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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외압에 KT 대표 선임 다시 원점...노조, 주주 뿔났다

  • Editor. 박대연 기자
  • 입력 2023.03.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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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대연 기자] 대주주인 국민연금, 정치권 등으로부터 전 방위 압박을 받은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사퇴했다. KT는 지난해부터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세 번이나 확정됐다 번복되는 등 대표 선임 리스크가 길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에 직면했다.

KT는 윤경림 후보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결정을 이사회에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윤 후보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전했다.

KT는 윤경림 후보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결정을 이사회에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KT 제공]
KT는 윤경림 후보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결정을 이사회에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KT 제공]

KT 대표 선임 절차가 잇따라 파행을 겪는 배경에는 여권의 반대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최종 후보 4인 중 KT 외부 인사가 없다는 이유로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 등의 거친 말로 맹비난했고, 대통령실까지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압박했다.

일부 시민단체도 검찰과 경찰을 향해 “구현모 KT 대표와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의 고발과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국민연금은 물론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KT의 2, 3대 주주 현대차, 신한은행까지 부정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윤 후보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해 12월부터 대표 선임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본사는 물론 계열사까지 모든 인사와 조직 개편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계속되는 대표 선임 리스크에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의사 결정도 늦어지고 있다. 통상 임원 인사를 11∼12월에 하던 KT가 한 달 단위로 임원 임기를 연기하고 있는 상황도 사실상 경영 마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 전에 다른 대표이사 후보를 확정 짓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안팎의 관측이다. 윤 후보 사의가 수용되면 주총 안건으로 공시됐던 대표이사 선임 건은 자동 폐기된다. 주주총회 이후 공석인 대표이사직은 구현모 현 대표가 대신하지만, 투자 결정 등 굵직한 의사결정은 하기 힘들고, 의례적인 경영 활동에만 업무가 한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표이사 등 임원진뿐 아니라 이사회 구성에서도 빈자리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경영공백을 우려하며 KT노조와 KT새노조는 이사진의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영공백을 우려하며 KT노조와 KT새노조는 이사진의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계속되는 후보 중도 하차 사태에 이사회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수 노조인 KT노조는 “현재의 경영 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민영기업 KT를 압박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사회 역시 현재 사태에서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조합원들이 참여해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수립하는 데 나서겠다는 의지다.

KT새노조도 성명에서 “KT 이사회의 3번에 걸친 후보 선출 실패는 흠결이 이미 드러난 이들을 무리하게 뽑은 데서 비롯됐다”며 “이는 결코 실수일 수 없으며 이사회에 준엄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 사퇴에 대해서 KT 투자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에서는 ‘KT 대표이사 후보의 외압에 의한 후보 사퇴를 반대하는 릴레이 응원글’을 작성하는 등 개인 주주들이 윤 후보 사퇴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게시글 등에서는 “KT는 민간 기업인데 정치권이 왜 끼어드나”, “더 이상 관치는 필요 없고, 민간기업에 대통령 낙하산이 내려오고 잘 되는 기업을 못 봤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에서는 ‘KT 대표이사 후보의 외압에 의한 후보 사퇴를 반대하는 릴레이 응원글’을 작성하는 등 개인 주주들이 윤 후보 사퇴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네이버카페 캡처]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에서는 ‘KT 대표이사 후보의 외압에 의한 후보 사퇴를 반대하는 릴레이 응원글’을 작성하는 등 개인 주주들이 윤 후보 사퇴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네이버카페 캡처]

KT의 한 주주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민간 기업인 KT의 대표이사 선임에 정치권 외압이 존재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대표 이사 선임 리스크로 경영 공백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외압과 관계없이 대표 이사로서 자격 있는 사람이 빨리 임명돼 주가를 안정시켰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KT 대표 후보자가 사의를 표하면서 대표 부재로 인한 경영의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다. 어지러운 상황에서 KT가 위기를 이겨내고 경영 정상화를 속히 이룰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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