 있다.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경쟁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스크린골프장의 경우 평균 가격은 1만5000원에서 2만원으로 지역별로 다양하지만 1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경쟁력을 내세우는 업체들도 있다. 스크린골프에 소요되는 비용은 레슨비까지 포함하면 월 기준 30만원에서 50만원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골프가 다른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비싼 수준은 아니다. 지역이나 센터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을 때 가격은 월 기준 50만원 정도다. 다이어트짐, 개인 필라테스, 크로스핏, 테니스 등의 운동도 월 기준 20만원부터 가격이 형성돼 있다.

얼마전 스크린골프를 시작했다는 30대 D씨는 “골프가 비싼 운동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다른 운동과 비교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며 “필드 나가는 비용도 저렴하면 5~6만원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정도쯤이면 미리 배워둘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스크린골프장 [사진=골프존 홈페이지 캡처]
스크린골프장 [사진=골프존 홈페이지 캡처]

# 골프 트렌드가 불편한 사람들

하지만 골프에 입문하는 2030세대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어려움은 이렇다. 골프를 20년간 쳤다는 50대 A씨는 “젊은 분들 중 간혹 너무 오래 찍는 분들이 있다. 뒤에서 기다리다가 못참고 20년 만에 처음으로 필드에서 빨리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골프장에서 사진을 과하게 찍는 사람들 때문에 게임 진행이 느리단 민원이 종종 있다는 후문이다.

또 골프 인구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골프장 코스 사용료(그린피), 골프용품, 골프웨어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갔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전국 대중제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5월 평균 17만3500원, 토요일 그린피는 22만1100원으로 나타났다. 2년 전과 비교해 29.3%, 22% 상승한 가격이다. 그리고 이 인상률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의 10년치 주중 그린피 인상률 32.4%, 21.9%와 비교해도 견줄만한 수준이다. 그만큼 급격하게 올랐다는 의미다.

2030세대가 골프를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게 어떤 이유든 타인의 소비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렵다. 다만 남에게 휩쓸려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인지하고 소비하는 태도는 2030세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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