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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 고비 넘긴 현대차, 전기차 승부수 통할까?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7.2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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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울산 투자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20일 현대차 임금·단체 협상(임단협)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 얘기처럼 현대차 노조 무분규 타결이 반전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투표자 3만9125명 가운데 2만4225명(61.9%)이 찬성·가결했다고 밝혔다. 무분규 타결은 무파업으로 완전 타결을 끌어낸 것인데,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은 현대차 노사 역사상 처음이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19일 노조 사무실에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노조 제공]
현대자동차 노조가 19일 노조 사무실에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노조 제공]

현대차 노사는 지난 12일 제15차 교섭에서 올해 임단협 관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주요 내용엔 △경영성과급 200%+400만원 △기본급 4.3% 인상(9만8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미래차 산업 변화 대응 특별 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 달성 격려금 100% 등이 포함됐다.

사측이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에 대해서 “불합리한 요구는 수용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했고, 연구직과 기술직 간 잡음으로 인해 임단협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견을 좁히는 방향으로 마무리했다.

노사 갈등이란 최대 암초를 넘은 현대차는 대박 실적을 예고했다.

이전까지 상황은 좋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반도체 등 부품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기란 어려웠다. 차량을 소비자에게 인도하기까지 보통 6~8개월, 길게는 1년 넘게 걸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인플레이션이 겹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타격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1일 현대차가 발표한 연결재무제표기준영업(잠정)실적(공정공시)에 따르면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이익은 2조9797억원으로 1분기 실적 1조9289억원보다 54.5%, 전년 동기 실적 1조8860억원보다 58.0%나 급증했다.

대박 실적 주요인 중 하나는 미국 시장 인센티브 감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올해 2분기 미국 딜러들에게 제공한 인센티브는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감소했다. 통상 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을 땐 인센티브 지급이 늘어나고, 잘 팔릴 땐 인센티브가 줄어든다. 그동안 현대차는 미국 내 딜러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는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로 자동차 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변하면서 판매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지급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인센티브 급감엔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진 현대차그룹 위상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최근 그룹 체질 개선으로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해석이다. 쉽게 말해 현대차를 웃돈까지 주고 구입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판매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지급 자체가 많이 축소된 셈이다.

여기에 지난 15일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달러당 1325원)도 현대차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서 환율 상승에 따른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도약을 준비하는 현대차에 방점을 찍어줄 게 필요했다. 그리고 현대차는 전기차를 승부수로 던지는 결단을 내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2월 시장조사업체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2021년 전기차 판매 실적 및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순수 전기차 판매는 471만7728대로 점유율 5.8%를 기록했다. 시장 1위는 테슬라로 92만1642대를 팔았다. 현대차는 24만500대를 판매, 65%의 성장률을 보이며 뚜렷한 성장세를 거듭하는 중이다. 심지어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5일 낸 ‘미안해요 일론 머스크, 현대차가 조용히 전기차 시장을 지배중입니다(Sorry Elon Musk. Hyundai Is Quietly Dominating the EV Rac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전기차는 테슬라 공장에서 나오고 있지 않으며, 모든 시선은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에 쏠려 있다”고 보도할 정도로 현대차 약진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전망도 밝다. 노사는 임단협에서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과 기존 노후 생산 라인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국내 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마련했다. 이 합의에 따라 울산 공장 내 현대차 국내 최초 생산 공장을 2025년까지 완공·양산하고 국내 공장 생산 물량 재편성과 연계해 노후 공장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한다. 현대차가 국내 공장을 신설하는 것은 1996년 아산 공장 이후 29년 만이다.

이는 현대차가 국내 공장을 전동화 전환의 핵심 기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꼽힌다. 전기차 시대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겠다는 현대차는 주요 국가들의 환경 규제 강화와 친환경 인프라 투자 확대, 친환경차 선호도 증가 등을 감안해 전동화 전략을 강화하는 방침을 일찍이 세워왔다. 더불어 전동화 전환을 위해 대규모 인력 채용과 최첨단 생산 품질 시스템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도 올해 빠른 임단협 타결 배경으로 국내 투자 계획을 두고 노사가 합의한 점을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022 부산 국제 모터쇼’ 프레스 데이에서 “국내 전기차 공장 투자 규모에 대해 약 2조원 정도를 생각한다”면서 “전동화 시대를 맞이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을 2025년까지 완공하고, 2030년 전기차 총 84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인프라 확충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8월부터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 총 50대를 엠케이택시 일본 본사에 순차적으로 공급한다고 20일 밝혔다. 엠케이택시는 교토에서 운행 중인 700여대 택시 중 50대를 아이오닉5로 교체할 예정이다. 엠케이택시는 이번 계약을 통해 아이오닉5가 교토의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교토 대표 전기차 택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9월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6은 벌써 소비자들 호평을 받고 있다. 아이오닉6의 가장 큰 특징은 긴 주행 거리다. 국내 인증 기준으로 한번 충전하면 524㎞를 주행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현대차가 내놓은 전기차 가운데 가장 먼 거리를 갈 수 있다고 알려졌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서 1만2000대, 내년엔 전 세계 시장에서 5만대 이상을 팔겠다는 목표다.

또 아이오닉6 포함, 국내 기준 올해 전기차 6개 모델(현대차 3종, 제네시스 3종)에서 2030년 13개 모델(현대차 6종, 제네시스 7종) 이상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판매 규모·라인업 확대를 통해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국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지난해 6%에서 2030년 45%로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물론 시장 선점을 위해선 전기차 보급의 핵심 기반인 충전 솔루션, 고객 서비스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인프라 구축 관련해선 꾸준하게 노력 중이다. 초고속 충전 서비스 ‘이피트(E-pit)’를 지난해부터 운영하며 충전소도 많이 짓고 있고, 고객 서비스 같은 경우엔 ‘현대 전동화 마스터 인증 프로그램’ 신규 론칭과 ‘EV 테크 랩’ 개회 등으로 정비 역량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노사 갈등을 원만하게 매듭지은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 ‘게임 체인저’로 나설 계획이다. 업계 우려를 불식시키고 전동화 전환과 라인업 확대 등의 승부수가 현대차의 폭발적인 성장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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