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만기 미스매칭' NH투자증권, 선제 배상 주목받는 이유는?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9.27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NH투자증권이 이례적으로 국내 증권사 사이 고질적인 관행으로 꼽혀온 ‘만기 미스매칭(불일치)’ 운용 전략에 따른 투자자들 평가 손실을 자발적으로 보상하며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타 증권사들도 눈치 보기에 나설 수 있다는 업계 전언이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지난 7~8월 내부 감사를 끝내고 최근 채권형 랩 상품 관련 만기 불일치 전략으로 손실을 본 법인 고객들에게 손해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배상 규모는 100억원 대로 알려졌다. 배상 대상은 랩 어카운트에 한정됐고, 특정금전신탁은 빠졌다.

NH투자증권 사옥 전경 [사진=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 사옥 전경 [사진=NH투자증권 제공]

랩 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은 일임형 자산 관리 상품 중 하나로 개인별로 하나의 종합 자산 관리 계좌를 개설해 그 안에서 증권사가 직접 주식이나 채권, 파생 상품 등을 분산 투자하는 걸 의미한다. 즉 증권사가 고객 목돈을 굴려 수익을 올려주는 대신, 고객은 운용 수수료를 지급하게 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난해 증권업계에선 랩·신탁 상품을 판 증권사들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고객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증권사는 랩·신탁 가입 고객들의 단기 자금으로 중장기 고위험 채권에 투자하는 만기 불일치 운용을 이어왔다. 일부 증권사는 고객에게 수익률을 약속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만기 1~3년짜리 장기 기업 어음(CP) 등을 집중 편입했고, CP 상품을 대거 편입한 증권사들은 서로 ‘채권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자금 시장 경색 국면에서 손실은 악화됐고, 장기채들의 평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고객들이 대규모 환매를 요청했지만 이후 환매를 요청한 고객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불일치 기법 활용 등 운용 과정에서 업계 전반 관행이 채권 시장 하락에 따른 영향을 확대한 면도 있다는 지적이지만, 이를 불법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 중이다. 고객 손실을 막고, 랩·신탁 등에 편입된 채권을 수익률 관리 목적으로 매매해 돌려막기 거래를 하는 것을 영업 수단으로 봐야 하는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부터 랩·신탁 업무 실태 집중 점검과 채권 돌려막기 의혹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현장 검사를 받았다. 검사 초기 엄정 조치를 약속했던 금감원은 최근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끝으로 검사를 마무리 지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일부 증권사의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금감원은 고객 불편 소식이 전해지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2차 점검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감원이 검사하지 않은 곳은 DB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4개사다.

그런데 NH투자증권이 ‘귀책 사유’라고 판단하고 선제적 보상을 실시하게 되면서 타 증권사들은 계산이 복잡해진 모양새다. 시장의 잘못된 관행이 증권사 손실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투자자와 소송을 앞둔 다른 증권사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 증권사는 선제적 보상을 아직 검토하지 않거나, 금감원 조사 결과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결과가 나와야 어떻게 조치할 건지, 어떻게 배상 계획을 세울 건지 정할 텐데, 증권사들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결국 NH투자증권의 이러한 행보는 금감원이 제재에 나서기 전 자체적인 문제 해결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업계 부조리한 관행을 근절하고 고객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물론 전체 손실 발생액 일부에 해당하는 규모라 대상을 넓힐 경우 배상액이 더 커질 여지는 남아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해 이후 채권 가격이 급락해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채권형 랩 상품 손실 확대가 이슈화됐는데, 불일치 기업 활용 등 운용 과정에서 업계 전반의 관행이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면서 “NH투자증권은 지난 7~8월에 걸쳐 내부 감사를 통해 채권형 랩 상품 운용 과정에서 잘못된 업계 관행이 있었는지 철저한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충분한 법률 검토 및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일부 법인 고객에게 적절한 배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대형 증권사가 스스로 잘못된 영업 행위를 인정하고 배상을 결정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후문이다. 당국 및 업계에선 NH투자증권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한 만큼 다른 증권사들도 순차적으로 배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