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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가 재촉하는 역머니무브...9월에 엇갈린 가계·기업 은행대출 기록들은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10.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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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린 가운데 시중자금의 이동이 빨라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이 두 번째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으로 정책금리를 3.0%까지 올리기 전인 지난달까지 금융시장의 여·수신 지표만으로도 고금리 시대 돈의 흐름 변화가 뚜렷하다.

9월 기준으로 은행권에서 가계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반면 기업대출은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8월까지 1년 동안 2.0%포인트가 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퍼레이드와 맞물려 예금(수신)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 정기예금은 역대 9월 중 최대의 증가 폭을 기록, 안전자산인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역(逆) 머니무브’의 가속화 현상을 입증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은 1059조5000억원으로 한 달새 1조2000억원 줄어들면서 두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9월 기준 은행 가계대출 감소는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 금리가 오르면서 9월 은행권 정기예금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정기예탁금 안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 금리가 오르면서 9월 은행권 정기예금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정기예탁금 안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전월 대비로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 2793조5000억원)이 9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 기타대출(잔액 264조7000억원)은 2조1000억원 줄었다. 주택거래 빙하기에 대출금리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계대출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하는 주담대의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 은행 가계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9월 증가 폭이 두 번째로 작았기 때문이다.

기타대출 감소 폭은 9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등 대출규제 속에 신용대출 감소 폭이 커진 영향으로 10개월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2금융권까지 범위를 넓혀봐도 가계대출의 감소세는 두드러진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내놓은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9월 주담대의 증가 폭(2조원)이 전월보다 7000억원 줄었고, 기타대출은 3조3000억원이나 급감했다.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은 모두 1조3000억원 감소해 전년 동월 대비로 증가율(0.6%)이 둔화세를 나타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월 증가했던 가계대출이 다시 감소로 전환되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나누어 갚는 관행의 안착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10월 기준금리 3%대 진입 영향으로 대출금리 8% 시대가 임박한 만큼 가계대출 증가는 둔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연간 기준으로 첫 디레버리징(부채 감소)이 일어날지 여부는 4분기 주시해봐야 할 대목이다.

가계가 대출이자 부담을 못 이겨 은행 문을 벗어나려 한다면 기업은 은행으로 쏠리는 추세다. 금리인상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냉각되자 자금조달을 위해 고금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은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55조5000원으로 한 달 새 9조40000원 늘었다. 증가 폭은 9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첫 속보치 집계 이후 가장 컸다.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세는 9개월째 이어졌다.

특히 투자심리 위축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기업의 은행 대출창구행 러시가 확대됐다. 지난달 대기업 은행대출은 4조7000억원이 늘어났는데, 9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9월까지 대기업 대출은 27조90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대출 증가액(7조7000억원)을 상회했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개인사업자 대출 1조8000억원을 포함해 4조7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정기예금과 가계대출 잔액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은행권 정기예금과 가계대출 잔액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수신 상황을 보면 시중의 뭉칫돈은 은행 예금으로 쏠리고 있다. 부동산·주식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예금금리가 상승하자 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 등에서 돈을 빼 정기예금 등으로 옮기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이 ‘블랙홀’처럼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45조4000원으로 한 달 새 36조4000억원 늘었다. 그중 정기예금은 9월에만 32조5000억원 늘어나 전월 증가액(21조2000억원)보다 10조원 이상 확대됐다. 200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9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올해 들어 정기예금에는 가계·기업의 자금 131조3000억원이 유입됐는데, 지난해 1~9월 유입액(15조1000억원)의 8배가 넘는 규모다.

은행들이 규제 비율(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높이기 위한 자금 유치 노력과 아울러 앞다퉈 수신 금리를 올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거의 없는 대기성 자금 성격의 수시입출식예금에서는 지난달 3조3000억원이나 빠져나갔는데, 이 자금은 정기예금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선 당분간 은행 예금 러시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11월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은행권의 정기예금 최고 금리가 연 5%대까지 이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달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 유력한 터라 이같은 고강도 긴축에 대응한 한은의 금리 인상 폭도 커질 경우 수신금리 상승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그만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역머니무비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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