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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납 종신보험 자율 시정, 그 이유와 전망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4.03.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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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예상외로 금융당국이 보험사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는 대신 자율 시정에 맡겼다. 여전히 과당 경쟁에 대한 불씨가 남아 있는 가운데 업계 행보가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8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업계 과당 경쟁 방지를 위해 업계 자율 시정 방안을 마련하고, 생명보험협회에 이 같은 방침을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측은 “현행 환급률 수준이 적정한지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재평가를 실시하고, 회사별 자체 평가 결과에 따라 자율 시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보험사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보험사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의 긴 납입 기간을 축소한 상품이다. 회당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해지 환급률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초부터 130%대 환급률을 내세워 상품을 판매했다.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이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보험사 간 과당 경쟁이 발생해 불건전한 영업이 시도되고,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환급 시점 도래 시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해지하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험사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우려가 나오자 업계에선 판매 중지까지 논의된 바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가입 기간 5·7년 상품 환급률을 100% 이상으로 설정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고, 올해 초부터 금감원 압박 역시 거세졌다. 또 지난달에는 금감원이 15개 주요 보험사 경영진을 불러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출혈 경쟁과 단기 실적 중심 영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금감원의 현장 검사와 함께 협의를 받아들였던 업계에선 당국의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자율 시정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튼 이유로는 개입이 불필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압박을 가한 결과 대다수 보험사가 정비를 위해 판매를 자체 중지하거나 환급률을 120%대로 소폭 내렸다. 다음달부터는 개정 상품이 출시돼 환급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융당국이 가격 개입에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도 지배적이다. 금감원은 이번 자율 시정 방안에서 특정 환급률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현재 금리 수준이나 자산운용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환급률이 120%대 초반이면 건전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가이드라인을 직접 내리지 않은 이상 여전히 과당 경쟁이 벌어질 위험은 남아있다. 따라서 금감원은 보험사의 자율 조정 현황을 지켜본 뒤 다음달 개정 상품에도 과당 경쟁이 벌어질 경우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정 사항이 반영되지 않으면 경영진 면담이나 추가 현장검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중소형 생보사들은 한 숨 돌리는 형국이다. 단기납 종신보험 대안 상품으로 언급되는 건강보험이나 연금 상품 등의 마련이 쉽지 않은 중소형사들은 자율 시정을 끝낸 후 판매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보험사 자율 시정으로 맡긴 것은 사실상 금융당국에 의해 환급률이 결정되는 모양새에 당국 스스로도 부담을 느낀 것”이라며 “보험사들도 암묵적으로 금감원이 제시한 당초 기준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선택지로는 금융당국 감독 강화로 불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제3보험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도 있다. 이미 대형 생보사들을 중심으로 제3보험 상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중이다.

제3보험은 생보사와 손해보험사가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로 질병이나 상해 또는 병간호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간병보험이나 암보험, 질병보험 등이 이에 속한다. 생명보험협회 또한 제3보험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품 개발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소비자 수요가 높은 신규 담보 발굴을 지원하기로 해 러시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연합뉴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생보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낮추며 제3보험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전만큼 높은 환급률의 상품이 나오지 않을뿐더러 단기납 종신에만 집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3보험 비중을 높이는 건 생보사 공통된 추세”라며 “원래는 손보사 비중이 큰 시장이었는데, 생보사들이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보험계약마진(CSM)에 유리한 게 제3보험이다. 생보사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조금씩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한 발 물러섰지만 생보사를 향한 따가운 눈총은 여전하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높은 환급률을 앞세운 무·저해지형 단기납 종신보험을 둘러싼 보험업계의 절판 마케팅과 관련해 불완전 판매가 우려된다며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향후 당국 개입과 생보사들의 대처 및 도생법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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