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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선비...그런데 왜 거기에 목적격 조사가 들어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5.07.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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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에도 여지없이 흡혈귀가 뜨고 있다. ‘밤을 걷는 선비’에서 이준기가 그 흡혈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밤을 걷는 선비’에 장전된 공포감 함량은 다분히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어서 받아들이는 충격도는 밤을 걷는 선비를 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앞으로 수요일과 목요일마다 밤 10시가 되면 행여 열대야 현상이 있더라도 밤을 걷는 선비 덕분에 밤 무더위 고통이 일정 부분 덜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밤선비를 맡은 배우의 연기력에 따라 밤을 걷는 선비의 인지도가 결정되고 흥행도 좌우될 것이다.

▲ 밤을 걷는 선비

그런데 여기서 잠깐 고민해보고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밤을 걷는 선비라는 제목에서 ‘밤에’가 아니라 ‘밤을’이라고 썼다는 점이다. 장소나 때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조사의 자리에 목적을 나타내는 조사가 들어갔다.

혹자는 ‘밤을 걷는 선비’라는 명칭이 시적으로 만들어졌기에 대수가 아니라고 옹호할 수도 있지만, 그저 간단히 볼 일은 아니다. 이는 웹툰의 원제목을 고스란히 차용하고 있다. 따라서 원작자의 의도적 문법파괴로 보인다.

밤을 걷는 선비는 조주희 작가가 쓰고 그림은 한승희 작가가 맡았다. 원작에 나오는 표현은 비문이 그리 많지 않아 최소한의 표준어 사용 및 문장 구성 노력은 엿보인다. 그러나 밤을 걷는 선비는 영 어색하다. 낯선 백인과 흑인도 자주 보면 괜찮아지듯이 어색한 문장도 자주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방송작가나 시인, 소설가, 웹툰작가 등은 언어 조탁을 통한 문화 창조에 앞장서야 할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다.

‘밤을 걷는 선비’를 ‘밤에 걷는 선비’라고 한다고 해서 작품의 인기가 떨어질 리가 없다. KBS2에서 차태현, 김수현, 아이유 등이 출연해 방송 예능PD 등의 삶을 그린 드라마 ‘프로듀사’도 밤을 걷는 선비처럼 일부러 표준 표기법을 파괴한 제목이다. 프로듀서가 옳다. 또 다른 문법파괴 프로그램으로는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JTBC ‘님과 함께’가 있다. 이런 경우 ‘님’은 두음법칙이 적용되어 ‘임’으로 표기해야 맞다.

밤을 걷는 선비에 비해 스토리온에 방영되는 ‘렛미인(Let 美人 시즌5)’은 내용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영어, 한자, 아라비아 숫자를 조합해놓은 제목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건 밤을 걷는 선비보다 정도가 심하다. LET이 무슨 뜻인지 미인을 어떻게 허용하라는 말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뿐더러 우리 언어 파괴가 심하다. 밤을 걷는 선비와 같은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은 물론 모든 글쟁이들은 불특정 다수가 자신의 작품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식하고 표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쨌든 밤을 걷는 선비를 감상한 여러 누리꾼들은 “밤을 걷는 선비, 연기 지리다. 짜릿한 감동” “밤을 걷는 선비, 여주 서브남주, 음악, 연출 다 문제다. 이준기만 오케이다” “밤을 걷는 선비, 몰입이 잘돼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등 호응을 쏟아내고 있다. 오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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