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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수장들의 MZ세대 소통법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9.0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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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직원이 늘면서 금융권은 ‘대퇴사 시대’라는 격변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권에선 조기 이탈하는 직원을 잡고, 조직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대표와 회장이 직접 강연을 진행하거나 식사 자리를 갖는 등 MZ세대 소통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금융권 퇴직 행렬은 현재 진행 중이다. 과거엔 장기 근속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엔 저연차 직원들까지 퇴사 러시에 가담하는 형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2개월 사이 5대 시중은행(KB·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에서 2000여명이 짐을 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지난 2일 4대 금융그룹(KB·신한·우리·하나금융그룹)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0세 미만 직원과 사원급의 자발적 이직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가능 연령이 만 40세까지 내려온 것과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금융 공공기관에서도 타 직종으로 옮기는 MZ세대 직원들이 생기는 것이 대퇴사 시대에선 더 이상 기현상이 아니게 됐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토크 콘서트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토크 콘서트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MZ세대 직원이 금융권을 떠나려는 이유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호황인 만큼 특별 퇴직금 등 조건이 좋을 때 퇴사하려는 행원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젊은 세대 직원들에게 ‘금융맨’이라는 직업 매력이 반감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심지어 몇몇 업종에선 보수적이고 정적인 업무 분위기를 싫어하는 젊은 직원들도 꽤 있다는 후문이다.

이제 사명감이나 높은 연봉 등 단순하고 추상적인 이유나 혜택만으로 MZ세대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인력 이탈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권에선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리더들이 격의 없는 소통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일 본사에서 진옥동 회장을 비롯한 그룹사 최고 경영자(CEO) 및 지주회사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22주년을 기념하는 ‘참신한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진 회장은 직원들에게 정도 경영, 미래 인재상, 소통 등 다양한 주제의 질문에 진솔하게 답하며 평소 그룹 회장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직원들에게 얘기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금융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미래 금융의 궁극적인 방향, 금융인의 바람직한 태도 등에 대해 강조하며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하는 프로 의식을 갖자고 당부했다.

특히 MZ세대 직원들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궁금증이 커질 시기다. 인재상은 시대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업종별로 원하는 인재상도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조사에선 창의성과 전문성, 도전 정신이, 2013년엔 도전 정신과 책임 의식, 전문성이, 2018년엔 소통 협력과 전문성, 원칙 신뢰가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진 회장은 직원의 목표와 기대치를 명확하게 설정하기 위해 “창업 초기엔 도전 정신이 넘치는 직원이 많이 필요했다”면서 “성장의 시대를 거쳐 성숙의 시대로 가는 현재의 신한금융에는 금융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더 솔직하고 열린 의사소통에 참여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은행은 조 은행장이 지난 7월 입행 후 처음으로 본부부서로 발령받은 MZ세대 행원 11명과 함께 점심 식사하며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지난 7월 취임한 조 은행장은 평소 건강한 기업 문화 확산을 위해 허물없는 소통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경영협의회에 MZ세대 행원들이 임원들 앞에서 발언할 기회를 마련하는 등 젊은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꾸준히 가져왔다. 이날 점심 역시 조 은행장의 깜짝 제안으로 마련됐다.

대화 시간은 사전 질문이나 정해진 형식 없이 자유로운 대화를 주고받는 등 기존 소통 방식과 다르게 진행됐다. 또 서로를 부를 때 직함 대신 참가자 본인이 선정한 별칭 뒤에 ‘님’을 붙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조 은행장은 참석한 MZ세대 행원 모두의 별칭을 부르고, 관심사와 애로 사항을 먼저 들었다. 고민을 털어놓은 행원에게 보고서 작성 꿀팁을 공유하는가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매일 걷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참가자 만족도도 높았다고 전해진다. 조 은행장과 얘기를 나눈 한 직원은 “아버지와 대화하듯 은행장에게 평소 생각을 얘기할 수 있었다”면서 “비슷한 자리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MZ세대 행원 11명과 우리은행 본점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MZ세대 행원 11명과 우리은행 본점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이밖에도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는 연수원과 광화문 본사에서 3차례에 걸쳐 진행된 하반기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MZ세대 직원들을 별도 초청해 1시간 이상의 소통을 진행했고, KB라이프에선 MZ세대 사원들이 임원과 부서장을 대상으로 MZ세대가 생각하는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회식 문화, 조직 문화 등의 주제로 쓴 소리를 뱉기도 했다.

같은 듯 다른 듯 금융권 수장들의 MZ세대 직원 소통 행보. 하지만 그 속에는 MZ세대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긍정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함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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