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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열의 리셋] 박수홍 가족 논란과 '밀착 가족'의 환상 깨기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10.10 0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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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 가족 논란이 10월 국정감사 이슈를 뒤덮을 만큼 이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사실 주변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크고 작은 가족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격하게 감정이입 돼 분통을 터뜨리며 위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요. 그것은 비단 박수홍 가족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과거에도 한 가수의 모자(母子) 사연이 이슈를 장악한 적이 있었고 한때 ‘빚투’가 불거지면서 父 또는 母와 절연했다는 연예인의 슬픈 가족사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반인도 드러나지 않아 그렇지 더 심한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박수홍 가족 논란은 우리에게 바람직한 가족상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사진 = 연합뉴스]
박수홍 가족 논란은 우리에게 바람직한 가족상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사진 = 연합뉴스]

가족의 해체 아니 가족의 파국,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요?

‘밀착 가족’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가족 심리학자 올슨(David H. Olson)은 가족 응집성 정도에 따라 밀착(enmeshed), 연결(connected), 분리(separated), 유리(disengaged)된 가족으로 분류합니다. 전통적으로 효와 우애를 중시해온 우리 사회에서는 ‘밀착된 가족’ 유형이 가장 많습니다. 그 특징은 아시다시피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앞세우는 겁니다. 가족의 결속과 화목을 강조합니다. 가족 위계에 따라 복종 순응해야 합니다. 간혹 불편하거나 힘들더라도 집안 평온을 위해 내색하면 안 됩니다.

밀착된 가족은 ‘역기능적 가족’의 한 유형입니다. 그것은 가족의 기능이 정상 작동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능적 가족’은 배려와 존중을 기반으로 하며 경계를 인정하고 의사 결정을 민주적으로 합니다. 가족 규칙을 유연하게 바꾸기도 합니다. 구성원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합니다.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받으며 성장 발전합니다.

밀착된 가족의 경우 ‘경계’도 없고 ‘거리’ 조절도 힘들며 서로 간섭하는 게 익숙해 분리와 자율은 쉽지 않습니다. 이런 가족 문화에서 성장한 이들은 ‘자기 분화’ 또는 자기실현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친구와 배우자 등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서도 애를 먹곤 합니다.

과잉과 극단적 치우침이 문제입니다. 핵심은 가족 간 애착과 개인 자율성의 적절한 균형입니다. 그래야 가족기능이 정상 작동해 개인 성장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양육은 세 가지 독립을 목표로 합니다. 물리적인 독립, 심리적인 독립 그리고 경제적인 독립입니다. 부모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과하게 밀착된 가족의 경우 이리저리 얽히고설키다 보면 가족끼리 공동 운명체이니 경제 공동체니, 운운하다 큰 탈이 납니다.

어쩌면 가족에 대한 잘못된 환상이 밀착된 가족을 더욱 부추기기도 합니다.

“가족인데 무조건 화목해야지.”

“가족인데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지.”

“형제자매끼리 자주 만나고 친밀하게 지내야지.”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주문입니다. 이 때문에 ‘거짓 친밀’ 가족도 적지 않습니다. 화목한 가족이라는 판타지를 위해 때마다 강제 소집돼 행복한 척 숙제하듯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허상일 뿐입니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가족 개개인의 성격과 성향, 가치관, 특히 결혼하면 각자 삶의 영역과 반경이 제각각인데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오히려 가족 구성원을 옥죄고 죄책감에 휩싸이게 하는 거짓 프레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제 전문가들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들은 부모 자식은 두 번의 탯줄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신체적인 탯줄과 심리적 탯줄입니다. 그리고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며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고 자립적으로 살면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가족애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조언합니다. 가족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관계이고 ‘타인’처럼 배려하고 적당한 거리를 둬야 정이 깊어지는 사이라고 강조합니다. 실로 ‘가족의 역설’입니다.

박수홍 가족 사태는 지나치게 밀착된 가족,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친밀 가족의 짙은 그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잘못된 밀착 가족의 환상에서 이제는 깨어나 속히 벗어나야 합니다.

발행인


■ 글쓴이는? - “가족이 왜 친해야 하죠?” 가족 관련 대화를 나누던 중 젊은 친구에게 이 말을 듣는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났다.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필자 역시 꼰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혈육의 정은 본능적으로 절절하고 뜨겁다. 친소(親疏)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사회적 관계는 안 만나면 소원해지기 마련이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다. 한데 우리는 세속의 친소 관계로 가족의 정(情)을 재단하고 끼워서 맞추려고 한다. 친소에 집착해 무리하게 강요하다가 끈끈한 혈육의 정까지 잃는 우를 범해서야 될 일인가.

■ 후기 - 가족 관계가 자녀의 기본 정서와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따로 공부하지 않고 부지불식간에 자기 부모를 좇곤 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기 이해에 대한 열망이 무척 높다. 그러면서 가족관계에 대한 불만도 제기한다. ‘국으로’ 살던 우리와는 다른 광경이다. 요즘 가족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이참에 이상적인 가족관계에 대한 학습 열풍이 불었으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게임체인저가 되길 바란다. 잘못된 가족관계로 인해 희생되고 고통받는 이가 더는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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