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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10년이나 되감긴 고물가 시계...역대 위기때 '정점·안정화 기간' 견줘보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7.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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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고물가 시계가 불과 한 달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절로 10년이나 되감겼다. 지난 5월 14년 만에 5%대(전년 동월 대비 5.4%)에 도달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는 6.0%로 치솟으면서 24년 전 물가 쇼크 수준까지 회귀한 것이다. 그만큼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등으로 글로벌 에너지·원자재·곡물 가격 급등이 불러온 고물가 기조가 한국 경제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파고가 계속 밀려드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도 일상회복의 영향으로 외식 물가가 30년 만에 가장 높은 8%대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개인서비스 물가까지 상방 압력을 높이고 있어 고물가가 언제 정점을 찍을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8.22, 2020년 100 기준)는 국제 에너지·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6.0%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경유는 1년 전보다 50.7%이 급등하고 휘발유(31.4%), 등유(72.1%), 자동차용 LPG(29.1%) 등 다른 석유류도 높은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경유는 1년 전보다 50.7%이 급등하고 휘발유(31.4%), 등유(72.1%), 자동차용 LPG(29.1%) 등 다른 석유류도 높은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5.4%를 찍으며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상승률은 불과 한 달새 1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갔다.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환란의 격랑 속에서 환율 급등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광속적으로 소비자물가가 앙등했던 시기로 돌아갈 정도로 고물가 상황이 심각해진 것이다.

물가 상승은 석유를 비롯한 공업제품(9.3%)과 개인서비스(5.8%)가 견인했는데, 두 품목의 물가 기여도는 각각 3.24%포인트(p), 1.78%p다. 이들의 비중은 5.0%가량으로 전체 상승률의 83.3%를 차지했다. 특히 개인서비스 중에서 외식 물가는 8.0% 급등, 1992년 10월(8.8%)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물가 기여도도 1.01%p로 5월(0.94%p)보다 높아졌다.

여기에 그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농산물(1.6%)마저 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물가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됐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상품(4.0%)과 서비스(2.0%)의 6개 세부 품목까지 모두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다.

구매빈도가 높은 품목 위주로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7.4% 상승, 1998년 11월(10.4%)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의 기조적 추세를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4%로 2009년 3월(4.5%)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3.9%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렇게 24년 전 환란의 악몽까지 불러낸 물가 앙등은 국민의 ‘고통’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국민고통지수(misery index)‘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이 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해 구하는데, 한경연이 확장실업률을 적용해 2015년부터 분기별로 산출해온 이후 올해 1분기에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국민고통지수는 코로나19 방역 빗장이 강화된 지난해 1분기 10.5까지 치솟았지만 국제 원자재가격발 물가 압력이 심화된 올해 1분기 10.6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산출 기간 평균치 7.7의 1.4배 수준이다.

국민고통지수 추이 [자료=전경련 제공]

또한 한경연은 국민고통지수를 기초로 이 지수 상승이 민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 볼 때 전년 동기 대비 국민고통지수 증가율이 1%p 오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0.13%p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오르면 가계의 구매 여력도 위축된다는 것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민고통지수가 높아지면 소비 위축 등 경제 악영향으로 실업이 증가해 지수가 다시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같은 고물가 기조가 언제 피크아웃(정점 통과)으로 국민 고통 수준을 낮출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여전히 변동성을 키우고 통상 물가에 취약한 여름 폭염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7월부터 적용된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대내외 변수가 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국제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당분간 어려운 물가 여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소비자물가가 앞으로도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 확대, 전기료·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환율·고금리와 함께 '3중고'의 복합위기를 불러온 2022년 고물가의 문제는 속도와 정점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KBS프로그램에 나와 "6~8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어서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상당 기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대로 6% 돌파가 현실화된 만큼 경제·통화당국의 상승세 유지론으로는 7%대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7.5%에서 출발해 5월 8.6%까지 40여년 만에 최악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는 미국의 정점론도 확실하지 않은 것처럼 올여름까지 지켜봐야 추세 변화의 조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상승 속도부터가 워낙 가파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3.6%로 시작해 2월 3.7%를 기록한 뒤 3월 4.1%, 4월 4.8%, 5월 5.4%, 6월 6.0%로 계단식으로 로킷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올해 상반기 평균 0.65%로 고공행진을 보였는데, 지난해 상반기의 평균 상승률(0.28%)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는 정점을 찍을 때까지 2배 수준에 다다른 기간을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때와 견줘보면 역대급 상승세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2007년 8월 2.0%에서 11개월이 걸려 2008년 7월 5.9%로 정점을 찍었다. IMF 환란 때는 1997년 중 3~4%대를 보이다 12월 6.6%로 급상승하더니 이듬해 1월 8.3%를 거쳐 2월 역대 최대치인 9.5%를 찍었으니 3개월 만에 광속 상승이었다.

이번에는 지난해 9월 2.4%에서 피크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2.5배 수준까지 치솟는데 9개월이 걸렸다.

그렇다면 역대급 고물가 사태가 안정화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렸을까.

2008년엔 피크아웃 석 달 만인 10월에 4%대로 낮아진 뒤 이듬해 3월 3%대 진입을 거쳐 6월 한국은행의 관리목표 수준인 2.0%로 안정화되기까지 11개월이 걸렸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정점을 찍은 두 달 뒤인 4월 8%대, 6월 7%대, 8월 6%대에 차례로 진입하면서 계단식으로 내려온 뒤 12월 4.0%를 찍고나서 이듬해 1월 1.5%까지 낮아졌다. 역시 11개월 만에 한은 가이드라인 아래 수준으로 안정화됐다.

이처럼 피크아웃 2~3개월 뒤에 물가 상승률이 한 단계 아래로 내려선 전례로 볼 때 올해 고물가 사태 역시 정점을 확인한 뒤에도 한동안 고물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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