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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부채에 짓눌린 한전, 정말 탈출구는 없을까

  • Editor. 류정운 기자
  • 입력 2022.08.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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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류정운 기자] 165조8000억원 vs 55조4200억원.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이달 중순 공개한 반기보고서에 나타난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와 자본 총계다. 이로써 한전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의 총액, 즉 부채비율은 무려 299.2%에 이르렀다.

한전의 부채비율은 149.2%였던 2017년 말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말 223.2%를 기록했고, 그로부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앞자리 수를 또 한 번 갈아치울 위기에 처했다. 부채비율에서 분자인 자기자본은 지속해서 감소한 반면, 분모인 부채는 꾸준히 증가한 탓이다.

한전의 부채비율은 149.2%였던 2017년 말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말 223.2%를 기록했고, 그로부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앞자리 수를 또 한 번 갈아치울 위기에 처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전의 부채비율은 149.2%였던 2017년 말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말 223.2%를 기록했고, 그로부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앞자리 수를 또 한 번 갈아치울 위기에 처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연결 기준 7조8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도 6조5200억원이라는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지난 5월 한전은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지분과 부동산 매각, 해외사업 구조조정, 긴축경영 등을 통해 6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만 총 14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은 한전의 적자 메꾸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한전의 적자는 그간 화석연료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운영상의 안일함,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속화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연료비 상승, 한전 지분의 실소유자로서 지난 수년간 전기요금을 억눌러온 정부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서민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연료비 인상분을 전기요금에 연동시키지 못하게 막은 탓에 한전으로서는 전력을 높은 가격에 구매해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즉 팔수록 손해인 전력유통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한전은 앞서 발표한 대책 외에도 자금난을 해소하고자 사채발행을 통해 추가 차입을 이어왔지만, 사채발행액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한국전력공사법 제16조에 따라 사채발행한도 역시 조만간 한계에 다다를 전망이다.

한전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총액은 45조9000억원으로, 그 2배인 91조 8000억원이 올해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다. 한전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6월 기준 이미 50조원가량의 사채(단기사채 5조1200억원, 장기사채 44조7400억원)를 발행했으며, 이는 사채발행한도의 54.3%에 해당한다.

따라서 법률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사채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도 더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지난 22일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를 현행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보다 상향하는 쪽으로 입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선 “가격 정상화 문제는 에너지 충격이 있어 일시에 올리기 곤란하다”며 “긴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완충하는 방법으로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나 사채발행한도 상향이 단순히 방어적 차원의 자구책이라면, 한전의 막대한 부채와 만성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영업 개선 방안이 시급하다. 그리고 그 대표적 방안으로 꼽히는 것이 전기요금 인상이란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현재 물가 전반이 급등한 상황에서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이 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하는 건 물론, 자칫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에 정부로서도 대책 마련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들의 원전이용률은 올해 2분기 80.7%로, 전년 동기(69.3%) 대비 크게 개선됐으나, 석탄화력발전 이용률 하락과 민자발전사업(IPP) 구입전력량 증가로 인해 전체 발전량에서 기저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61.9%로 전년 동기(60.7%) 대비 크게 상승하지 못했다”며 “한국전력이 처해 있는 외부환경 또한 한국전력의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제도 개편을 통해 연간 인상 상한선인 5원/kwh까지 올렸음에도 불구, 높아진 연료 가격을 반영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하반기 연료단가에 영향을 미칠 상반기 평균 뉴캐슬 석탄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24.05% 상승했고, 3분기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비 단가에 영향을 미칠 2분기 평균 두바이유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64.37% 높아진 바 있다”며 “최근 국제 유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실질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것은 4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요컨대 한국전력의 전력 조달단가가 올 하반기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4분기 전기요금이 발표되는 내달 말 이전까지 추가적인 제도 개편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한전의 영업 개선 역시 요원할 것이란 얘기다.

현행법상 정부는 한전이 발행하는 사채의 원리금 상환을 보증할 수 있다. 이는 유사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이며, 결국 국민 세금을 한전 적자 보전을 위해 사용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지원에 대한 안일한 기대는 현재 한전이 겪는 막대한 부채와 만성적인 영업손실을 개선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기후위기 및 지정학적 위기로 갈수록 전력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조속한 체질 개선 없이는 한전이 탈출구를 찾기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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