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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복처럼 입는 수영복? 하이브리드 웨어 인기 비결과 전망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8.0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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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온종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주변 지인들의 SNS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가 ‘휴가중’이라고 떠 있는 것을 보노라면, 7월 말부터 본격 휴가철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2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대로 피서를 즐기지 못 한 이들이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으로 몰리는 중이다. 1일 부산시에 따르면 7개 공설 해수욕장(광안리·다대포·송도·송정·일광·임랑·해운대)에 지난달 30, 31일 다녀간 인원을 합산하면 무려 126만2071명이나 될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는 엄청나다. 오는 15일 광복절 연휴가 껴 있어 해수욕장 곳곳이 또 다시 인산인해를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젝시믹스 스윔웨어 화보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젝시믹스 스윔웨어 화보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해수욕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수영복이다. 사실 수영복의 역사는 깊다. 본격적으로 수영복이 등장한 시기는 1800년대 중반이다. 근대화 핵심이었던 산업 혁명과 더불어 교통수단 혁명이 일어나 인간 삶에도 영향을 미쳤고, 더 많은 사람이 해변으로 피서를 떠나면서 수영복이 필요하게 됐다.

국내에선 1960~70년대 경제 개발을 통해 급속한 발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화학 섬유 공업이 수입 대체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섬유 소재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며 수영복도 시장에서 확산됐다. 문화적인 측면에선 1960년대 ‘히피 문화(탈사회적 행동)’가 패션에 영향을 주는 시대였으며, 미니스커트 유행은 노출이 많은 비키니 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1980~90년대엔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영향으로 수영을 위한 수영복이 유행을 탔다. 기능과 디자인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레트로 트렌드가 부각되면서 수영복 컬러가 강렬해지는 경향을 드러냈다.

2000년대 경제적으로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리조트나 풀빌라 등 실내 수영을 즐기는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계절적인 판매 구분이 사라지게 됐다. 스타일 면에선 2000년대 초반 여성들은 탑 형식의 비키니인 탱키니를, 남성들은 삼각 수영복을 입으며 매력을 뽐냈다. 그러나 점차 다양한 아이템의 코디네이션이 중요해지면서 모노키니 등이 인기를 끌었고, 타 수영복에 비해 노출도가 적은 대신 보온과 보호 효과가 뛰어난 래시가드가 남녀 불문하고 좋은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았다.

그럼 요즘 유행하는 수영복 스타일은 무엇일까.

바로 하이브리드 스윔웨어다. 하이브리드 스윔웨어는 일상복과 수영복의 경계를 허문 하이브리드 기능의 수영복이다.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스윔웨어에 일상복을 매치한 비치룩이 유행하면서 해수욕뿐만 아니라 실내 운동과 평상복으로도 착용 가능한 제품들이 인기다.

하이브리드 스윔웨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실내 수영장 등이 폐쇄되고 2년 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쉽게 가지 못하니 옷장에 묵혀둔 수영복이 길거리로 나와 빛을 발하게 됐다.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트렌드를 두고 “인스타그램은 수영복의 레드카펫”이라고 보도했고, 영국 가디언은 ‘수륙양용 옷 입기’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최근 수영복은 일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웨어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일상에서 스타일리시한 코디가 가능하고 기능이 뛰어난 것도 인기몰이의 주요인이다. 요즘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스윔웨어는 물놀이나 워터 레저에서 쓰이는 수영복 특유의 광택을 없애고 일반 레깅스와 비슷한 질감으로 제작된다. 아울러 자외선 차단이 양호해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땀과 물을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하는 ‘흡한속건’ 기능과 시원한 감촉으로 한여름에도 쾌적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다.

직장인 A(31)씨도 하이브리드 스윔웨어를 즐겨 입는다고 한다. 그는 “스윔웨어 브랜드에서 나오는 의류를 입고 운동을 자주 한다. 특히 레깅스 식으로 나온 경우는 몸을 짱짱하게 잘 잡아줘 착용감도 좋다. 꼭 물놀이할 때만 아니라 운동이나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옷들이라 활용도가 높다”고 하이브리드 스윔웨어 장점을 설명했다.

수영복 후발 주자로 알려진 젝시믹스는 하이브리드 스윔웨어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 5월 프리미엄 라인 ‘블랙라벨’을 추가한 브라탑과 쇼츠, 워터 레깅스, 원피스 등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 덕분인지 젝시믹스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커머스 기업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젝시믹스가 스윔웨어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전체 판매량이 증가했으며, 하이브리드 제품의 올해 2분기(4월 1일~6월 30일)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98.1%나 올랐다고 밝혔다.

반면 전통적인 수영복 업계는 침체기에 빠져있다. 워터 스포츠 시장 강호라고 불리는 배럴은 지난해 매출이 215억2838만원으로 전년 동기(266억9723만원) 대비 19% 줄었고, 아레나는 지난해 매출 339억5649만원으로 전년 동기(385억4395만원)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전인 2019년 매출 902억원을 회복하기엔 한참 멀었다.

따라서 이들 역시 하이브리드 스윔웨어에 집중하며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휴가철에 맞춰 주력 상품들을 홍보하고, 인기 사이즈는 품절되는 등 다시 워터 스포츠 시장의 강호 자리에 올라서려는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배럴 남·여 인기 래시가드 [사진=배럴 홈페이지 캡처]
배럴 남·여 인기 래시가드 [사진=배럴 홈페이지 캡처]

하이브리드 웨어는 비단 수영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감각적인 디자인의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룩이나 고프코어(아웃도어 의상을 상징하는 ‘고프’와 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인 ‘놈코어’의 합성어)룩 등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조깅, 등산, 테니스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기능성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생활에서도 다채로운 색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스타일까지 잡으며 한층 개성적이면서도 활동적인 룩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이들 패션의 인기 요인이다.

신생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깃이 달린 티셔츠와 일자바지로 대표되던 골프장 패션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CJ ENM은 올해 K-골프웨어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캐주얼 라이징’을 꼽은 바 있다. 골프복도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CJ ENM 관계자는 “MZ세대는 중년 골프 패션 대신 독특한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면서 “일상생활에서 입어도 손색없는 패션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실제 코오롱FnC의 왁(WAAC)은 점프수트, 조거팬츠, 중기장 스커트, 카고팬츠 등 다양한 디자인과 색감의 골프웨어를 내놓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소니앤젤·BT21·헬로키티 등 MZ세대 사이에 인기 있는 캐릭터들과 협업하는 로고 플레이 패션으로 다가가고 있다. 2015년부터 골프 라인 볼륨화를 추진하며 나온 밀레 골프 라인 S/S 컬렉션은 몸에 딱 맞는 슬림한 재단과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한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이라 데일리룩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소비자 평가가 지배적이다.

골프웨어 하이브리드화는 후발 주자로 참여하는 신규 브랜드들이 기성 브랜드에 포섭되지 않은 MZ세대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 국내 애슬레저 기업들은 최근 국내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2016년 6386억원에서 지난해 7620억원으로 19%나 커졌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애슬레저 기업들은 출퇴근복으로 활용 가능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해 관련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젝시믹스는 지난해 웍슬레저 레깅스 ‘블랙라벨 시그니처 360N 부츠컷 팬츠’를 선보였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허물어진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웍슬레저(워크+레저) 레깅스를 콘셉트로 했다. 힙라인을 살짝 덮는 길이의 윗옷을 함께 코디하면 활동적이면서도 깔끔한 오피스룩을 연출할 수 있고, 오버핏 상의를 매칭하면 홈웨어나 캠핑웨어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안다르는 지난 4월 ‘에어스트 맨즈 아이스 슬림핏 슬랙스’가 해당 달 맨즈 라인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안다르 관계자는 “기온이 높아지면서 냉감 기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오피스룩은 물론 데이트룩 등으로 활용도가 높은 에어스트 맨즈 아이스 슬림핏 슬랙스가 남성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나다 레깅스 브랜드 룰루레몬은 국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주요 점포에 1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룰루레몬은 고가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국내 진출 첫해 청담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내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일상에서도 무리 없이 소화 가능한 하이브리드 웨어는 앞으로도 더욱 더 인기를 끌 전망이다. 업계는 주 소비층인 MZ세대가 운동이나 골프, 레저에 관심을 가지면서 하이브리드 웨어가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젝시믹스 관계자도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인한 야외 활동이 점점 늘어나면서 요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판매량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더구나 우리 제품은 흡한속건이라 이걸 입고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분들도 많다. 일반적인 래시가드와 다르게 광택이 나지 않아 스윔웨어를 운동용이나 일상생활용 등 겸용으로 입는 분들이 꽤 많아 신제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윔웨어가 잘 나가는 중이고, 레깅스 외 다른 제품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 시작이 지난 5월 골프웨어 론칭이었고, 하반기엔 아동복 라인들이 나올 것”이라며 향후 라인업 및 제품 확대를 시사했다.

휠라 2022년 봄·여름 테니스웨어 화이트 라인 [사진=휠라 제공]
휠라 2022년 봄·여름 테니스웨어 화이트 라인 [사진=휠라 제공]

더불어 하이브리드 웨어는 지금껏 여성 제품에 우선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앞으로는 남성 제품 약진도 기대해볼 만하다. 애슬레저룩 브랜드들은 남성용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며 하이브리드 웨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안다르 남성 라인인 안다르 맨즈는 올해 1분기 매출 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4% 성장했다. 하이브리드 웨어와 남성 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해 안다르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는 중이다.

젝시믹스 측도 “맨즈 라인이 전체 매출의 10%까지 올라왔다. 2020년에 출시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남성들도 애슬레저룩을 입고 출퇴근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맨즈 라인의 매출 추이 역시 좋아지고 있다”고 남성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업계에선 본래 기능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 패셔너블하게 입을 수 있도록 한 하이브리드 웨어가 당분간 대세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한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웨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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