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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구긴 KB증권, 대형 스팩과 IPO로 반전?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8.3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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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KB증권은 올 상반기 자존심을 구겼다. 대형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상장을 추진했다가 흥행 실패로 철회했고, 올해 들어 단 한 건의 기업 상장 실적을 쌓지 못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 강자라는 이름값이 무색해졌다. 시장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는 업계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KB증권은 다시 대형 스팩과 IPO 시장에서 반전을 마련하고자 한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증권은 KB제27호스팩을 코스닥에 신규 상장하기 위해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스팩은 상장사지만 기업 가치는 없는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스팩이 우량 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M&A)하면 해당 기업은 스팩을 통해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반 공모주처럼 공모 절차를 밟아 상장하고, 상장 후 3년 동안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하면 주주들에게 원금을 돌려주고 해산한다.

KB증권 본사 전경 [사진=KB증권 제공]
KB증권 본사 전경 [사진=KB증권 제공]

공모 예정 금액과 주식 수는 각각 250억원과 1250만주고, 공모가는 2000원이다. 통상 스팩 상장 예비 심사는 일반 IPO 기업과 비교해 기간이 한 달가량 짧은 편인 만큼 이르면 오는 10~11월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KB증권은 지난 3월 야심차게 KB제24호스팩을 내놨지만 수요 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상장 철회했다. 6월 공모 금액을 400억원에서 320억원으로 낮춰 재도전에 나섰으나, 번번이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아 또 다시 고배를 마시게 됐다.

KB증권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KB제24호스팩은 공모 금액 규모가 일반 스팩 대비 상대적으로 크고, 향후 스팩 소멸 합병 추진 시 단수주 발생 가능성으로부터 스팩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모가를 1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대형 스팩으로 차별점이 존재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대형 스팩 합병 완료 사례가 없어 공모가 1만원으로 책정된 대부분 스팩이 현재 공모가 이하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인식이 KB제24호스팩 수요 예측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지난해부터 스팩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만큼 이번 대형 스팩 상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엔 공모 금액과 공모가를 모두 낮췄다. KB제24호스팩 공모가가 1만원이라 투자자 부담이 컸다는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합병에 실패하는 스팩이 속출하고 있어 KB제27호스팩 상장 의미는 남다르다. KB증권도 지난해 통신 인프라 장비 업체 옵티코어와 KB제20호스팩 합병을 완료하며 약 2년 반만에 스팩 합병 결실을 봤다.

증권가에서 다양한 규모의 스팩이 꾸준히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는 점은 KB증권 입장에서 다행스럽다. KB증권은 올해 들어 KB제22·23호스팩 합병을 진행하고 있고, KB제25호스팩과 KB제26호스팩을 각각 6월과 지난 10일 상장시키는 등 시장 활성화에 발맞춰 나가는 중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 KB제20호스팩과 옵티코어의 합병을 완료했다”며 “KB제22호스팩과 KB제23호스팩이 현재 각각 카티스, 세니젠과 합병 상장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23일 상장한 KB제25호스팩과 지난 10일 신규 상장한 KB제26호스팩 및 상장 예비 심사 신청을 완료한 KB제27호스팩 등을 포함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스팩 상장 및 합병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증권은 IPO 시장 반등까지 함께 꾀하고 있다. KB증권이 대형 스팩 상장에 거듭 실패하자 IPO 시장 입지 불안도 함께 불거진 바 있다. 특히 IPO 시장에서 강자로 꼽혔는데, 지난해 10월 산돌 코스닥 상장 주관 이후 단 한 건의 주관 실적을 올리지 못하며 명성에 먹칠을 한 셈이 됐다. 연초 IPO 시장 한파를 고려해도 중소형 IPO를 중심으로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타 경쟁사들이 주관 실적을 차곡차곡 쌓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KB증권은 보안 솔루션 업체 ‘한싹’ 코스닥 상장을 주관하며 명가 부활에 나선다. 한싹은 다음달 8일부터 5영업일 동안 수요 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일반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8900~1만1000원으로 공모가 상단 기준 165억원을 조달하고,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600억원가량이다. 규모는 소형이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 37%에 달하는 데다 최근 10년 간 연평균 22% 이상 매출 성장이 두드러진다.

한싹 상장은 KB증권의 올해 IPO 부문 첫 거래 종결(딜 클로징)이라는 점에서 금융투자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조직 내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한싹 IPO가 흥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지난해 말 주식자본시장(ECM) 본부 조직 개편 후 맞는 첫 번째 딜 클로징이라는 점에서도 중요도는 높다. KB증권은 올해 초 리서치 센터장이었던 유승창 상무를 ECM 본부장으로 선임하고 IPO 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여기에 커버리지를 담당하던 길대환 기업금융2부 부장도 ECM 1부 부서장으로 옮겼고, 지난달 초 ECM3부 부서장에 원현희 차장을 앉혔다. 조직 구성이 새롭게 바뀐 상태에서 마수걸이 딜 분위기가 후속 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KB증권 내부 기대감은 큰 상황이다.

IPO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디지털 보안 기업 IPO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 KB증권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한싹 핵심 사업은 망 연계로 분리된 망을 다시 연결하는 솔루션이다.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을 비롯한 대기업 대다수는 보안을 이유로 사내망을 일반 인터넷과 분리해 사용 중인데, 자료 전송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최근 망 연계와 보안에 대한 중요도와 인터넷 의존도가 커지는 만큼 시장 역시 확장될 전망이다.

한싹 망연계 개념도 [사진=한싹 제공]
한싹 망연계 개념도 [사진=한싹 제공]

KB증권의 IPO 성료 도전은 이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LS머트리얼즈 대표 주관사, 두산로보틱스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두 기업의 몸값은 각각 5000억원, 1조7000억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이어 무선 주파수(RF) 필터 파운드리 기업 쏘닉스, 탄소 배출권 개발·투자 및 거래 서비스 기업 에코아이, 데크플레이트 제조 및 판매 사업을 하는 에스와이스틸텍 등 상반기 예비 심사를 신청한 기업들 상장까지 주관한다.

KB증권 측은 “아직 한싹 상장 전망에 대해서 예상하긴 어렵다”면서 “하지만 LS머트리얼즈, 두산로보틱스 등 다수 기업에 대해 대표·공동 주관사를 맡았고 IPO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팩과 IPO 시장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는 KB증권. 향후 대형 스팩 및 IPO 상장을 통해 자존심 회복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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