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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기업은] 한국콜마, 얼굴없는 기업이 종합 뷰티·헬스케어기업이 되기까지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2.08.18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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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에게 삶의 이야기가 있듯, 기업에도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궈온 역사와 앞으로 만들어갈 스토리가 있습니다. 기업은 멀리 떨어진 주체가 아닌, 우리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동반자입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기업에 몸담고 있고, 다수는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고 있죠. [지금 우리 기업은]은 그런 기업의 이야기, 이모저모를 듣고자 마련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축을 떠받치는 이들 이웃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편집자주>

“중국을 중심으로 한 화장품 업황이 회복할 경우 가장 수혜를 볼 것.”

“국내 ODM(제조자개발생산) 부문 및 자회사 HK이노엔의 견조한 매출·이익 성장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평가된 상태라고 판단.”

이번 2분기 실적 발표 후 한국콜마에 대한 증권가 평가다. 2분기 한국콜마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8% 늘어난 5027억원, 영업이익은 57.7% 증가한 336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한국콜마는 중국 봉쇄로 인한 화장품 수요 둔화로 매출이 감소세를 보일 거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자회사 HK이노엔의 케이캡 구강붕해정 출시와 수액제 신 공장 가동 등의 실적 기여가 컸다. 화장품업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해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한국콜마 매출 추이(연결) [사진=한국콜마 IR보고서 캡처]
한국콜마 매출 추이(연결) [사진=한국콜마 IR보고서 캡처]

한국콜마는 대부분 소비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기업이다. 그런 회사가 어떻게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는 건지 궁금해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국콜마는 처음에는 화장품 제조사로 시작했다. 대웅제약 부사장이었던 윤동한 회장이 1990년 한국콜마를 창립했다. 사세 확장에 따라 화장품 업계 최초로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한국콜마는 2004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민관 최초 합작법인이자 콜마비앤에이치 전신인 선바이오텍을 설립했다.

2012년 한국콜마는 큰 결심을 한다. 바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한국콜마는 화장품과 제약 사업 부문을 분할 설립하고, 기존 법인명은 한국콜마홀딩스로 변경했다. 경영관리 효율 향상과 계열사 간 리스크 전이 차단을 위함이었다.

그리고 2018년 현 HK이노엔의 전신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기준 한국콜마홀딩스 사업은 크게 세 개로 나뉜다. 화장품 ODM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한국콜마,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하는 콜마비앤에이치, 제약회사인 한국콜마 자회사 HK이노엔이다.

지난해 세 회사의 매출액은 별도기준 한국콜마 6328억원, HK이노엔이 7698억원, 콜마비앤에이치 5250억원이었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제약과 건강기능식품 사업도 견조한 실적을 보이며 글로벌 종합 뷰티·헬스케어기업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한국콜마그룹이 성장한 데에는 무엇보다 화장품 부문의 역할이 컸다. 화장품 사업이 잘 되면서 다른 사업으로 확장할 기반을 마련해 줬기 때문이다.

한국콜마는 국내 최초로 화장품 업계 ODM의 역사를 열었다. ODM은 제조업자 개발생산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개발력을 갖춘 제조업자가 판매망을 갖춘 유통업체에 상품 또는 재화를 제공하는 생산방식이다. 판매기업이 설계도를 주문하면 제조해서 단순 납품하는 OEM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콜마는 기업 간 거래(B2B) 위주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콜마에서 제조하는 화장품들을 보고 있자면 친숙한 제품들이 의외로 많다. 대표 제품으로는 AHC 아이크림, 조성아 스틱 파운데이션, 센델레스카 연고, 닥터자르드 세라마이딘 크림, 닥터지 선크림 등이 있다.

한국콜마 연구원 [사진=한국콜마 제공]
한국콜마 연구원 [사진=한국콜마 제공]

한국콜마가 연구개발을 토대로 ODM 노하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콜마 계간지 ‘콜마사랑’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피드백들은 자체 상품이 없어도 충분히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만해 보였다.

-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면서 안정감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은 한국콜마라는 결론이었다.”
-  “오랜 시간 많은 회사와 협력해온 이력이 있는 만큼, 일하는 내내 의뢰사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제품 기획과 함량 연구 등 기본적인 계획을 마치고 실사용자 의견을 들어보는 샘플링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화장품 ODM 방식을 건강기능식품에도 적용했다.

계열사인 콜마비앤에이치는 국내 건강기능식품 ODM 업체로는 선두를 차지하며 전 세계 22개국에 건강기능식품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제품은 애터미가 판매하는 헤모힘이다. 헤모힘은 당귀·천궁·작약 등 국내산 생약재 3종 등에서 천연 복합 조성물을 추출해 개발하고, 개별 인정형 등록을 받은 추출물을 사용한 제품이다.

헤모힘은 지난해 184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동종업계에서는 유일하게 8년 동안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제품이다. 단일 품목으로는 홍삼에 이은 건기식이다. 홍삼 다음이라고 하니 건강기능식품에 관심 없던 기자도 괜스레 관심이 갔다.

이외에도 콜마비앤에이치는 링티, 이마트 바이오퍼블릭, 센트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콜마비앤에이치가 잘되는 데에는 독자적인 연구개발의 역할이 크다”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공급자도 많아지는 상황에서 개별인정형 원료에 대한 개발과 설비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작년 10월 세종2공장 준공을 완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세종에 3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578억원의 시설투자를 통해 생산능력 증대 및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였다.

또 ODM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오랜 경험을 토대로 브랜드 컨설팅, 제품기획 및 개발, 생산, 관리까지 포함하는 OBM(제조업자브랜드개발생산)을 제공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국내 건강기능식품에서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한국콜마 IR자료 캡처]
콜마비앤에이치는 국내 건강기능식품에서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한국콜마 IR자료 캡처]

제약 부문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제품이 있다. 요즘 술자리에 가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든든한 우군이다. 국내 대표적인 숙취해소제인 '컨디션'도 HK이노엔 HB&B(건강기능식품·화장품·음료) 부문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다. HK이노엔은 한국콜마 자회사로 전문의약품 등을 제조하는 제약 부문과 컨디션, 헛개수 등을 판매하는 HB&B 부문을 같이 영위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컨디션으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수액 매출도 크다. 많은 이들이 수액을 맞을 때 뭐라고 적혀 있는지 보지 않지만 국내 수액 시장은 크게 JW중외제약이랑 이노엔으로 양분된다. 수액을 유심히 보면 아마 두 개 회사를 많이 보시게 될 거다. 이노엔은 작년에 오송에 공장을 설립했다. 수액공장이 축구장 4배 크기다.”

실제 HK이노엔은 JW중외제약에 이어 국내 2위 수액제 제조 기업이기도 하다. 생리식염수, 포도당 등 기초수액제 및 영양수액, 특수수액 등 44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수액제 매출은 700억원 규모였다. 지난 6월부터 본격 가동한 오송 신공장을 바탕으로 점유율 1위를 잡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HK이노엔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은 2019년 출시 이후 최단기간에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약물보다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이 빠르고 지속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케이캡은 이미 중국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고, 2028년까지 100개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HK이노엔에서 판매하는 컨디션 [사진=천옥현 기자]
HK이노엔에서 판매하는 컨디션 [사진=천옥현 기자]

“화장품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체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데 위험부담이 크다. 명품으로 알려진 외국화장품 회사도 제조는 ODM 전문업체에 맡기고 본사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마케팅만을 담당하는 추세로 화장품 ODM 생산방식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

한국콜마가 얼굴 없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던 2003년 매출 600억원을 맞아 윤동한 회장이 인터뷰한 내용이다. 윤 회장은 당시에도 매출의 6%가량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전체 인력의 3분의 1이 기술개발 연구원이라며 기술력과 제품력, 그리고 연구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 결과가 가시화된 걸까. 한국콜마홀딩스는 20년도 채 되지 않아 각 사업 부문에서 10배가량의 매출을 내고 있다. 거기다가 한국콜마홀딩스는 올해 KOLMAR 글로벌 상표권을 100% 인수하기도 했다.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 업계 역사상 한국 기업이 글로벌 본사의 브랜드 상표권을 인수한 첫 사례다.

상표권 인수 전 한국콜마는 미국에서 콜마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과 캐나다에 진출할 때도 법인명을 PTP와 CSR로 정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 법인명을 변경하면서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을 펼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에 한국콜마는 북미 시장 공량을 위한 ‘북미기술영업센터’를 건립 중이며, 동남아와 중동 시장 개척을 위해 싱가포르에도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한참 콜마의 사업 부문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는데 어느 순간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키워드를 관통한다고 느꼈다. 바로 ‘기술력’이다.

이른바 '브랜딩'의 시대, ODM 위주의 사업을 영위해온 한국콜마는 어쩌면 이 시대에 딱 들어맞는 기업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국콜마의 브랜드 없는 브랜딩과 그 성과는 결국 본질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 기술력에 대한 의지와 원칙을 지켜내는 자세는 한국콜마가 얼굴없는 기업에서 글로벌 종합 뷰티·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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