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국내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악화했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0개월 만에 역성장(-0.4%)에 빠진 가운데 저성장 고착화 우려에 기업의 현재 경영상황과 향후 전망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가 5개월째 하락했다. 이에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심리도 더불어 얼어붙으면서 올해도 경기 한파가 매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3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새해 첫달 전체 산업의 BSI는 전월보다 5포인트(p) 하락한 69를 기록했다. BSI는 지난해 9월부터 5개월째 하락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기인 2020년 9월(64) 이후 28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등의 글로벌 수요 감소와 내수 부진에 따른 소비위축 등으로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되는 BSI가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황 BSI는 지난해 9월(78)부터 10월(76), 11월(75), 12월(74) 계단식 하락을 거쳐 60대까지 떨어졌다. 월간 하락 폭은 2020년 3월(-11p) 이후 가장 컸다. 새해 첫 조사는 지난 10~17일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장기평균선(2003년 1월~2022년 12월)인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답보다 많아 업황이 나쁘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업황이 더 나빠졌다고 봤다. 제조업(66)과 비제조업(71) BSI는 전월 대비 5p씩 하락했다. 제조업은 2020년 8월(66) 이후, 비제조업은 2021년 1월(7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BSI를 나타냈다.

반도체 경기 부진 등의 영향이 큰 제조업의 경우 규모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8p, 1p 하락했고, 수출기업(-8p)이 내수기업(-3p)보다 더 나쁜 체감 경기 수준을 보였다.

2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68)도 2p 하락했는데, 제조업(65)의 하락 폭(-3p)이 비제조업(70)의 내림 폭(-2p)보다 다소 컸다.

해가 바뀌어도 이렇듯 기업의 부정적 업황 진단·전망이 지속되면서 민간의 경제심리도 역대급으로 악화되고 있다. 기업·가계가 바라보는 불황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날 발표된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0.7로 전월 대비 0.5p 올랐지만 8개월 연속 부정적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민간 경제주체인 기업과 소비자가 경제 상황에 대해 생각하는 전반적인 심리상태인 경제심리지수(ESI)는 이달 90.1로 전월보다 1.4p 떨어졌다. 2020년 12월(85.3)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ESI는 BSI와 CCSI 전체 항목 중에서 경기 연관성이 높은 7개를 꼽아 합산해 산정한다.

가중치는 BSI에서 제조업(0.45)이 비제조업(0.30)보다 높고, CCSI는 나머지 0.25를 차지한다. 제조업의 수출전망(-0,8p), 가동률전망(-0.8p), 자금사정전망(-0.2p)과 비제조업의 업황전망(-0.5p)이 지난해 12월보다 하락했다. 비제조업의 자금사정전망(0.1p)과 CCSI의 가계수입전망(0.3p), 소비지출전망(0.5p)이 증가했지만, 가중치에서 제조업 항목이 상대적으로 크기에 ESI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ESI는 지난해 7월 97.8로 장기평균선 100을 하회하기 시작해 추세적인 하락을 보이고 있다.

장기평균선의 출발점인 2003년 이후 100을 6개월 이상 하회하는 ESI 사이클을 분석해 보면 이번이 8번째 하강국면이다. 지난해 7월 이후 평균치는 94.7로 역대 세 번째로 낮다.

2020년 2월부터 13개월 동안 이어졌던 코로나19 팬데믹(글로벌 대유행) 구간에서는 평균치가 80.1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쇼크라는 이 특수한 위기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9월~2009년 7월(11개월) 82.6이 가장 낮았다. 100선이 붕괴된 나머지 5차례 시기에는 ESI 평균치는 94.8~96.1 수준을 보였다.

새해 첫달부터 90선 유지도 위태로워지는 상황까지 맞게된 이번 경제심리 위축기에서 민간 경제주체들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체감 경기를 확인하지 못할 경우 실물 경기 침체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