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키움증권 증거금률 40%, 주가조작 방치?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0.23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키움증권이 연이은 주가 조작 의혹에 함께 휘말리며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발생한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이 드러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폭락 사태가 아직 잔불로 남아 있는 가운데, 이번엔 시세 조종 세력의 놀이터가 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형국이다.

발단은 영풍제지 주가 급락으로부터다. 올해 들어 700%가 넘는 주가 상승률로 작전주 의심을 샀던 영풍제지는 지난 18일 하한가로 급락하고 19일부터 금융당국에 의해 거래가 정지됐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풍제지 시세 조종꾼들은 100여개 계좌를 동원해 최근 11개월 동안 주가를 12배나 끌어올렸다.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들은 소수의 계좌에서 시세 조종 주문에 집중할 경우 범행이 드러날 수 있다고 판단, 다수의 계좌를 동원해 범행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키움증권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혐의 계좌 중 상당수가 키움증권에서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영풍제지 종목에 대해 고객 위탁 계좌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은 키움증권 반년 치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거액이다.

이 때문에 키움증권은 하한가 발생 직전까지 사실상 리스크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른 주요 증권사와 달리 종목 증거금률을 낮게 설정했다가 시세 조종에 키움증권 계좌가 대거 악용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키움증권이 주가 조작 세력에게 판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순차적으로 100%로 상향 설정했다. 증권사가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면 해당 종목은 오로지 현금으로만 매수 가능해 미수거래가 차단된다. 미수거래 증거금률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일 때 최대 한도를 정하는 현금 비율이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가 터진 지난 18일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거래가 정지된 19일에서야 100%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증거금률을 40%로 설정했다면 현금 40만원만 있으면 주식 100만원어치를 살 수 있고, 나머지 60만원은 실제 주식이 계좌로 입고되는 날 이전까지만 납부하면 된다. 결제일까지 미수금을 내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에 들어간다. 키움증권이 공시한 미수금 4943억원은 증거금률 40%일 때 8238억원의 미수거래에서 발생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의 ‘금융투자회사의 리스크 관리 모범 규준’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종목별 재무 현황, 가격 변동성, 신용거래 융자 비중, 유동성, 기타 시장 정보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해 증거금률을 산정한다. 또 해당 모범 규준을 근거로 시장 상황에 따른 변동성, 거래소의 시장 조치 등을 모니터링하며 신용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증거금률은 일반이 40%다. 낮으면 20~30%고, 높으면 100%”라며 “증거금률은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 시가 총액이나 거래 대금, 수익성, 자금 구조 등을 판단해 문제가 있으면 100%로 지정한다. 그런데 키움증권이 판단하기엔 투자 경고 종목은 아니었다. 유동성도 풍부했고, 종목 자체가 자산주라 100%까진 설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내부 판단을 내린 것이다. 기준에 의해 판단했는데, 다른 데가 막혀 있으니 주가 조작 세력이 (키움증권 쪽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미흡이 드러난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계속해서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한 것이 화를 키웠다는 의견이다. 대부분 증권사 조직엔 리스크를 관리하는 본부가 따로 있다. 키움증권 역시 관련 본부 내 위험 종목을 골라내고 증거금률을 산정하는 심사부를 두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말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활용한 ‘라덕연 주가 조작 사태’ 이후 증권사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이상 거래를 감지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왔다. 그런데 그 사건의 진원지인 키움증권에서 또 다시 내부 통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는 중이다.

업계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작전이 의심된다는 얘기가 파다했는데, 키움증권이 기민한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증거금률 40%라면 주가 조작 세력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면서 “쉽게 말해 다른 증권사는 증거금률을 100% 올리면 현금이 100%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안 빌려준다. 증권사는 중개해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다. 피해를 봐도 고객이 100% 보게 된다. 그런데 키움증권의 경우에서 증거금률을 40%로 맞춰놨다는 것은 증권사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꼴이 된다. 그러다 보니 주가 조작 세력 입장에선 작전을 하기에 키움증권이 쉬워 보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들도 “거래를 열어둠으로써 회사도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열어뒀을 가능성도 있다”, “금투협회에서 증거금률 관련 가이드라인이 내려오는 데 증권사마다 상이하다. 타 증권사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고, 키움증권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키움증권 본사 전경 [사진=키움증권 제공]
키움증권 본사 전경 [사진=키움증권 제공]

금융당국 시선도 곱지 않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키움증권을 비롯한 증권가 전반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고 있진 않은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당국 측은 “업계 전반에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점검하고 리스크 관리 실태에 대해 들여다 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키움증권은 23일부터 에코프로, 포스코DX,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15개 종목에 대해 기타 미결제 위험 증가를 이유로 미수 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