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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크리스마스 대목 맞은 백화점업계, 튀어야 산다!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12.1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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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지난달 14일 오후 2시. 더현대 서울 ‘H빌리지’에 방문하기 위해 예약 페이지에 접속해 봤지만 헛수고였다. 유명 스타 콘서트를 예매할 때처럼 치열한 ‘티켓팅’을 방불케 한다. 화면 속 숫자(시계)가 바뀌기만을 기다리다 예매 오픈 시간에 맞춰 접속을 시도했지만, 화면에선 예약 페이지 대신 ‘준비된 수량이 모두 예약되었습니다’란 메시지만 남은 채였다.

H빌리지는 더현대 서울이 3천300㎡(약 1000평) 규모로 구현한 크리스마스 마을 콘셉트의 체험 공간이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색다른 콘셉트로 체험 공간을 열어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인증샷 성지’로 인기가 뜨겁다. 크리스마스 대목을 맞아 더현대 서울을 포함한 백화점업계는 이처럼 각기 다른 콘셉트와 매력으로 특화된 공간을 마련해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 시기 크리스마스라는 이벤트와 맞물려 고객 유입이 특히 증가하면서 백화점 매출도 덩달아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더현대 서울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연출한 5층 사운즈 포레스트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더현대 서울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연출한 5층 사운즈 포레스트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 현장 예약 후 2시간 만에 입장…곳곳엔 인증샷 행렬

지난 5일 오전 11시 20분. 더현대 서울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 30분보다 1시간가량 늦게 현장에 도착해 H빌리지 입장 대기 시스템에 등록하고 나니 대기번호 ‘941번’을 받은 시각이었다. 입장순서는 667번째. 앞서 이미 약 270팀이 현장 대기 후 입장을 마친 상황이었다. 이어 낮 12시 20분이 되자 약 290팀이 줄어 376번째, 다시 한 시간 뒤인 오후 1시 17분에는 295팀이 줄어든 81번째가 됐다. 곧이어 오후 1시 36분이 되자 H빌리지에 입장할 수 있었다. 약 2시간에 걸친 기다림이었다. 온라인 예약에 실패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입장과 동시에 마주한 것 역시 긴 대기 행렬이었다. 예쁘게 꾸며진 트리 앞에서 인증샷을 촬영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이었다. 뒤따라 입장한 관객들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사진 촬영을 뒤로하고 가까스로 빠져나와 H빌리지의 메인 장소인 11m 높이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앞을 찾았을 때도 관객들은 저마다 트리 주변으로 자리를 잡고 인증샷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었다. 인증샷 성지로서의 인기가 실감되는 광경이다.

자리를 옮겨 인적이 한산해 보였던 부티크(상점)로 들어서니 이번엔 한 단호한 목소리가 걸음을 붙잡았다. 뒤에 선 여성 고객이 “여기 들어가시면 안돼요. 지금 여기 다 줄 서 있는 거예요”라고 외치기에 돌아보니 부티크 내부에서 인증샷을 촬영하기 위한 또 다른 긴 대기 행렬이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다른 고객들은 “이게 다 줄이야? 뭐 하나 하려면 다 줄 서야 돼”라며 저마다 한마디씩 하곤 행렬을 피해 갔다. 그곳뿐만은 아니었다. H빌리지 내 설치된 몇몇 부티크들 앞에선 인증샷을 촬영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촬영대기 줄만 여럿이었다.

더현대 서울 'H빌리지' 내 한 부티크(상점) 앞에 늘어선 사진 촬영 대기 줄. [사진=현명희 기자]
더현대 서울 'H빌리지' 내 한 부티크(상점) 앞에 늘어선 사진 촬영 대기 줄. [사진=현명희 기자]

◆ 트렌드 선도한 덕에…연 매출 1조원 달성

H빌리지 기획∙제작에 참여한 VMD(시각적 상품기획자)의 어머니조차도 현장에서 대기만 하다 H빌리지 입장에는 실패했다는 후문이다. 현장 예약은 H빌리지 근방에 놓인 안내판의 QR코드를 통해 예약 후 차례가 돼야만 입장할 수 있는데, 특히 인파가 몰리는 주말의 경우 긴 대기 행렬 끝에 언제 순서가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연일 더현대 서울 개점 시간에 맞춘 ‘오픈런’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온라인 예약에 성공하거나, 현장에 일찍 도착해 예약을 시도하는 방법으로만 H빌리지 입장이 가능하다.

더현대 서울이 이렇게 주목받는 데에는 일찍이 팝업스토어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은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다. ‘팝업스토어의 성지’란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크리스마스 대목에도 입소문을 타면서 장사진을 이룬 것이다.

실제 2021년 개점 이래 더현대 서울이 2년간 연 팝업스토어는 개수만 300개, 다녀간 고객 수는 460만명에 달한다. ‘MZ세대의 놀이터’라 불릴 만큼 백화점업계에서 공간 혁신을 주도하며 이끌어낸 결과다. 지난 2일에는 올해 누적 매출(1월 1일~12월 2일)이 1조원41억원을 달성하면서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최단기간 연 매출 1조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발 디딜 틈 없던 현장 분위기와 더불어 H빌리지 인기도 실제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픈 이후 방문한 고객 수만 일평균 주중 5000명, 주말은 1만명에 달한다. 현재 크리스마스 마켓을 진행하고 있는 더현대 서울·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판교점·킨텍스점의 총매출도 이달 초 기준 목표 대비 200% 이상 신장했다.

◆ 업계서도 크리스마스 마켓 릴레이…방문이 곧 구매로

모객이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는 백화점업계에선 이러한 더현대 서울의 성공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신세계·롯데백화점도 올해는 화려한 외관 장식에 이어 크리스마스 마켓을 새롭게 연 이유다.

신세계는 본점 외관에 375만개의 LED칩을 사용한 역대 최대 규모의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3분가량의 크리스마스 영상 송출로 방문객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내부로도 방문이 이어지도록 본관 4층과 신관 3층을 잇는 연결 통로를 활용해 홀리데이 선물 상점인 ‘더 기프트 숍’을 열었다. 오너먼트(트리 장식품)을 비롯해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한 디저트 등을 판매하면서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공간 분위기를 연출해 본점 외부 및 내부에서 모두 인증샷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관 내부 연결 통로에 마련된 '더 기프트 숍'에서 고객들이 상품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현명희 기자]
신세계백화점 본관 내부 연결 통로에 마련된 '더 기프트 숍'에서 고객들이 상품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현명희 기자]

롯데월드몰과 타워는 몰 앞에 6000㎡ 규모의 ‘잠실 크리스마스 타운’을 조성하고 크리스마스 정원뿐만 아니라 2000㎡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새롭게 만들었다. 내부는 크리스마스 테마의 상품, 먹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 채워 구경 요소를 더했다. 몰 내부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포토존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 결과 12월 첫 주말인 2~3일에는 47만명이 방문했고,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4일까지는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지난해 대비 21% 증가했다.

백화점업계가 목표하는 바는 ‘구매 전환 효과’다. 방문객 수가 늘어나면 매출도 증가하므로 업계가 크리스마스 대목을 맞아 크리스마스 테마로 장식한 포토존, 마켓 등 공간 마련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더불어 백화점 풍경도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이 중심인 시대가 됐다지만 백화점업계에서만큼은 오프라인의 가치가 ‘재발견’된 셈이다. 올해 백화점들이 연달아 오픈한 크리스마스 마켓도 그 일환인 것.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백화점업계에 시선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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