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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유통업계 양대산맥, 컬리와 오아시스의 사뭇 다른 행보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10.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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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광경. 평소 장 볼 시간이 부족해 주로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직장인 A씨(31). 장을 봐야 하는 시기가 되면 주로 신선배송업체를 통해 상품을 고르고 구매해 왔다. A씨의 특징은 한 곳만 주기적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때에 따라 필요한 상품을 더 많이 보유한 업체를 골라 그 곳에서 주문하는 식이다. A씨가 이런 방법을 취하는 이유는 업체마다 취급하는 품목 구색이 달라서다. 매번 비교해야 하는 탓에 다소 불편함도 존재하지만, 나름대로 만족하며 해당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신선배송업체 양대 산맥으로 종종 함께 이름이 언급되곤 하는 컬리와 오아시스마켓. 언뜻 보면 비슷한 상품 구색에, 새벽배송 강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것까지 별다른 차이점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러나 명백히 다르다. 특히 큐레이션 면에서 두 업체는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신선배송업체 컬리와 오아시스마켓. 비슷해보여도 큐레이션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선배송업체 컬리와 오아시스마켓. 비슷해보여도 큐레이션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먼저 컬리에서는 친환경 및 유기농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오아시스마켓과 다른 점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로 직접 마트에 가지 않아도 컬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컬리 가치관을 접목한 고품질 상품을 전 세계 각국에서 들여와 컬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독보적 상품들로 구색을 갖췄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7월 6일 ‘2023 컬리 푸드 페스타’에서 만난 박태경 컬리 가공 MD도 “컬리 내에서 실제 수요가 많은 올리브 오일의 경우 해외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직접 선별해 들여오고 있다. 이중 호텔로 나가는 제품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상품 입점 시 ‘품질’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판단해 매주 금요일 진행되는 ‘상품운영위원회’를 통해 70여가지 항목으로 100개 이상 제품을 평가하고 들여온다는 점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노하우는 김슬아 컬리 대표에게서 나온 것으로, 김 대표는 “가격을 낮추는 것과 품질을 올리는 것 중 컬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품질의 상품을 파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컬리 관계자는 “큐레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품위원회를 통해 꼼꼼하게 상품을 선택해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의 총 가짓수도 3만개 정도로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친환경∙유기농 상품을 표방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전신은 우리생협이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에 따르면 상품 하나를 들여오더라도 성분 검토를 철저히 한다. 원산지부터 향미증진제, 색소, 방부제 등 첨가물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따진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입점 기준이 까다롭다.

라면이 최근에야 오아시스마켓에 입점된 것도 그래서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판매되고 있는 라면 제품은 총 18개. 이마저도 농심과 풀무원 상품이 대부분이다.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라면과 함께 대표 밀가루 식품인 빵을 검색해 봐도 마찬가지다. ‘천연발효종’, ‘유기농’, ‘통밀’, ‘우리밀’이란 단어만 눈에 띈다. 그도 아니라면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신라명과 제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정도다. 상품 구색에서 이미 가짓수보다 친환경과 유기농이라는 기준이 우선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오아시스마켓은 완제품보다 식재료를 주로 취급하는 곳이기도 하다. 신선배송업체로 강자 없던 이커머스 시장에서 컬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우뚝 서게 된 배경이 여기 있다. 몸에 좋은 상품만을 취급하겠다는 기조 아래 신선도가 중요한 이들 식재료를 새벽배송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층도 이에 맞게 분포돼 있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에 따르면 직접 식재료를 구매해 집에서 요리하는 중장년층 세대가 다수라는 설명이다.

두 업체를 비교해 봤을 때, 상품 구색이 소비자 구매 결정 요소에서 중요하게 작용된다는 점으로 보면 컬리가 더 우세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사용자 기준 지난 9월 컬리 앱 MAU(월간 실사용자 수)는 230만명대로 같은 기간 오아시스마켓 앱이 28만명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8배 많다. 같은 기간 앱 사용 시간도 컬리는 190만대였지만, 오아시스마켓은 26만대 시간을 기록했다.

규모만 보아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 오아시스마켓도 상품 구색을 늘리기 위해 택한 방법이 이랜드킴스클럽과의 제휴다. 지난해 9월 킴스클럽과 함께 오픈한 온라인몰 ‘킴스오아시스클럽’을 비롯해 킴스클럽에도 숍인숍 형태로 입점했다. 킴스오아시스클럽을 통해 킴스클럽의 다양한 PB 상품을 오아시스마켓 식품과 함께 판매하고, 킴스클럽 매장에 방문하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오아시스마켓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친환경 제품으로 킴스클럽의 상품 구성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킴스클럽 강남점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돼 있는 '킴스오아시스마켓' 모습. [사진=현명희 기자]
킴스클럽 강남점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돼 있는 '킴스오아시스마켓' 모습. [사진=현명희 기자]

실제 오아시스마켓의 상품 입점 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이랜드킴스클럽에서도 오아시스마켓의 제품 품질을 높이 평가해 제휴를 맺게 됐다는 설명이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와 윤성대 이랜드리테일 대표가 연세대 동문으로 상호 신뢰가 두터워 맺어질 수 있었다는 후문도 있다.

결과적으로 상품 구색 측면에선 두 업체가 경쟁적으로 자사 몰에 특화된 제품을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취급 품목의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취향과 입맛에 따라 업체를 택해 활용되고 있어, 브랜드 충성도 또한 점점 낮아지고 있는 트렌드와도 그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벽배송 시장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업체가 나타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이들의 향배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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