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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용수 재활용 vs 폐수 배출, 현대오일뱅크의 딜레마

  • Editor. 박대연 기자
  • 입력 2023.01.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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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대연 기자] 같은 공장 단지 내 계열사끼리 처리수를 이동시킨 것은 ‘공업용수 재활용’일까, 아니면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폐수 배출’로 봐야 하는 것일까.

환경부가 폐수 무단 배출 등의 이유로 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 1509억원을 부과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 1509억원을 부과하겠다고 예비 통보한 바 있다. 1509억원은 환경법 위반으로는 역대 최고액의 과징금이다.

환경부와 검찰은 현대오일뱅크가 자회사로 폐수를 보낸 행위를 ‘유해 물질 무단 배출’로 판단해 가중처벌 하는 법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폐수 무단 배출 등의 이유로 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 1509억원을 부과했다. [사진=연합뉴스]
환경부가 폐수 무단 배출 등의 이유로 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 1509억원을 부과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 나오는 하루 950t가량의 폐수를 인근 자회사인 현대OCI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불순물을 한 번 걸러 자회사가 이 폐수를 공업용수로 사용하도록 했다. 폐수는 외부 수로와 연결되지 않은 ‘폐쇄 관로’를 통해 보냄으로써 하천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없도록 했다. 자회사인 현대OCI는 폐수를 사용한 뒤 기준에 맞춰 정화해 방류했다.

문제가 된 건 대산공장에서 현대OCI 공장으로 건너간 폐수였다. 환경부는 현대오일뱅크가 현대OCI로 보낸 폐수에서 유해 물질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것도 문제 삼았다. 페놀 처리에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회사 입장에선 최종적으로 폐수를 처리해 하천으로 내보낼 때 현대오일뱅크의 페놀 처리비용까지 떠안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대산공장이 유해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폐수를 배출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만약 한 사업장 내에서 폐수가 오간 것이라면 문제 될 게 없지만 대산공장과 현대OCI 공장은 거리상 가까울 뿐, 엄연히 소속 법인이 다르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용수 활용 측면에서 대산공장과 현대OCI 공장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고 ‘폐수 배출’이 아닌 ‘공업용수 재활용’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처리수 재활용은 국제적으로도 권장하는 방법이며, 물 사용량과 폐수 발생량을 줄여 자원 절약과 환경보호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만성적인 가뭄에 따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이어 “공업용수 재활용 과정에서 어떤 환경오염이나 인적·물적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대OCI 페놀 수치 개선 요청을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현대OCI가 공업용수를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어 먼저 요청이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묵살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환경부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는 “외부와 차단된 관로로 연결된 각기 다른 계열사의 설비를 같은 사업장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의 확립된 해석이나 판단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하나의 공장임에도 처리수를 재활용하는 설비의 소유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경영에 차질을 초래하는 조치가 부과되는 경우 추후 적절한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징금 감면 자진신고와 관련해 “법 해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할 수 있는 것은 하자는 입장으로 자진신고를 한 것이지, 인정하기 위해 신청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관련 검찰 수사가 완료되면 현대오일뱅크 측에 과징금에 대한 정식 통보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이에 반발하며 정식 통보 이후 적절한 절차를 밟아 사실관계를 규명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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