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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판촉비 분담의무 상시 완화...편의점 불공정거래도 개선될까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11.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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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대규모유통업체들이 판촉행사의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당국이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자의 판촉비용 분담의무를 덜어주는 대신 과징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책을 내놓자 그 효과를 두고 업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판촉행사 비용분담규정 제도개선방안은 유통‧납품업체 매출 증대, 재고소진 등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높이고 불공정행위 근절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선중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정책관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유통-납품업체 간 공동 판촉행사 비용 분담규정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중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정책관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유통-납품업체 간 공동 판촉행사 비용 분담규정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 상 대규모유통업체가 납품업체와 함께 판촉행사를 진행하는 경우 최소 50% 이상 판촉비용을 분담해야 하는데,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다른 납품업체와 '차별화'되는 판촉행사를 실시하겠다고 요청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통업황이 어려워지자 공정위는 자발성·차별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연장해오다 이번에 법으로 못 박았다. 한시적인 가이드라인 운용으로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수용해 '판촉행사 비용 50% 분담 의무'를 폭넓게 면제해 주는 임시 조치를 상시화한 것이다.

유통업체가 행사의 기간·주제·홍보·고객지원방안 등 판촉 행사를 기획하더라도 참여 납품업체를 공개 모집해 자율적인 참여를 절차적으로 보장할 경우 자발적인 행사로, 납품업체가 상품의 할인 품목과 할인 폭을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 차별적인 행사로 보게 된다. 이 내용은 '대규모유통업 특약매입 심사지침'과 '온라인쇼핑몰 심사지침'에 반영해 오는 20일까지 행정예고를 추진하게 된다.

대신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정액과징금 상한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두 배가량 올린다. 아울러 판촉비용 부담전가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3배소) 신설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그간 한시적으로 운영해 왔던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심사지침에 반영하고, 비용분담 의무 예외 사유인 자율성 및 차별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상시적으로 완화한 것”이라며 “최근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이어지고 매출 부진, 재고 누적, 고물가 등으로 유통업체∙납품업체∙소비자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고려해 납품업체와 유통업계 의견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 업체의 85%가 가이드라인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94%는 가이드라인 운영으로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이번 제도개선과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업태는 편의점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2년 유통 분야 거래 관행 서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래 관행 등과 관련해 대부분 업태에서는 2021년에 비해 개선됐다는 응답률이 높았지만, 편의점만 2.4%포인트가 하락한 92.9%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특히 납품업체가 편의점과의 거래에서 경험한 판촉비용 부담 전가(5.8%) 비율이 다른 업태 대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판촉비용 부담 전가' 경험 비율에선 편의점이 다른 업태 대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응답 결과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판촉비용 부담 전가' 경험 비율에선 편의점이 다른 업태 대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응답 결과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2020년 2월 공정위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2014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납품업체와 338건의 판촉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체 판촉 비용의 50%를 넘는 23억여원 상당을 납품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6억74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BGF리테일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에는 공정위가 BGF리테일을 상대로 유통 분야 거래 관행 서면 실태조사에 의거해 위반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BGF리테일 관계자는 “특별한 이슈나 배경이 있어 조사받는 게 아닌, 업계 전체 조사 차원에서 실시한 것으로 2020년 판촉비용 부당 전가 사유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후 이와 관련해선 바로 개선 조치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에서도 와인 수입사 협력업체에 판촉비용 부당 전가 사례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GS25 측에서 먼저 와인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행사를 기획하면서 할인 비용은 광고비 명목으로 협력업체가 부담하도록 제안했다는 것이다. 다만 GS리테일 관계자는 “행사 사전 협의 과정에서 실무자 간 소통이 미흡해 발생한 사안”이라며 “일부 주류 수입사들이 먼저 요청해 기획된 행사다. 수입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 진행했고 희망하지 않는 업체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판촉비용 부당 전가와 관련된 사안은 이처럼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쟁점이다. 이번 개정안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이를 포함한 대규모유통업법 전체에 대한 개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8월 한국경쟁법학회가 주최한 ‘대규모유통업법의 법체계적 지위와 주요 쟁점’ 세미나에선 편의점·TV홈쇼핑·백화점·온라인쇼핑·체인스토어·T커머스 등 6개 유통협회가 함께 자리해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한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규모유통업법 내용 중에서도 판촉비용과 관련해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규모유통업자 입장에서는 부담해야 할 판촉비용보다 획득할 수 있는 이익이 적다면 판촉 행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예외 규정을 담은 가이드라인으로 이는 일부 보완됐지만, 다수의 납품업자가 판촉비용 관련 법 규정 자체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규정 개선으로 향후 판촉비용 사안에서만큼은 불공정거래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이번 개선을 통해 유통업체와 납품업체의 매출이 늘고, 재고 소진도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할인에 따른 소비자 효용도 증대될 것"이라고 기대효과를 밝혔다. 각종 조사에서 다른 유통업자 대비 판촉비용 부담 전가가 많았던 것으로 드러난 편의점 쪽에서도 개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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