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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내준 우리금융그룹, 하반기 반전 카드는?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8.0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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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절박함을 갖고 노력하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취임 후 첫 경영 전략 회의에서 임직원을 독려한 당부다. 우리은행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최하위로 밀려날 위기이기 때문에 그 주문에는 절실함이 묻어났다.

우리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472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5550억원 대비 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이 7.7% 늘어난 1조8585억원, 하나은행이 33.9% 증가한 1조8390억원을 기록한 것과 격차가 크다. 심지어 지난해 상반기 약 6322억원의 격차로 NH농협은행을 따돌렸던 것과 견줘 올 상반기 간극은 2251억원으로 줄어든 만큼 우리은행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이다.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그룹 위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구도는 꽤 공고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3위 하나금융그룹을 좀처럼 추격하지 못하는 가운데 2분기 연속 NH농협금융에 추월을 허용해 금융그룹 ‘빅4’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7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538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한 수준이다. 농협금융을 포함한 5대 금융그룹 중에선 유일한 두 자릿수 하락이다. 증권가에서도 우리금융에 대해 당기순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아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우리금융 부진의 주된 요인은 비이자이익 성장 정체로 꼽힌다. 비이자이익 확대에 반기 기준 당기순이익 첫 1조원을 달성하는 등 최대 실적을 거둔 농협금융과 비교해 보면 그 격차는 뚜렷하다. 농협금융은 유가 증권 운용 이익이 올 상반기 9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1%나 증가했고, 수수료 수익 또한 8502억원으로 1년 새 8.6% 늘었다. 비이자이익은 총 1조2501억원으로 전년 동기(6252억원) 대비 99.9% 급증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6110억원으로 전년 동기(7830억원)와 비교해 21.9% 감소했다. 그룹 비이자이익 중 유가증권 평가이익은 70억원에서 2760억원으로 늘었지만, 외환·파생 부문 손익이 4260억원에서 660억원으로 쪼그라들어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한 비이자이익 감소세를 나타냈다. 우리금융이 낸 순영업수익 5조240억원 중 비이자이익이 6110억원, 이자이익이 4조4130억원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자 장사를 통해 그나마 이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금융계에선 우리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기 전까진 빅4 탈환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선 연체율 부담으로 은행 실적이 하반기에 정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국내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은 0.4%로 4월 말 대비 0.03%포인트(p) 상승했다. 4대 은행은 이미 상반기 2조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이후 연체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도 충당금을 더 적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은행 비중이 큰 우리금융으로선 실적 쏠림 완화를 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보험사와 증권사가 없는 유일한 금융그룹이다. 비교적 몸집이 크고 주력사인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인데 이들의 인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설상가상 지속적으로 임종룡 신임 회장 리더십에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 형국이다. 올해 초 취임한 임 회장은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 정책에 앞장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그룹 실적 개선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전 회장 시절부터 증권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임 회장도 취임 당시 보험과 증권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반전 카드로 꼽힌다. 과거 타 금융그룹은 인수합병(M&A) 등을 활발히 진행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늘렸다. 2015년 LIG손해보험을 인수했던 KB금융그룹은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 올해 생명보험사 KB라이프를 출범시켰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2018년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인수한 뒤 신한생명과 합병해 신한라이프를 탄생시켰다. 하나금융도 비슷한 이유에서 지난달 KDB생명 인수 본입찰에 참전했다.

이 때문인지 임 회장과 우리금융도 하반기 자존심 회복에 나서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은행과 시너지 중심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M&A를 추진할 계획이고, 증권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만 우량 보험사가 있는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도 “우리금융이 보험사와 증권사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좋은 매물이 나오면 향후 적극적으로 인수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2013~2015년 농협금융 회장을 역임하며 설립 목적상 농민 지원이라는 공공적 특성에 따라 비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경쟁력을 끌어올린 바 있다. 임 회장은 은행 부문이 80%, 비은행 부문이 20%를 차지하는 농협금융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에 집중했고, 그 결과 우리금융으로부터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아비바생명+우리저축은행) 인수 주식 매매 계약(SPA)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내부에서도 임 회장이 비은행금융사를 적극 인수해 농협금융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이미 시장에서 성가를 높였던 임 회장의 구조개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우리금융은 M&A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현재 M&A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한 편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M&A 여력은 이중레버리지비율로 가늠할 수 있는데, 우리금융의 올 2분기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95.6%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130%를 밑도는 수준이다. 실탄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나오지 않고 우리금융의 M&A 대상으로 분류되는 곳에선 몸값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지만, 우리금융은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M&A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14일 열린 '2023 하반기 그룹 경영 전략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14일 열린 '2023 하반기 그룹 경영 전략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이밖에도 임 회장은 오프라인 채널 강화를 위해 지난달 21일 경기도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내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특화 채널인 ‘반월·시화 비즈 프라임 센터’를 개소했다. 중소기업 융자와 투자를 통해 자금 지원으로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임 회장은 하반기 경영 전략 워크숍 직후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반기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절박함을 갖고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여 맬 것”이라며 “단호하고 분명한 의지를 담아 하반기 경영 계획을 마련했다. 기업 금융을 강화해 우리금융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IT 체계 개편과 글로벌 사업 강화, 보험·증권 등 그룹 포트폴리오 보완, 비금융사업의 추진 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반등을 노리는 우리금융이 적극적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비이자 늪에서 벗어나 다시 빅4 탈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하반기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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