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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에 국내 카드사가 살아남는 법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11.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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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올해 유독 카드사 분위기가 조용하다. 유통가 등이 연말 성수기 시즌을 맞아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이벤트 준비로 시끌시끌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유는 올해 1분기부터 지속된 카드사 수익 악화 때문이다.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고금리로 인해 경영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은행업과 다르게 예∙적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로서는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관계로 위기 상황 속에서 대출 심사 강화, 카드론 금리 인상, 알짜카드 단종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본업에서 벗어난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기도 하지만, 당장의 실적 회복에는 영향력이 미미하다. 한동안 고금리가 지속될 예정이어서 카드업계는 우울 그 자체다.

고금리로 인해 카드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올해 연말 성수기 시즌에도 카드사는 조용한 분위기다. [사진출처=픽사베이]
고금리로 인해 카드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올해 연말 성수기 시즌에도 카드사는 조용한 분위기다. [사진출처=픽사베이]

21일 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롯데·현대·BC) 중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들은 올해 연말 프로모션을 진행하지만, 이외 오너 카드사들은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사 실적 부진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8개 카드사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84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61억원보다 4.02%가 줄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도 당기순이익 1조4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5% 감소한 바 있다.

그 배경으론 계속된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 지적된다. 업체별로 현대카드 조달금리가 평균 3.08%대로 가장 높았으며, 삼성카드(2.67%), KB국민카드(2.33%), 신한카드(2.16%) 등이 뒤를 이었다. 시장 금리 상승으로 여전채 발행 금리 등도 덩달아 높아지면서 조달금리도 높아진 것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액 증가를 불러왔던 연체율도 상승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들이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두는 비용이다. 적립액이 늘어날수록 비용도 증가하게 되면서 순이익이 감소하므로 카드사 업황을 판단하는 데 참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NH)와 삼성카드의 3분기 말 기준 연체율 평균은 1.32%로, 전 분기 말(1.25%) 대비 0.07%p, 전년 동기(0.81%) 대비 0.51%p 올랐다. 그중에서도 KB국민·우리·하나 3곳은 연체율이 2%를 넘어가기도 했다. 하나카드 연체율이 2.25%, 우리카드 2.10%, KB국민카드 2.02%였다.

연체율 증가로 3분기까지 누적된 대손충당금은 신한카드 6381억원, 삼성카드 5617억원, KB국민카드 5205억원, 하나카드 3923억원, 우리카드 3124억원 등이다. 특히 KB국민카드는 전년 동기(2670억원) 대비 94.9% 증가했다.

업황이 부진하면서 카드사는 허리띠를 조여 맸다. 조달금리 인상을 반영해 현금서비스(단기대출)와 카드론(장기대출), 리볼빙 등 대출상품 금리를 올린 것이 첫 번째다. 결과는 운용수익률 증가로 나타났다. 3분기 운용수익률은 삼성카드가 15.62%로 가장 높았고, 현대카드(10.83%), KB카드(7.85%), 신한카드(6.56%) 등의 순으로 4개 카드사 평균 10.22%였다.

당기순이익을 놓고 보면 실질적인 수익성은 악화된 상황이나, 대출상품 금리 상승으로 카드사로선 본업에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다만 그 여파로 차주가 궁지에 몰렸다. 특히 취약 차주는 은행 대출이 어려워 카드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드론 금리가 높아지면서 다시 심사받아 대출받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급증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롯데·BC)의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17.51%로, 전달(17.46%)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리볼빙 평균 금리 또한 전달(16.37%)보다 0.18%포인트 증가한 16.55%였다. 카드론 평균 금리만 하락했다. 전달 14.10%에서 14.07%로 0.03%포인트 떨어졌지만, 다시 상승할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같은 시기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4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카드사 대출 문턱은 더 높고 깐깐해진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대출태도 지수는 2분기 -6에서 3분기 -7, 4분기 -9로 점점 낮아졌다. 플러스(+)면 대출 태도가 완화된 것으로 보지만, 마이너스(-)는 대출 태도가 강화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대출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으로 해석된다.

카드사가 허리띠를 조여 매면서 취약 계층을 비롯한 차주들의 상황도 어려워졌다. [사진=연합뉴스]
카드사가 허리띠를 조여 매면서 취약 계층을 비롯한 차주들의 상황도 어려워졌다. [사진=연합뉴스]

취약 계층에만 여파가 큰 것은 아니다. 카드사 수익성 악화로 올해 상반기에는 ‘알짜카드’ 또한 무더기로 단종됐다.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롯데·BC)은 신용카드 139개, 체크카드 20개의 신규 가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단종된 신용카드 79개, 체크카드 37개와 비교해도 그 수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고금리로 인한 카드사 실적 부진이 소비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경기도 더욱 악화된 모습이다. 카드사가 최근 새로운 수익원으로 제휴카드로 불리는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PLCC를 가장 먼저 시작한 현대카드가 대표적으로,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현대카드가 시장에 내놓은 제휴카드만 총 40여개다.

최근에는 우리카드가 이달 16일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 그룹과 손잡고 카드 2종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이 카드는 해외 럭셔리 호텔 2인 무료조식과 식음업장 크레딧, 전 세계 라운지와 KAL 리무진 무료이용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카드도 지난 9월 싱가포르항공의 로열티 프로그램인 크리스플라이어 멤버십 혜택을 담은 싱가포르항공 제휴 카드 및 CJ올리브네트웍스과 손잡고 CJ ONE 제휴처의 다양한 혜택을 적용한 ‘CJ ONE 프리즘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카드업계는 본업으로 인한 실적 개선이 요원해지자 신사업을 통한 수익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 카드사가 진출한 신사업으로는 마이데이터, NFT(대체불가토큰), 알뜰폰, 렌털샵 등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그러나 신사업이 수익을 견인할 수 있게 되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실적 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경기가 좋지 않아 본업만으로 수익 창출이 어려워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당장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이 캐시카우 정도는 아니다. 다양한 수익원 발굴의 과정에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업계는 내년을 기약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관계자도 “내년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론 상황이 급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달 ‘2024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금융산업을 전망하면서 “여전업은 여전채 조달비용 부담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용카드업은 명목소비 둔화로 결제 부문이 보합세에 그치고, 조달비용과 충당금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24년 금융산업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리라 보면서도, 업종 간 차별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전하며 “시장조달에 의존하는 여전업은 유의해야 한다. 전쟁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전체 금융업의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무리한 성장보다는 내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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