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일본 호응조치 없었던 '프레너미' 한일 이정표, 앞으로는 달라질까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3.17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프레너미(frenemy)의 이정표’

영국 공영방송 BBC가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를 써서 획기적인 만남이라고 전했다. 양국 정상이 정례적으로 방문하는 셔틀외교를 12년 만에 재개하는 첫 단추를 끼는 등 한일 관계가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일본의 대한국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 해제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소를 맞바꾸고,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복원 등으로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동해를 사이 둔 갈등의 매듭을 풀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주요 쟁점으로 지난 6일 한국이 제시한 일본 강제동원 피해 ‘제3자 변제안’에 대한 일본의 호응 조치는 끝내 없었다. 이와 관련한 일본 총리의 구체적인 사과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 두 정상은 양국 정부가 긴밀히 소통하고 머리를 맞댄 결과,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계기로 양국이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제 강제동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 표현을 하지 않고 식민지배에 대한 포괄적 사과를 담았던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는 ”그때(지난 6일)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만 언급한 것이다.

"얼어붙었던 한일관계에 봄이 찾아왔다"는 여당의 환영과 "저자세 굴욕외교가 빚은 대참사"라는 야당의 비판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죄나 반성은 전무했고, 우리 정부가 공언한 일본의 대응 조치는 언급조차 없었다"며 "정부 배상안을 피해자가 공식 거부하고 국민은 반대하는데, 윤 대통령은 '구상권 청구가 없을 것'이라고 일본 눈치만 살폈다"고 비판했다. 반면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김대중 정부 시절 1998년 한일 어업 협정을 체결해 일본에 독도 수역 어업권을 내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윤석열 정부의 미래를 향한 한일의 새로운 파트너십에 더 이상 죽창가를 들지 말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일본의 호응 부족이라는 관점에서 외교적으로만 보면 ‘일본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강제징용 피해자 등 국내의 반발 여론에도 정치적 리더십에 의한 결단으로 어렵게 제스처를 취했지만 기대만큼 일본의 대응조치나 사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터라 윤석열 정부로서는 경제·안보 측면의 여러 성과에도 아쉬움을 남긴 대목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이제 남은 과제는 일본의 전향적 자세"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대로 향후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여부가 시선을 끌게 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기에 셔틀외교를 재개한 만큼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시각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노력에 비해 일본의 호응 조치가 낮다는 의견이 많다’는 질문에 기시다 총리는 “호응 조치와 관련해서는 오늘도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다”며 “앞으로 한·일 양국이 자주 연계해서 하나씩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서밋이 ‘한일관계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총론 성격의 접근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상회동에서 단계적으로 각론을 구체화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간 기시다 총리는 고(故) 아베 신조 총리부터 고수해온 강제징용 관련 해법 우선제시를 한국에 요구하면서 각종 국제외교무대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제대로 된 양자회동을 기피해왔다. 이제 한국 정부가 3자 변제안을 제시한 만큼 정식 정상만남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다만 보수파가 득세한 당내에서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기시다 총리로서는 자국 정치상황을 고려해 이번에 진전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통일지방선거·중의원보선을 앞두고 있는데, 사과 입장을 내놓다면 표심 공략에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라는 큰 이벤트도 끝내고 올여름으로 예상되는 한국 답방 때는 한발 나아간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여기에는 그간 윤석열 정부가 현안 해결과 관계 복원을 강조하면서도 일본에 공식적으로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가 쌓인 것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교관 출신 미야케 구니히코 교토 리쓰메이칸대 객원교수는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일관계의 90%는 국내 정치”라며 "따라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년 만에 셔틀서밋으로 재개된 한일 정상 간 만남 이후 전개될 전망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이렇게 밝혔다.

"여전히 조심스럽게 낙관적이지만, 신중하기보다는 낙관적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