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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신탁업 경쟁 이유와 전망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9.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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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이 자산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집중하는 가운데, 신탁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4대 은행 신탁 수탁고는 총 378조1965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333조3552억원 대비 13.5% 증가한 규모다. 금융투자협회 신탁계약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탁 수탁 총액은 1302조4791억원인데, 그 중 은행권이 632조3952억원으로 국내 신탁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탁고를 확보하고 있다. 은행 외에도 전문 신탁업체인 부동산 신탁사와 보험, 증권사 등이 신탁업을 영위한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사진=연합뉴스]

신탁은 믿고 맡긴다는 의미로 위탁자인 고객이 금전이나 부동산, 유가증권 등 재산을 수탁자(금융사)에게 맡기고, 수익을 배당받는 1대1 자산 관리 서비스다. 금융사에서 수탁을 맡아 일정 기간 운용·관리해 수익을 낸 뒤 수수료를 받는데, 통상 수수료율은 1% 내외다. 신탁 재산 종류에 따라 크게 금전 신탁과 재산 신탁으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자산 관리 수요가 커진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탁은 고령 사회로 접어들며 재산 이전 수단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선 신탁 수탁고가 1000조엔(9104조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 대비 수단에 예금 이자 수익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금융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높지만 수익률은 더 높은 신탁에 눈을 돌린 셈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고령화와 상속, 그리고 신탁’ 자료에선 최근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고령 친화 산업이 확대되고 있는데, 규제 개선과 컨설팅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신탁 본연의 역할이 강화된다면 신탁 시장 확대와 금융 소비자 관심 유도가 쉬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권이 신탁 자산 늘리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자이익에 쏠린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활로 모색이 관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자산 관리(WM) 부문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탁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 창출원을 다각화하려는 경영 방침이 맞물리며 신탁업은 성장에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4대 은행의 신탁업 관심도가 높아지며 실적 면에서도 선전하는 형국이다. 우선 수탁고와 증가율 기준에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약진이 두드러진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신탁 수탁고가 119조40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이 93조4939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은행은 26.5% 증가했고, 하나은행도 15.4%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전체 신탁 자산 중 재산 신탁 비중을 확대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의 금전 신탁과 재산 신탁 자산은 각각 61조1104억원, 33조3508억원이었는데, 올 상반기 금전 신탁과 재산 신탁 자산은 각각 65조1651억원과 54조2407억원이다.

하나은행은 상품 다양성에 승부를 걸고 꾸준히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유언 대용 신탁 ‘리빙 트러스트’를 내놨고, 이를 통해 취급된 신탁 자산은 올 상반기에만 약 2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패밀리 오피스를 결합한 VVIP 전용 자산 관리 서비스를 내놓는가 하면, 지난 3월엔 은행권 최초로 미술품을 보관 및 처분하는 동산 관리 처분 신탁(미술품 신탁) 상품을 출시하는 등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금 현물 신탁 등 비대면 상품 출시로 접근성 향상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실적은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고 평가된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올 상반기 신탁 수탁고는 각각 86조5479억원과 77조7547억원이고, 증가율 역시 5.5%와 2.5%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은행도 신탁 사업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은 기대해 볼만하다.

국민은행은 시장 변동성 확대와 고금리에 대응해 다양한 채권형 신탁 상품을 공급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탁 상품은 731개로 2021년보다 47개 늘었다. 고객 수요에 맞춰 해외 채권, 채권 혼합, 자산 배분형 등 시장 방어적 성격 상품 공급도 늘린다.

우리은행은 신탁 상품을 활용한 안정적인 자산 관리와 자산 승계 서비스를 제공을 위해 올해 초 자산 승계 신탁 전문가 집단인 ‘우리내리사랑신탁 파트너스’를 도입했다. 새롭게 선정된 프라이빗 뱅킹(PB) 지점장 40명을 임명하고, 기존의 영업점 소개 영업과 세무·법률 전문 인력에 의존한 수동적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자산 승계 심화 교육 및 연수를 통해 자산 승계 신탁 컨설팅 역량과 상담 능력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시장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분간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법인, 자산가 고객 대상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종합 재산 신탁 집중 육성을 추진할 방침이다.

신탁 시장은 앞으로 지속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 은행권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급상승하던 지난해와 달리 최근 금리 정점에 대한 인식으로 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소 회복됐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외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신탁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제도 개선을 통해 신탁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당국은 신탁 가능 재산 확대와 전문 기관 위탁 허용 등 신탁업 혁신을 추진한다. 지금까지 신탁은 금융사가 미리 정한 주식·파생 결합 증권 등에 투자하기 위해 고객이 금전을 맡기는 방식인 반면,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경우 고객 특성에 맞는 종합 재산 관리 서비스 출시도 가능해져 은행들은 가업 승계나 후견 신탁 등 새로운 신탁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자본 시장 분야 주요 정책 성과 및 하반기 추진 계획 발표’ 간담회에서 자본 시장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신탁업 혁신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법령이 개정되면 은행들이 새로운 신탁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고, 이로 인해 투자자 선택권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신탁업 혁신을 통해 신탁 본래의 맞춤형 전문·종합 재산 관리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신탁업은 모든 시중은행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상품 중 주가연계신탁(ELT)도 있고, 유언 대용 신탁이나 부동산 신탁 등 종류가 많다. 고객이 은행에 맡기고 은행이 그 신탁 자산을 운용하면, 수익률을 고객에게 주고 은행도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라 당연히 은행들은 신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신탁 수수료나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상품도 개발하고, 신탁부도 따로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몇몇 은행은 홍콩항셍지수 연계 ELS 지수 급락으로 인해 회수가 안 되는 자산이 생길 수 있다. 이미 항셍지수를 빼고 신탁 상품을 만든 곳은 안정적인 실적을 낼 것”이라며 “은행 간 얼마나 우량 신탁을 많이 판매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향후 신탁 관련 상품 등이 늘어나고, 기존 신탁에 대해 잘 모르던 금융 소비자들도 서서히 관심을 보인다”면서 “은행에서 영업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인데, 향후 금융당국의 규제가 완화된다면 시장이 더 커질 여지는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의 제도 손질 움직임과 은행권 비이자이익 확대 드라이브로 인해 신탁 시장은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떠올랐다. 해당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4대 은행의 3분기 혹은 하반기 신탁업 성적표는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업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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