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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기업은] 한국판 레깅스 너머…젝시믹스의 다음 퀀텀점프는?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3.05.2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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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에게 삶의 이야기가 있듯, 기업에도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궈온 역사와 앞으로 만들어갈 스토리가 있습니다. 기업은 멀리 떨어진 주체가 아닌, 우리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동반자입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기업에 몸담고 있고, 다수는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고 있죠. [지금 우리 기업은]은 그런 기업의 이야기, 이모저모를 듣고자 마련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축을 떠받치는 이들 이웃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편집자주>

[업다운뉴스 천옥현 기자] “야구 시구할 때 레깅스를 입는다고? 너무 선정적인 거 아니야?”

10년 전인 2013년 방송인 클라라가 줄무늬 흰색 레깅스를 입고 프로야구 시구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대중은 레깅스가 시구를 하기에 과한 복장이라며 클라라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그랬던 옷차림이 이제는 대중교통에서도 입고 다니는 패션 카테고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운동(athletic)과 여가(leisure)의 합성어인 애슬레저는 운동하기 좋으면서도 일상복으로 입기 편안한 의류를 일컫는다. 그 중심에는 레깅스 매출 1위 브랜드 젝시믹스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있다.

젝시믹스 블랙라벨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젝시믹스 블랙라벨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2% 증가한 49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분기별 최대 매출이기도 하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3.2% 증가했다.

주력 브랜드인 젝시믹스가 신장에 큰 몫을 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젝시믹스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23.4% 상승한 461억원이고, 영업이익도 28.9% 오른 48.2억원을 기록했다.

젝시믹스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레깅스의 일상화와 맞닿아 있다. 젝시믹스, 안다르 등 에슬레저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생겨난 7~8년 전만 해도 ‘레깅스’는 소수의 날씬한 여자들이 입는 운동복이었다. 서양에서는 레깅스를 외출복으로 입고 다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국내에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레깅스에 대한 시각도 바뀌었다. SNS를 통해 레깅스를 입은 모습들이 자주 노출되면서 어색함은 사라졌다. ‘레깅스만 입고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되는가’에 대한 갑론을박을 거쳐 이제는 ‘그러려니’하는 아이템이 됐다.

이런 시류와 함께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들도 성장했다. 특히 2015년 설립된 젝시믹스는 매출이 2018년 217억원에서 2020년 1385억원으로 급상승했다. 그 결과 2020년에는 경쟁사로 꼽히던 안다르를 제치고 업계 1위 보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레깅스만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시장이 커지자 너도나도 뛰어들었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할인쿠폰과 1+1행사로 점철된 마케팅은 결국 출혈경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때 젝시믹스는 고품질의 제품과 카테고리 다각화로 출구를 찾았다.

[사진=]
브랜드코퍼레이션 1분기 경영실적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1분기 IR 보고서 캡쳐]

◆ 지는 골프, 뜨는 테니스(?)…그럼 둘 다!

젝시믹스는 지난해 5월 2030 골프 트렌드에 맞춰 ‘가성비’ 골프 라인을 선보였다. 젝시믹스에 따르면 이 골프웨어는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대로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매출 20억원을 달성했다. 하루 매출액만 5000만원을 찍을 정도로 주목받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골프 시장에서 20·30세대가 이탈하면서 전체 골프웨어 시장 성장세도 둔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골프웨어 시장이 하락세라지만 당사 매출은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며 “최근 골프웨어 시장은 프리미엄과 중저가로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정리되고 있고, 그중 젝시믹스 골프웨어는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하이브리드형 의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젝시믹스는 최근 2030 세대 주목도가 높아진 테니스웨어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테니스 시장 규모는 2021년 2500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까지 성장했고, 올해 36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젝시믹스 2023 SS 골프 컬렉션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젝시믹스 2023 SS 골프 컬렉션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 온 가족이 편안하게 입는 옷으로

이와 함께 젝시믹스는 주요 고객군도 확대했다. 지난해 젝시믹스는 맨즈(남성복) 라인을 강화하고 키즈(아동복)를 론칭했다.

특히 남성 애슬레저룩은 패션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비즈니스룩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활동하기 편안한 바지를 선호하는 남성이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실제 젝시믹스의 남성 가입자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2%에서 1년 새 16%로 늘어났다. 4050 세대 신규 가입자 비중도 같은 기간 30%에서 40%로 증가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전에는 2030 여성이 주 타깃이었던 데 비해 최근엔 4050 고객군이 확대되면서 관련 매출도 증가했다”며 “젝시믹스를 입고 편안함을 느끼던 여성들이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남편과 아이들의 옷을 사서 입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젝시믹스는 이에 맞게 최근 새 모델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썰매종목 금메달을 따낸 스켈레톤 에이스 윤성빈을 발탁했다. 강인한 체력과 에너지를 겸비한 윤성빈의 이미지가 브랜드 정체성과 잘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맨즈라인 화보와 TV CF 등을 통해 이색적인 브랜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젝시믹스, 새 모델인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선수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젝시믹스의 새 모델,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선수 [사진=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공]

◆ 국내를 넘어 해외로

젝시믹스는 이처럼 국내에서 카테고리 확장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도 그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9년 일본 현지 법인을 설립한 젝시믹스는 이듬해 일본 최대 온라인쇼핑몰 ‘라쿠텐’에 입점해 ‘요가·필라테스의류’ 카테고리에서 1위를 석권했다.

올 1분기 젝시믹스 일본법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17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일본법인은 1분기 후쿠오카, 오사카 등 주요 도시 내 대형몰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했고, 라쿠텐 내 판매 순위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젝시믹스는 리오프닝(오프라인 경제활동 재개)을 맞아 중국 대륙 공략에도 한창이다. 2021년 중국법인을 설립한 젝시믹스는 지난달 상하이의 대형 쇼핑몰 ‘글로벌 하버’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젝시믹스에 따르면 국내 에슬레저 브랜드 중에서는 첫 시도다.

현재 총 55개국에 진출해 있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올해 활로 다각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B2C(기업-소비자) 기업의 경우 이익률이 10%는 무조건 나와야 하나 지난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그걸 증명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올해부터는 영업이익률이 10% 중후반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젝시믹스는 남성의류와 키즈라인을 확대했고, 해외 진출까지 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해외 진출이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해 전체 매출 비중에서 10% 정도 차지하게 되면 시장에서도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년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영업이익률은 5.81%였으나 2021년 8.32%, 지난해 8.41%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젝시믹스 일본법인을 제외하고 별도 기준으로 본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0% 수준이다.

여성 소비자의 관심을 바탕으로 고객군을 확장하고 있는 젝시믹스가 국내를 넘어 해외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얼마나 빠르고 넓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해외시장 공략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퀀텀점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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