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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TRP, 그 오해와 진실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1.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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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대표님, 3개월 간 교육 받으세요.”

대표가 직원들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합당한 절차를 거쳐 내부 개선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일을 상상할 수 있는 직장인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마치 꿈이나 다름없어 ‘상상 속의 일터’, ‘신의 직장’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이를 현실화시킨 기업이 있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로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다.

이 프로그램은 ‘신뢰 회복 프로그램(TRP)’이라고 불린다. TRP는 국내외 일반 기업에서 활용 중인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과 비슷한 제도로 반복적으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직원의 능률 향상을 위해 실시된다.

토스 로고 [사진=연합뉴스]
토스 로고 [사진=연합뉴스]

토스 TRP는 부적절한 언행과 회의 지각 등으로 조직에 해를 끼치는 직원을 내부로부터 제보받음으로써 진행된다. 제보를 접수한 인사팀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위원회를 꾸리는데, 위원회는 인사팀과 해당 직원이 속한 부서의 팀장급 인원 2명과 TRP 대상 직원이 직접 뽑은 인물로 구성된다. 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해당 직원 행동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TRP가 본격적으로 가동돼 해당 직원에 최적화된 신뢰 회복 목표를 설정한다. 이후 3개월 동안 성과를 지켜보고 목표를 달성할 경우 프로그램을 마친다.

토스는 인원 증가에 따른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TRP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자율과 책임을 중요시하는 기업 성격상 별도의 인사고과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TRP를 통해 동료 간 신뢰 회복과 조직 성과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다.

적용 범위는 팀원뿐만 아니라 대표이사까지로 업무 연관성이 있는 직원 중 업무 성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동일하게 TRP를 접수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행동상의 문제로 인한 직원을 위해 전문가들이 개선책을 함께 마련하고, 3개월 동안 관찰하며 개선을 지원한다. 개선되지 않는다면 관찰 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어 직원의 능률 향상을 끝까지 책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 계열사 이직, 권고사직을 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토스 TRP를 두고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바로 프로그램이 악용됐을 때 오히려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하고 직장 내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스가 TRP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선 2021년 폐지됐던 스트라이크 제도가 부활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토스 스트라이크 제도는 팀에서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접수되면 스트라이크를 받게 되고, 이를 3번 받으면 퇴사를 권고받는 제도다. 스트라이크 제도 역시 토스가 인재 밀도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토스는 입사 지원자와 재직자 모두 충분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조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이 프로그램엔 몇몇 허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제보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직원들끼리 제보를 볼모로 한 갑질이 이어질 수 있다. 조직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오히려 서로를 견제 넣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특히 권고사직은 기업이 인원을 감축하거나 성과가 저조한 직원을 퇴사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즉 신뢰 회복을 목표로 만든 프로그램이 직장 내 불신 조장으로 바뀌는 셈이다.

또 위원회 구성원에 따른 실효성 문제도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위원회 구성원 3명이 평균의 능률을 내는 직원을 작정하고 낙인찍은 뒤 저성과자로 만들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목당한 직원은 위원회 구성원에 자신을 보호해 줄 직원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실제 문제가 있는 직원인데도 모종의 거래 등으로 미리 손을 써 변호인단을 구성한다면 프로그램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토스 측은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케어 프로그램일 뿐, 목적 자체가 권고사직, 해고 등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스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스트라이크 제도와 TRP는 모두 해고나 권고사직을 전제하지 않는다”면서 “스트라이크 제도는 스트라이크를 한 번 받은 직원은 스스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TRP는 회사가 함께 플랜을 짜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3개월 동안 함께 계획을 짜고, 목표 달성, 개선이 잘 실천되는지 체크해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트라이크 제도는 문제가 있는 직원을 신고하면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스트라이크를 적용하는 반면, TRP는 단순 신고, 제보만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TRP 대상자로 지목되기 전 직원들끼리 먼저 해결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후 개선되지 않으면 그 때 TRP를 신청하게 된다. 지목당한 직원은 해당 팀의 팀장급 임원, 인사팀의 팀장급 임원, 그리고 지목당한 직원이 지정한 다른 직원이 위원회로 구성된다. 세 명이 모두 동의해야 TRP 대상이 되기 때문에 지정 자체도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 소개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토스 TRP 관련 글 [사진=블라인드 캡처]
기업 소개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토스 TRP 관련 글 [사진=블라인드 캡처]

토스 측은 악용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반박했다.

토스 관계자는 “물론 신고자가 사전 모의를 하거나, 지목당한 직원이 손을 써 다른 직원을 포섭할 확률이 0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을 주변 동료들이 모두 알게 된다. 만약 TRP 대상자와 친하다고 해서 무조건 감싸는 판단을 하기엔 자신의 평판이 깎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래 기업에 새로운 조직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자리 잡히는데 있어 잡음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오해를 풀고 보다 실용적인 제도로 활용되기 위해선 토스가 더욱 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직원들의 공감을 폭넓게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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