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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특별사면의 역사와 이재용·신동빈 역할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8.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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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민생·경제회복’에 초점을 맞춘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특별사면에 따라 복권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불어넣게 됐다. 경제인 대상 특사는 2016년 광복절 특사 이후 6년 만이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에서 첫 특별사면 대상에 경제인이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 6월 형집행 정지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 복역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들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서 전면 제외돼 윤석열 정부의 ‘민생·경제 살리기’ 기조가 첫 특사에도 반영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브리핑을 통해 이 부회장 등 주요 경제인을 비롯한 서민생계형 형사범·노사관계자·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을 오는 15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조치한다고 밝혔다. 행정제재 대상자 총 59만3509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와 649명의 모범수 가석방도 시행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부당합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한 뒤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복권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부당합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한 뒤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복권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첫 사면을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특별사면'으로 평가했다. 한 장관은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인 점을 충분히 고려해 적극적인 기술투자와 고용창출로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에 대한 엄선된 사면을 통해서 다시금 경제발전에 동참하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경제위기 극복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치인과 공직자들이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현안은 국민들의 민생경제라는 점을 깊이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용사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안과 변동성이 확대돼 제일 중요한 것이 민생"이라며 "민생은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갈 때 숨통이 트여서 거기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인 사면 대상자는 이 부회장(복권), 신 회장(사면·복권)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복권),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사면·복권) 등 4명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 형을 확정받아 복역하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고 지난달 29일 형기가 만료됐다. 이번 복권에 따라 5년간 취업제한 등의 족쇄를 벗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나서게 됐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업무상 배임으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노사 관계자 8명도 사면 리스트에 포함됐고, 중소기업인·소상공인 32명도 사면된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에서 첫 특별사면부터 정치인을 포함한 적은 없고 생계형 민생사범 위주로 첫 사면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엔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 속에 무역적자, 성장률 둔화까지 중첩된 복합위기가 격화하는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첫 사면에 경제인 특사가 성사된 게 가장 큰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군사정권의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이 각각 25, 13차례 단행한 특별사면은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이번까지 45차례 진행됐다. 한국의 고도성장을 추동해온 경제 엔진이 1990년대 들어 점점 식으면서 문민정부 때부터 ‘경제살리기’ 명분아래 경제인 대상 특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기업총수 등 경제인 특사를 통한 일종의 ‘낙수효과’ 기대감이 대통령의 사면권에 반영된 것이다.

특별사면을 8차례 단행한 문민정부에서  대권도전으로 김영삼 대통령과 대립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95년 광복절 특사에서 사면돼 김 대통령과 화해했다. 1997년 개천절 특사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이 사면됐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6차례의 특사 중에서 경제인 사면이 적었는데, 정권 말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 등 외환위기를 불러온 경제인들이 사면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모두 8차례 특별사면을 단행했던 참여정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 특사를 통해 외환위기 10주년을 계기로 한 경제인 중심의 특사가 단행했다. 박용성‧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과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 등 경제인 150여명이 대거 족쇄를 풀었다.

김영삼 정부 때 두번씩이나 특별사면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경우 참여정부 마지막 사면 명단에도 나란히 세 번째 이름을 올려 당시 시민단체로부터 ‘사면의 달인’이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기업인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7차례 특사 중 3차례나 경제인의 빗장을 풀었다. 정부 출범 100일 기념 특사로 첫 단추를 낀지 두 달 만인 2008년 광복절에 맞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경제인 74명을 특별사면했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경제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화합과 동반의 시대'를 연다는 명목이었다. 2년 뒤 광복절에도 역시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김준기 DB그룹 회장,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 사면도 추가했다.

특히 2009년 마지막날 이건희 회장에 대한 첫 경제인 단독사면이 단행됐는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명분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었던 이 회장은 사면 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유치활동으로 평창 올림피아드의 '삼수'와 '평화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기여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1998년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이 박탈된 이 대통령이 김대중 정부 때 2000년 광복절 특사로 피선거권을 회복해 2년 뒤 서울시장에 당선돼 ‘경제대통령’의 발판을 마련했던 만큼 특별사면, 특히 경제인 특사(107명)에 적극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엔 경제살리기에 방점을 찍은 윤 정부의 첫 사면에서 밀려난 모양새가 됐다. 

특사가 3번뿐인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치인·공직자 사면이 전무했던 반면 경제인 28명이 사면된 게 특징이다. 생계형 형사범 중심의 첫 특사 이후 2015년, 2016년 광복절에 각각 최태원 회장 등 14명,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14명이 경영활동의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었다. 이후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에도 취임하면서 국내에 ESG(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개선) 경영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 있고, 이 회장은 그룹의 25년 ‘K컬처’ 투자와 후원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으로 열매맺을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5차례의 특별사면을 통해 경제인은 사면한 적이 없다. 다만 지난해 광복절을 기념해 이재용 부회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가석방했을 뿐이다.

직전 정부를 건너뛰어 6년 만에 특별사면에 경제인이 포함된 만큼 그간 경제인 사면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던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내고 경제살리기 동참을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경영일선에 복귀해 국민경제에 헌신할 기회를 준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경영계는 적극적인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힘쓰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등 국익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특별사면을 통해 경제인들이 경영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을 크게 환영한다"며 "이번 사면이 경제위기 극복 및 재도약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인 만큼, 경제계는 사업보국의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특별사면 대상자가 된 4인의 경제인.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특별사면 대상자가 된 4인의 경제인.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사진=연합뉴스]

사상 처음으로 역대 정부 첫 특사에 경제인이 들어간 만큼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강조하면서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총수의 복권으로 ‘뉴삼성’ 전략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탑티어 삼성은 최근 칩 공급망 패권 이슈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파운드리까지 선도할 미래 비전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그간 미뤄뒀던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계기로 지난 5월 발표한 바이오 등 미래전략 부문에 5년 간 45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플랜의 실행방안도 구체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이 부회장의 복권에 대해 “공식적으로 세계 최대의 메모리칩·스마트폰 제조업체’를 통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의 복귀는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시장 혼란,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에서 촉발된 물류 교란 등으로 타격을 입은 한국 경제를 안정시켜줄 동력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가 리더십을 공식적으로 되찾게 됐다”며 “반도체 제조·거래에서 지배구조 개혁에 이르는 주요 전략적 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선친이 특사 뒤 국제스포츠 외교를 통해 ‘평창의 영광’에 초석을 다진 데 이어 이 부회장도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공식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유수의 그룹 경영자와 각국 정재계 리더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치에 성공한다면 그만큼 '경제인 특사 효과'도 커지게 된다.

롯데는 신 회장의 사면·복권 관련 입장문에서 "사면을 결정해 준 정부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신동빈 회장과 임직원들은 글로벌 복합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현장 경영이 확대될 계기가 마련된 만큼 롯데그룹은 국내외 사업 추진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 5월 발표한 5년간 37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의 구체적인 실행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발빠르게 설립하는 등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미래 사업에 신 회장의 리더십을 구심점으로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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