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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 명가 재건 나선 우리은행,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9.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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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하여!

우리은행이 7일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를 열고, 2025년까지 기업대출 점유율 2위를 탈환하고 2027년까지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 중 기업 대출 점유율이 가장 낮다. ‘기업금융 명가’라는 옛 명성이 무색하게 최근 기업대출 부문에서 맥을 못 추는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포부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제공]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은행은 2027년까지 기업대출 규모를 237조9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은행 대출 자산 중 기업대출 잔액은 약 135조7000억원, 가계대출은 132조7000억원으로, 자산 비중으로 따졌을 땐 비율이 각각 50.5%와 49.5%로 엇비슷하다. 현재 5대5인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비율을 2027년까지 6대4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구체적으로 미래성장 산업 지원 확대, 차별적 미래 경쟁력 확보, 최적 인프라 구축 등 3대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해당 분야에서 10대 핵심 과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래성장 산업 지원 확대를 위해 대기업 여신을 2027년까지 약 15조원 확대해 주채권은행 11개 계열기업 여신 점유율 1위를 달성할 예정이다. 300여개 중견기업엔 산업통상자원부와 합동으로 진행하는 ‘라이징 리더스 300’ 프로그램을 집중 추진해 2028년까지 총 4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방산, 이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에 매년 4조원의 금융 지원을 펼친다.

차별적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선 비이자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출과 여신 이외 외환, 지급 보증, 파생까지 기업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홀세일 파이낸스’ 전략을 통해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더불어 공급망 금융 플랫폼인 ‘원 비즈 플라자’를 고도화해 제휴사를 2만개까지 늘리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항공 결제 시장 등 이종 산업과 제휴를 통해 기업금융의 신영역을 개척한다.

지난 7월 이미 반월·시화 비즈 프라임 센터를 개설하며 최적의 인프라 구축에 나선 우리은행은 이달 인천 남동·송도와 창원·부산 녹산에 기업 특화 채널 개설을 확정했다.

이밖에도 기업금융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인사를 진행한다. 기업금융 전문 인력 인사관리를 경력 개발 업무 소관 사업그룹으로 이관하고, 신성장 산업 전담 심사팀을 신설해 심사 속도와 건전성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또 현장 중심 인사 체계에 힘을 주고 인센티브를 기본급의 최대 300%까지 지급하는 등 성과 중심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강화 전략으로 인해 오히려 내부와 시장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은행 전략 발표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질의들이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기업금융의 공격적 확대 이면엔 건전성 악화 우려가 존재한다. 또 상대적으로 자본 여력이 떨어지는 탓에 우리은행 목표치가 현실적이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6월 말 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16.26%로 가장 낮다. 대출이 증가할 경우 위험 가중 자산(RWA)이 늘어나 자본 비율이 하락하는 문제가 생긴다. 심지어 우리금융그룹 측면에서 보면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합병(M&A)도 추진하고 있어 자본 여력을 키워야 하는데, 기업금융 강화가 오히려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사안을 복잡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심지어 시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하자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에 사활을 건 상황이다. 그런데 실적에서 뒤처지는 우리은행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은행권 전반에 소모적인 금리 경쟁을 가져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그러나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확대에 따른 건전성 등 우려에 대해선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은 거액 편중 여신이나 업종별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중소기업은 지방 공단 등에 직접 심사부 인력을 파견해 여신·현장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기업금융 확대로 RWA가 늘어나더라도 자본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오히려 신용보증기관 보증을 받을 경우 RWA가 줄어들어 이를 관리하면서 자산 증대를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은 “자산이 평균 6% 성장하면 자본 비율에 타격을 주지 않고 성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리 경쟁에 대해서도 기업대출 시장 내 돌파구로 금리 경쟁력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 부문장은 “우량 자산이더라도 마진이 없는 자산은 우량 자산이 아니라는 개념을 확실하게 갖고 있다”면서 “마진이 없다면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고, 자금이 필요한 고객에게 충분히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어 필요 전략을 추진해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장도 “금리 경쟁을 통해서만 고객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러 시장 우려와 견제 속에서도 구체적인 플랜과 비전을 제시하며 2027년 기업금융 1위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라는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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