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연준 '긴축폭주'는 우선멈춤했지만...'점도표 쇼크'에 고민 커지는 한미금리차 대응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2.15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통화긴축 ‘폭주’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긴축을 끝낼 목표치는 높아졌다. 속도만 더뎌졌을 뿐 금리인상은 더 높게, 또 오래 이어지게 됐다.

40여년 만에 밀려든 최악의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에 고강도로 대응하기 위해 숨가쁘게 긴축 속도전을 펴 왔던 미국 연방제도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긴축 터널에서 벗어날 최종금리 수준을 끌어올렸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갈 길이 멀다”고 강조해왔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더 할 일이 있다”며 피벗(정책 전환)에 대해 선을 그었다. 연준이 올해 처음으로 속도조절에 나선 것과 터미널 레이트(최종금리)를 높인 것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로드에는 명암을 드리운다.

연준은 13~1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75~4.0%%에서 4.25~4.5%로 0.5%포인트(p) 인상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월 ‘제로 금리’ 시대를 마감하면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시작으로 빅스텝(0.5%p 인상)과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p)으로 가속페달을 거세게 밟아오다 처음으로 브레이크에 발을 댄 것이다.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날 발표된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1% 오르며 시장 예상치(7.3%)를 밑도는 등 물가 상승세 둔화 조짐이 뚜렷해짐에 따라 7개월 만의 긴축 스텝을 바꾸며 완급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도 10개월 긴축기에 정책금리가 4.25%나 뛰어올라 최근 15년 사이에 최고치에 달한 상태다.

5개월 연속 이어진 CPI 둔화세 확인에 따라 최소한 금리인상 중단이라는 연준의 피벗 시그널이 나올 수 있다는 금융시장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적어도 내년에는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연준의 확고한 의지만 확인됐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들어섰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서비스물가 그래프가 꺾이지 않은 점을 들어 금리 수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추세가 지속되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연준은 최근 핵심 상품, 주거비, 핵심 서비스 등 세 갈래로 물가 상황을 구분해 대응하고 있는데,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서비스 물가만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에서 금리대응 지속론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CPI 상승률 9.1%를 고점으로 사실상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확인된 상황에서도 연준은 어렵게 한 번 문을 연 긴축의 시대에 ‘조기 후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이 ”이제는 (금리인상)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금리를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가 더 중요하다“며 ”여전히 우리는 더 해야 할이 있다“고 강조하면서다.

‘점도표 쇼크’가 첫 속도조절 효과를 반감시켰다.

연준 홈페이지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의 향후 정책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서 내년 연말 기준금리는 5.1%(중간값)로 예상됐다. 위원 19명 중 17명이 이번 긴축 사이클의 터미널 레이트가 될 레벨을 5% 이상으로 내다본 것이다. 시장에서 매파적(긴축 선호)이라고 해석하는 대목이다.

지난 9월 제시한 4.6%보다 0.5%p 높아진 것으로 볼 때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지게 된다. 2024년 금리는 3.9%에서 4.1%로, 2025년 금리는 2.9%에서 3.1%로 각각 올라갔다.

14일 공개된 연준 FOMC의 점도표 [그래픽=연합뉴스]
14일 공개된 연준 FOMC의 점도표 [그래픽=연합뉴스]

구간별로는 가장 많은 10명이 내년 말 금리 전망을 5.00~5.25%로 예상했고, 5명은 5.25~5.50%, 2명은 5.50~5.75%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봤다. 5.0% 미만은 2명뿐이다.

연준은 지난 9월 전망치와 견쥐 내년 실업률 전망은 4.4%에서 4.6%로 높이고, 성장률은 1.2%에서 0.5%로 낮췄다. 내년 물가 전망치는 2.8%에서 3.1%로 올리면서 여전히 경기 둔화를 불사하는 물가잡기 기조를 유지했다.

점도표로 볼 때 내년에도 0.75%p의 금리 추가 인상이 이어지게 되는데, 한미 금리차로 볼 때 그 시기와 폭에 시선이 쏠린다.

파월 의장이 "향후 금리 인상 폭은 결정된 것이 없고, 데이터·경제 상황 등에 달려있다"며 내년 2월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에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이날 나온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현지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IB는 대체로 내년 2, 3월 각각 0.25%포인트 인상을 내다봤고 최종금리 수준도 5%에 수렴했다. 씨티는 "최종금리 수준이 속도보다 중요하다고 발언한 점에서 2월 0.25%p 인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고, 웰스 파고는 "'더 오래 더 높게' 메시지는 강조됐지만 향후 인상 폭을 언급하지 않았다. (내년 2월) 0.25%p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추가 인상 확대와 조기 중단 전망도 엇갈려 나온다. 제프리스는 "연준의 관심은 ‘얼마나 빨리’에서 ‘최종금리를 어느 정도로’ 할지로 바뀌었다"며 "내년 2월 0.50%p 인상 후 3월 0.25%p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레디아그리(CA-CIB)의 경우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계속 하락한다면 연준은 더 낮은 최종금리로 긴축을 예정보다 빨리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긴축 속도가 완화되기는 했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최종금리는 5.0%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상훈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장은 이날 ”연준은 높은 임금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물가를 우려해 금리 인상을 이어나갈 전망이지만 내년 1분기면 미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플러스(+)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추가 인상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는 5.0%이 되고 내년에 동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격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처음으로 느슨하게 푼 것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백윤민·정윤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빠르게 달리던 기차는 목적지에 근접하면 속도를 줄이지만, 그렇다고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서 연준의 통화긴축 속도 조절을 당장 정책방향 선회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12월 FOMC 결과가 연준의 통화정책이 두 번째 단계로 기준금리를 5% 수준으로 운용하면서 경제가 일부 훼손되더라도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한 뒤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5% 수준으로 인상한 이후 연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분석 애널리스트는 “아직 풀어줄 단계가 아닌 것은 맞지만 더 쪼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연준은 아직 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시장은 이제 알아서 갈 것’ 정도로 볼 수 있다”고 이번 FOMC회의의 결론으로 평가한 그는 “실상은 ‘금리인상의 최종점이 가까워졌다’는 것에 무게를 둔 결과가 도출됐다”고 봤다. 내년 2월부터 베이비스텝 전환 이후 3월 빅스텝까지 밟은 뒤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준이 긴축 보폭을 줄이면서 한국은행도 속도면에서는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을 디소 덜게 됐지만, 최종금리 전망치가 훌쩍 올라감에 따라 한미 금리차 대응은 더욱 정교한 접근이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보다 상단 기준 금리차가 1.25%p까지 벌어졌다. 이 격차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2000년 10월 1.50%p)에 22년 만에 다가선 수준이다. 연준 점도표대로 미국 금리가 5% 안팎까지 올라가면 한미 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

국내 기준금리 터미널 레이트는 3.5%선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처음으로 긴축 속도조절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금융통화위원 6명 가운데 3명은 적정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봤고, 2명은 3.75%, 1명은 3.25%로 각각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 총재가 지난 8월 외신 인터뷰에서 “연준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끝내기는 어렵다”고 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특별한 긴축 ‘과속’을 하지 않을 경우 세 번째 빅스텝 카드를 꺼내지 않고 베이비스텝으로 적절한 금리차를 찾아내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게 당면 과제다. 새해 1월 13일 첫 금통위를 시작으로 연준처럼 예상보다 ‘더 오래, 더 높게’ 긴축 기조를 맞춰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수출 부진에 주택거래절벽 등 경기 둔화세가 더해지는 한국 경제에 자금·신용 경색 등의 금융위기성 알람까지 울리고 있는 터라 긴축 기조 유지와 속도 조절 사이에서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이날 FOMC 회의 이후의 국내 통화정책 전망과 관련해 윤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월 외환시장 불안까지 미국 통화정책 민감도가 높게 작용했으나 11월 이후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며 “국내는 여전히 자금시장 이슈와 최근 급랭하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대비하기 위한 정책대응의 신중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