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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의 이상한 3선 계산법과 사유화 논란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3.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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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서 전국 최고령 92세 후보가 당선되며 업계뿐만 아니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연륜을 앞세운 노익장이라기보다 ‘바지 이사장’ 의혹이 짙어지며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지난 17일 순천중부 새마을금고 이사장 보궐선거에 A(92)씨와 B(53)씨가 입후보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의원 117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A씨가 몰표에 가까운 89표를 받아 당선됐다. 이번 보궐선거는 3선을 한 전임 이사장 C(72)씨가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일신상 이유로 지난달 사퇴하면서 이뤄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 본사 전경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새마을금고중앙회 본사 전경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문제는 C씨가 편법으로 4선을 하기 위해 A씨를 대리 후보로 내세우고 다른 후보에겐 사퇴 압박을 넣은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공개된 것이다. 몇몇 보도에 따르면 C씨는 B씨에게 “다음에 내가 안 하면 자네에게 책임지고 물려줄 거니까 이번엔 그냥 양보하라”고 압박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A씨가 실제 이사장을 맡기보단 C씨의 꼭두각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새마을금고 ‘3선 꼼수’가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부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3선 연임을 하면서 중간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남은 기간 대리인을 당선시켰다가 또 다시 당선돼 이사장직을 이어가는 편법을 쓰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순천중부 새마을금고에 이러한 꼼수를 적용해보면 C씨는 3선 임기 도중 건강상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A씨를 세워 잔여 임기를 채우게 한다. 이후 C씨는 다음 선거에 대의원들을 장악해 짜고 친 뒤 출마한다. 당선은 당연시되고, 어렵지 않게 장기 집권이 가능해지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새마을금고의 3선 제한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까. 놀랍게도 현 상황에서 법적으로 태클을 걸긴 힘들다는 것이 새마을금고중앙회 측 입장이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지방자치법처럼 3선 연임 제한 적용을 받는다. 새마을금고법 제20조에 따르면 ‘이사의 임기는 4년으로 하고, 감사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 다만 이사장은 2차에 한정해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부칙 제3조에 따르면 ‘이사장의 임기가 단축되는 경우엔 해당 임기를 제20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연임 제한 횟수에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나와 있다. 이 때문에 12년 3선 만기를 앞두고 중도 사임해 횟수를 한 번 거른 뒤 재출마하는 걸 목도할 수 있는 것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는 부분이다. 국회에서 관련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입법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입법 과정이 끝나면 상당 부분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편법에 조합원들 불만이 크지만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 바지 이사장을 잠시 앉히는 것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한 뒤 당선되는 방식을 반복하면 무제한으로 이사장을 연임할 수 있다는 문제와 함께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꼼수 연임은 새마을금고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받고 있다. 새마을금고 측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실제 새마을금고는 과거에도 이러한 문제로 잡음을 일으킨 바 있다. 2019년 청주 서원새마을금고에선 2004년부터 15년 동안 서원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역임한 D씨가 2018년 7월 임기 종료 7개월 정도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서원새마을금고는 이사장 D씨의 사퇴에 따라 보궐선거를 실시했고, E씨가 새 이사장으로 당선됐다. 그런데 D씨는 2020년 다시 출마했고 또 당선됐다.

지난해 말 인천 미추홀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F씨도 3선 임기를 마치기 전 사퇴를 선언했다. 82세 이사장 G씨가 지난 1월 임원선거를 통해 당선됐으나, 취임 후 2주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문제는 F씨가 다음 보궐선거에 후보로 등록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3선 꼼수로 인해 사유화 논란까지 겹치는 형국이다. 새마을금고 임원 선출은 대의원이 투표하는 간선제로 대부분 선출된다. 순천중부 새마을금고의 경우 유권자인 대의원 119명은 이사장 C씨가 재임할 당시 선출돼 긴밀한 관계 유지가 가능할 수 있다. 더군다나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억대 보수와 함께 고액의 업무 추진비를 사용한다. 넉넉한 업무 추진비를 바탕으로 소수 대의원만 장악하면 금고의 모든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기에 사유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그나마 꼼수 연임과 사유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에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중앙회도 해당 부분에 대한 우려는 잘 알고 있다. 모니터링도 꾸준하게 하고 있다. 대의원이 선출하는 구조라 중앙회에서 법적으로 완벽하게 막긴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결과가 나오면 중앙회 입장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3선 꼼수’는 장기 집권을 하지 않도록 연임 제한을 둔 새마을금고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편법이자 사유화 논란에 기름을 붓는 비상식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해당 논란을 씻어내기 위해선 새마을금고법 입법 절차가 하루 빨리 마무리되고, 새마을금고 측의 자기 성찰과 제재 강화가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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