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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황당한 의결권, 뒷감당 어떻게?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5.15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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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한 자산운용사가 유권증권시장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잘못된 의결권을 행사해 결과를 뒤집었다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를 두고 고의성과 향후 주총 취소 여부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지난 3월 24일 KISCO홀딩스가 주주총회를 열고 김월기 씨를 비롯한 3명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 씨가 받은 표는 322만6758표로 소액주주 연대가 추천했던 또 다른 감사위원 후보 심혜섭 변호사보다 2만3696표를 더 받아 김 씨가 위원 선출에 성공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사진=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사진=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김 씨가 받은 표 가운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던진 2만4507표가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로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일임받은 자금으로 운용하는 자사 펀드 ‘액티브퀀트펀드’에 편입된 KISCO홀딩스 주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다.

문제는 해당 주식이 국민연금에서 의결권을 위임받지 않은 물량이었다. 주총 의결권 행사 명단과 주주 명부를 대조한 KISCO홀딩스 소액주주들이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국민연금 의결권을 위임받지 않고 행사했다”고 짚었다. 실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자사 펀드 보유 주식 833주와 더불어 국민연금 일임 계좌에서 보유한 2만4507주까지 모두 찬성 행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 변호사 마찬가지로 “법률상 국민연금 보유주식의 의결권은 국민연금이 행사해야 함에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국민연금에 알리지 않고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 실수다 vs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측은 의결권 행사 과정을 두고 오류가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지난 10일 입장을 내고 “의사를 작성·제출하는 과정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펀드 보유분 833주뿐만 아니라, 일임 계좌에 속한 2만4507주까지 포함돼 총 2만5340주가 착오로 자료에 기재돼 제출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의성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트프링자산운용 측은 “이는 명백히 당사 업무 처리상 의도치 않은 실수”라며 "해당 기관 고객은 의결권 대리 행사에 관해 당사에 위임한 바 없었고, 따라서 당사 또한 주주총회에 해당 기관 고객의 의결권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측은 국민연금 위임 절차 없이 해당 의결권을 행사했던 점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 일임·운용만 하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행위 자체에 위법성이 생긴다. 금융당국은 이번 건에 대해 불건전 영업행위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불건전 영업행위로 결론 나면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측은 과태료, 임직원 제재 등의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심지어 주주연대를 포함한 일각에선 KISCO홀딩스가 미필적 고의를 포함한 고의로 위법한 위임장을 인식한 채 사용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국민연금 측은 의결권 행사에 있어 기준 충족 자체를 못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기금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기금은 보유하고 있는 상장주식에 대해 보유 지분율이 1000분의 10 이상이거나, 보유 비중이 국내 주식의 경우 국내 주식 전체 대비 1000분의 5 이상인 경우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이를 충족하지 못해 본래 의결권 행사 대상이 아니었다.

■ 심 위원 당선 vs 의안 자체가 무효 vs 위임장은 유효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주총 결과에 문제가 생기자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지, 올바른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첫 번째 안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 위임 없이 표를 행사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의결권을 무효로 하는 것이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던진 2만4507표가 무효표로 인정될 경우 심 변호사는 김 씨보다 811표를 더 득표한 게 돼 당선인은 심 변호사로 바뀐다.

심 변호사와 주주연대는 감사위원 변경 공시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주주연대 측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 대해서 “KISCO홀딩스가 심혜섭 변호사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정정공시 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주주 4700여명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행사한 2만4507표는 무효표가 되고 당락이 뒤바뀌어 심 변호사가 811표 차이로 분리 선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 선임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안은 해당 의안 자체를 무효로 하고 임시 주주총회 다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말 그대로 주총 자체를 백지화한 뒤 의결권을 위임받지 않은 표만으로 투표하는 걸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부결된 안건을 가결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본래 결과를 이끌기 어렵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표를 제외한 주총 결과는 김 씨의 사퇴가 아닌 심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인데, 부결된 심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을 가결로 바꿔야 주총 표결대로 결과를 이끌 수 있다. 또 한편에선 상황 복구가 쉽지 않다고도 내다봤다. 몇몇 보도에서 심 변호사는 “임시주총을 연다면 회사는 역량이 있지만 주주연대가 그 힘든 과정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운용사가 의결권을 대신 모아줄 건 아니지 않나”고 토로한 바 있다.

한편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KISCO홀딩스 측에 정정 공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KISCO홀딩스 측 입장은 또 다르다. 이들은 주총에서 의결권이 행사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다. KISCO홀딩스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위임장이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 결과에 따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실수(?)로 전개된 감사위원 선임 소동. 이 황당한 해프닝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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