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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파 잡아라! 시중은행 유튜브의 특별한 전략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8.1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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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시중은행이 유튜브에 빠졌다. 일부 은행은 ‘골드 버튼(구독자 100만명 이상을 확보한 채널에 주는 기념품)’을 향해 순항하는 등 진성 유튜버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또 이들이 만든 콘텐츠는 최대 1000만뷰를 넘기며 구독자 및 금융 소비자와 활발한 소통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 젊은 고객을 확보하고 은행 이미지 개선 등을 위해 유튜브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광고 모델을 활용해 단순한 영상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은행 홍보와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독특한 콘텐츠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웹드라마 '광야로 걸어가 2023' [사진=KB국민은행 제공]
KB국민은행 웹드라마 '광야로 걸어가 2023' [사진=KB국민은행 제공]

■ 왜 유튜브인가?

다른 홍보 채널도 충분한데 시중은행이 유튜브 채널을 적극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잘파 세대’를 겨냥하기 위해서다. 잘파 세대는 1995~201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와 2010년대 초반~2025년 출생한 세대를 의미하는 알파 세대의 합성어다. 이들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어떤 세대보다도 영상 매체에 익숙하다는 특징이 있다. 기기 활용에 능숙하고, 유튜브, 스냅챗 등 사진·영상 위주의 소셜 미디어를 선호한다. 심지어 정보 검색을 포털 사이트가 아닌 유튜브에서 할 정도로 유튜브와 가깝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은 새로운 마케팅 일환으로 유튜브 채널을 통한 ‘잘파 세대 금융’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미래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잘파 세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일반 TV 광고 대신 웹드라마 형식의 서비스 홍보 영상을 제작하거나 금융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연장선상으로 잘파 세대는 새로운 것에 익숙하다. 따라서 업력이 오래된 시중은행들보다 전자 금융 거래 방법으로 영위하는 인터넷 전문 은행에 몰리고 있다. 카카오뱅크 선불카드 ‘미니’ 가입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80만명이며, 올 2분기 결제액은 437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8%나 늘었다. 토스 선불카드인 ‘유스 카드’도 6월 말 기준 116만장 발급됐다. 미니, 유스 카드 가입자 수는 전체 만 14~18세 인구의 77%, 50% 수준이다.

결국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금리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업계에선 한계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도 이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마냥 금리 퍼주기로 고객 확보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중론이다. 따라서 시중은행은 유튜브를 택해 서둘러 타깃층을 잡고, 관련 콘텐츠를 개편하는 등의 대안 마련에 착수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어린 세대 홍보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에 은행들이 앞다퉈 유튜브로 향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터넷은행과 쉽게 경쟁할 수 없는 구도다. 금리 싸움으로 흘러가면 출혈을 보는 쪽은 결국 시중은행이다. 홍보와 잠재 고객을 잡기 위해선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 누가 누가 더 잘하나?

잘파 세대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시중은행이 유튜브에서 어떤 전략을 활용하며 성적을 내고 있는지도 자연스레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은행의 유튜브 진출의 포문을 연 곳은 바로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 가입일은 2006년 11월로 은행권 최초다. 유튜브가 대세가 되기 전부터 은행 홍보 채널로 활용한 셈이다. 공식 채널과 별도로 부캐(부캐릭터) ‘웃튜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잘파 세대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다중인격을 추구하는 부캐 열풍을 빠르게 잡은 것. 웃튜브는 은행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우리은행이 2019년 1월 만든 서브 채널이다. 우리은행원들의 토크쇼인 ‘은근남녀썰’, 소개팅을 통해 경제 관념을 소개하는 ‘초면에 실례지만’, 은행 약관을 일상 소음(ASMR)으로 소개하는 ‘3초 딥슬립 ASMR’ 등 이색적이면서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이목을 끈다. 공식 채널과 달리 웃튜브엔 은행권이나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해 단순 광고보다 잘파 세대 고객과 소통을 통한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최초로 유튜브에 진출했으나 구독자가 가장 많은 건 아니다. 오히려 5대 은행 중 가장 나중에 채널 가입한 NH농협은행이 많은 잘파 세대를 끌어모아 16일 기준 구독자 69만6000명을 달성했다.

농협은행은 고전적이고 보수적일 것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발랄한 분위기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주택 청약 저축이나 연말 정산 등 금융과 관련된 상식은 물론이고, 제철 농산물 등을 활용한 음식 레시피 영상은 농촌을 주 무대로 삼고 있는 농협은행만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또 ‘외환 이야기 Y’에선 간편한 해외 송금과 외환 수령을 원하는 외국인 이야기를 유쾌하게 구성해 잘파 세대 외국인, 유학생까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양으로 밀어 붙이며 잘파 세대 눈길을 사로잡는 중이다. 16일 기준 업로드된 동영상이 1500개로 2위 신한은행과 비교했을 때 600여개나 앞선다. 특히 은행 광고 모델들을 적극 활용해 팬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탤런트 공유와 박은빈이 함께한 ‘9To6’ 새로운 광고 영상을 공개하고 ‘여섯시 은행’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적극 홍보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타 은행보다 웹드라마에 큰 힘을 주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달 28일 공개한 로맨스 판타지 웹드라마 ‘광야로 걸어가 2023’이 누적 조회수 1000만을 돌파했다. 걸그룹 에스파 소속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세계관을 차용해 기획했고, 2화엔 에스파 멤버들이 특별 출연해 잘파 세대와 소통의 장을 넓혔다.

NH농협은행 유튜브 콘텐츠 '외환 이야기 Y' [사진=유튜브 캡처]
NH농협은행 유튜브 콘텐츠 '외환 이야기 Y' [사진=유튜브 캡처]

하나은행은 16일 기준 영상 한 편당 조회수 32만963뷰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타율을 자랑한다. 하나은행은 ‘라이브 방송(라방)’으로 활약하는 대표 금융사로 꼽힌다. 지난해 7월 유튜브를 통해 ‘환전지갑’ 상품 관련 라방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총 17만8436만명이 방송을 봤고,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4192명에 달했다. ‘라방 효과’를 톡톡히 본 하나은행은 이후 방송 횟수를 늘리고 채널도 다양화했다. 더불어 유아를 위한 콘텐츠도 제공한다. ‘경제 동화 머니’는 아이들이 금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동화를 통해 기부, 소비, 저축 등을 소개한다.

신한은행 유튜브 채널은 2012년 만들어져 영상 수 902개, 구독자 40만8000명을 자랑한다. 어린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캐릭터 쏠과 몰리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금융 관련 정보를 알리고 은행 상품도 소개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유튜브 공략은 더욱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지난 13일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 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 실사용자 수(MAU) 1위는 4155만8838명을 기록한 카카오톡이었다. 하지만 2위 유튜브가 4115만7718명으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2020년 5월 모바일 인덱스 집계가 시작된 후 최소 격차다. 유튜브가 독보적인 영상 플랫폼 위치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얼마나 양질의 유튜브 콘텐츠로 잘파 세대 고객을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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