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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흑자 전환 속에 솎아보는 수출 반등 전망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7.0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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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올 상반기가 가기 전에 1년 넘게 무역전선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자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다만 6월 무역수지 흑자 전환이 바로 수출 증가율 플러스(+)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수출 동력의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긴 무역적자 터널에서 벗어나 상·하반기 건널목을 건넌 것이 수출 자체의 호조가 아니라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 성격이 짙다는 평가도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하반기 반등)’ 전망에 청신호를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여러 지표와 전망이 낙관과 우려로 혼재돼 있어 하반기 수출 반등 시기와 수준을 제대로 가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일 컨테이너가 가득 들어찬 부산항 신선대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2일 컨테이너가 가득 들어찬 부산항 신선대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6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42억4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6.0% 줄어들고 수입액은 531억1000만달러로 11.7% 감소, 무역수지는 11억3000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국제원유 가격(두바이유 –33.8%) 등이 하락한 덕에 에너지 수입액의 큰 폭 감소(-27.3%)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들면서 무역수지가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29개월) 이후 27년 만의 최장기 무역적자의 고리를 끊어낸 것이다. 올해 상반기 누적 무역 적자는 263억달러로 집계됐다.

수출 감소세는 9개월째 이어졌다. 최대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업황 회복 지연에 따른 수출 감소(-38.8%), 최대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19.0%), 지난해 수출액이 역대 6월 기준 최고 실적(577억달러)을 찍은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이 맞물리면서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가장 긴 수출 내림세를 연장했다. 다만 감소율은 지난달 -15.2%에서 한 자릿수로 꺾이면서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반기 수출은 12.3% 줄어들었지만, 역대 2위 수준(3073억원)을 기록했다.

산업부는 “수출증가율이 올해 들어 6월에 최저를 기록하며 저점을 지나 점차 개선되는 추세에 있어 하반기에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6월 무역수지 흑자가 조기에 수출 증가율 플러스 전환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범부처 수출총력지원 노력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제 유가의 변동폭이 크지 않아 하반기에도 무역 흑자 기조는 이어질 수 있겠지만, 글로벌 수요 감소의 여파가 여전히 큰 만큼 수출 성장세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단체와 연구기관의 하반기 전망은 더딘 수출 회복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이번 무역흑자 전환 발표 전인 지난달 28일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 수출 부진이 다소 개선되겠지만, 3.1% 줄어들고 12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산업연구원도 지난 5월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수출이 5.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은 상반기 수출 감소 폭을 12.7%로 예상했는데, 산업부 발표 잠정실적치(-12.3%)와 부합했다.

수출 전망지표에서는 다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08.7을 기록, 지난해 1분기(115.7) 이후 6개 분기 만에 기준선 100을 상회했다.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전망을 반영하는 지표로서, 개선 전망이 부진 예상보다 클 경우 100보다 큰 값을 나타낸다. 올 1분기 81.1로 1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2분기 90.9로 개선되더니 3분기 긍정 기대가 확실히 커진 것이다.

수출경기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출경기확산지수는 5월 40.7로 떨어졌지만, 이전 지수 상승세로는 적어도 4분기 전망을 밝혀준다. 관세청,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이 집계하는 수출경기확산지수는 50을 기준선으로 이보다 높으면 확장국면, 낮으면 수축국면으로 해석되는데, 실제 수출경기보다 7.7개월 정도 선행한다.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동안 50을 밑돌다가 지난 2월(72.6), 3월(51.9), 4월(59.6) 등 3개월 연속 수출경기 확장국면 전환을 예고했다.

지난해 10월(25.9), 11월(23.0) 수축국면이 지난 5, 6월께 수출 감소세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선행지표의 시차로 볼 때 2~4월 기준선 상회는 오는 9월 이후 연말까지 수출경기 확장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EBSI가 3분기 수출 호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이 확산지수는 4분기 수출 반등 전망을 높여주는 셈이다.

무역수지·수출증가율 추이(위)와 반도체 재고·출하 흐름. [자료=NH투자증권 제공]
무역수지·수출증가율 추이(위)와 반도체 재고·출하 흐름. [자료=NH투자증권 제공]

경기 선행지표인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말까지 올해 14.7% 상승하며 무역수지 개선을 선반영한 금융시장에서는 수출 반전에는 완만한 개선 속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반기 가파른 수출 반등보다는 2분기 바닥을 다진 만큼 점진적인 개선세가 점쳐진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무역수지는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한데 따른 ‘불황형 흑자’라고 평가절하되기도 하지만 단가 기저효과의 완화, 교역조건의 개선, 반도체의 선전 등에 더 주목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경제와 시장에 으뜸 변수인 수출의 추세적 반등에는 글로벌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그는 “한국 수출의 부진의 주요 요인이었던 대중국과 반도체 수출이 2분기 중 저점을 통과한 모습”이라며 “이후 두 요인의 개선 강도에 따라 한국 수출의 V자형 또는 L자형 회복세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는 국면에서 한국 수출이 V자형 회복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 개선에 주목하면서 4분기 수출 플러스 전환을 전망했다. 그는 “통계청 데이터 상으로는 아직 반도체 재고소진이 포착되지 않았음에도 반도체 수출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라며 “6월 반도체 일평균 수출액(3억9000만달러)은 지난해 4분기 수준으로 올라섰다. D램 가격 하락세가 잦아들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감산효과가 가시화되고, 고성능 DDR(더블데이트레이트) 수요가 확대되면 반도체 수출 개선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한국 수출은 3분기 6% 감소, 4분기 2% 증가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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