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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사회에 대비하는 은행들의 자세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4.03.2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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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 2017년 고령 사회로 접어든 이후 고령화 현상이 해가 갈수록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에 시중 은행들이 시니어 고객을 위한 특화 금융 점포 및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 인구(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했다. 특히 총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 2070년에는 46.4%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이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손잡고 고령층 비대면 금융 활용 능력 향상과 디지털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시니어 디지털 금융 교육'을 실시한다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손잡고 고령층 비대면 금융 활용 능력 향상과 디지털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시니어 디지털 금융 교육'을 실시한다 [사진=KB국민은행]

그런데 일하는,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고령자는 늘어나고 있다.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3265명으로 고용률은 36.2%를 기록했다. 2012년과 비교했을 때 6.1%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이에 비해 65세 이상 고령자 중 비취업자는 2012년 69.9%에서 63.8%로 지속 감소 중이다. 또 2022년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은 전년 대비 4316만원 증가한 4억5364만원으로 나타났다.

주머니 사정이 준수한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며 시니어 금융에 대한 중요도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특히 요즘 시니어들의 금융 서비스 이용은 과거 기성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은행권의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행한 ‘대한민국 금융 소비자 보고서 2024’에 따르면 1965년생 이상 베이비붐 세대의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및 빅테크 거래율이 전년 대비 각각 54.8%에서 65.5%, 80%에서 87.7%로 증가했다. 시니어들은 디지털에 서툴고 이를 기피할 것이란 편견이 지배적이었는데, 디지털 채널 강화에 기꺼이 적응하고 따라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모바일 금융 성장을 사실상 견인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베이비붐 세대는 어느 정도 자산이 형성돼 있으며 기존 거래기관과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퇴직금 수령 등 금융 거래의 변곡점이 될 라이프 이벤트가 포함돼 있는 시기라 자산 관리 니즈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의 금융 서비스 이용 행태 변화는 본격적인 ‘머니무브’가 뒤따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시중은행 입장에서 이러한 니즈를 확실히 긁어주면 시니어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시니어 고객들을 위해 특화 점포 개점부터 맞춤 디지털 교육까지 힘쓰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 특화뿐만 아니라 온라인 금융 교육도 병행해 취약계층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손잡고 고령층의 비대면 금융 활용 능력 향상과 디지털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한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2019년부터 시작된 교육은 전문가가 협력 기관을 방문해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까지 239회를 개최했고 올해는 총 110회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영업점 방문 없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KB시니어 라운지도 운영 중이다. 이동형 점포로 고령층 고객들이 자주 찾는 복지관 등을 찾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고령 인구가 많은 강서·구로·노원·은평·중랑 5개 행정구에서 운영했고, 지난달부터는 인천광역시(남동구·미추홀구·부평구·서구·중구)로 확대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6월부터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 점포’를 운영 중이다. 매월 25일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복지관을 찾아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연금 수령 등 연금 관련 업무, 입출금통장 신규 및 재발행, 카드 관련 업무 등 다양한 금융 업무와 함께 스마트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 체험, 보이스피싱 예방 금융 교육 등을 제공한다.

또 지난 8일에는 인천 남동구 소재 금융 소비자 교육 센터 신한 학이재에서 ‘디지털 금융 교육 어시스턴트’ 발대식을 개최했다. 신한 학이재는 디지털 금융 체험과 다양한 시니어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열린 공간으로 지난해 9월 개관했다. 선발된 어시스턴트들은 신한 학이재 전용 디지털 금융 교육 과정을 함께 개발하고, 시니어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활동에 참여한다.

디지털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 편의를 고려한 특화 점포를 신설한 곳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5일 대전광역시 대흥동 소재 대전 지점에 중장년 세대를 위한 융복합 문화·교육 공간 ‘하나 50+ 컬처뱅크’를 개점했다. 시니어 고객을 위한 경력·진로 개발 과정, 일자리 연계 지원 서비스, 건강·문화·여가 관련 교육 프로그램 등이 제공된다. 앞서 하나은행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 출장소’를 새로 리모델링해 시니어 특화 점포로 재탄생시켰다. 다른 은행들보다 번호표와 화면 글씨 등을 큼직하게 출력하고, 대기번호를 안내하는 방송도 타 영업점 대비 크게 만들어 노령층 고객 편의를 제공하는 중이다.

하나은행 채널기획부 관계자는 “기존 시니어 고객들은 디지털 금융 거래에 어려움이 있어 단순 업무도 창구에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면서 “시니어 특화 점포를 통해 중·장년층 고객들이 편리하게 업무 처리하고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서비스와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왼쪽에서 세번째)과 이장우 대전시장(왼쪽에서 네번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이 '하나 50+ 컬처뱅크' 개점식에서 내외빈들과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이승열 하나은행장(왼쪽에서 세번째)과 이장우 대전시장(왼쪽에서 네번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이 '하나 50+ 컬처뱅크' 개점식에서 내외빈들과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우리은행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고령층을 위한 효심 영업점 3호점인 ‘화곡동 시니어 플러스 영업점’을 신설했다. 시니어 플러스 영업점은 시니어 전용 상품인 ‘시니어 플러스 우리 패키지’ 상품 등 원금 보장형 상품 위주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큰 글씨와 쉬운 용어가 적용된 시니어 전용 현금인출기(ATM)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교육 장소로 이용 가능한 복합 공간인 ‘사랑채’도 마련해 재테크 안내 등도 이뤄진다.

더불어 우리은행은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보상보험 무료 가입’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는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재산을 보호하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진행된다. 보이스피싱 예방 앱 ‘싹 다잡아’만 스마트폰에 설치해도 보험에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NH농협은행은 매년 영업점에 고령·장애인 담당자를 지정 운영해 시니어 고객 대상 상담을 진행하고 있. 모바일 금융 앱을 고령자 친화적으로 개선하고자 마련한 은행권 공동 지침에 따라 저축은행에서도 간편 모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운영 중인 통합 금융 앱 ‘SB톡톡플러스’에도 간편 모드 도입과 고령자 이용 빈도가 높은 기능을 모은 별도의 모드가 신설됐다.

시니어들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른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이들을 잡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포용적 금융 기조를 주문함에 따라 은행권의 시니어 대상 특화 점포 개설 및 서비스 제공도 더욱 더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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