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수험생유권자연대는 묻는다, 희망사다리 치울 거냐고?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3.16 1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뷰] '돈도 실력,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 국정을 농단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예전 자신의 SNS에 올린 이 글은 이 땅의 많은 청소년과 젊은이의 공분을 불렀다.

부의 대물림은 깊어지고 노력을 통해 계층이동의 사다리 타기는 점점 멀어지는 시대에 이 땅의 청년들이 자조하는 '헬조선'에서 그나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책을 붙든 수험생들이 연대의 힘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노량진에서 출범식을 가진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신림동, 노량진 등 고시촌에서 희망 사다리를 붙잡기 위해 책과 씨름하는 공시생, 고시생들이 시험과 직역을 넘어 처음으로 광범위한 연대 단체를 결성한 것이다. 사법시험, 행정고시, 임용고시, 7‧9급 공무원시험, 경찰공무원 시험,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수험생이자 유권자인 청년의 목소리를 기성세대와 정치권에 전달하고자 힘을 모았다. 온라인카페를 중심으로 모인 100여 수험생의 참여로 첫 발을 뗐다.

수험생유권자연대는 선언문을 통해 "유권자이자 주권자로서, 국가로부터 시험이라는 행정서비스를 받는 시민으로서 '정당한 도전'을 할 권리를 되찾겠다"며 "금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정직하게 도전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과정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수험생들은 약자의 위치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야 했지만, 그 결과 정책 당국과 기성세대, 정치권은 정책 실패에서 오는 문제를 선발과정의 문제로 호도하고 수험생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 왔다”고 비판한 뒤 “우리의 침묵이 거대한 불공정으로 반복되는 악순환을 막고자 연대를 출범하게 됐다”고 결성 취지를 설명했다

수험생연대 참여자들은 올해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사법시험의 존치를 주장하는 한편 행정고시 존치, 임용고시 채점기준표 공개 , 불투명한 채용 관행 개선, 경찰공무원 채용비리 엄단, 7‧9급 공채 확대, 각종 특례 및 특채 축소 등과 같은 슬로건을 외쳤다.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 속에 올해 4900명을 뽑은 9급 국가공무원 시험에는 사상 최대의 22만 명이 응시하는 등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 절벽을 뛰어넘어 사회로 나아가기가 팍팍한 현실에서 그들은 수험생 권익의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을 향해 금수저가 아니면 쳐다보기 힘든 법조직의 문호를 유지해달라는 것부터 요구했다. 지난달 8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노량진 학원가를 방문했을 때 "로스쿨을 만들었던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다시 국가정책을 뒤집어 사법시험으로 되돌아가자고 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답한 것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한다.

수험생연대는 1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모여 수험생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통령을 수험생 스스로 뽑자며 수험생들의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수험생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몇 달간 대한민국은 특권층의 민낯을 목격했다”며 “돈도 실력이고, 부모를 원망해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학벌이나 돈으로 만든 스펙, 부모의 재력에 기대지 않고 시험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던 청춘들에게 남은 것은 낭인이라는 비아냥과 폐지될 시험의 수험생이었다는 과거의 이력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정직한 노력의 가치를 믿는 세계, 수험생의 가치를 선거를 통해 관철시키자'는 기치를 내걸었다. 수험생의 세계는 비좁은 골방에서 책과 씨름하며 자신과 싸우는 세계이고, 컵밥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정직한 노력의 가치를 믿는 세계라는 것이다. 기성세대와 정치권이 바라보는 세계와 다르다고 항변하는 수험생유권자연대는 "사법시험 폐지와 5급 공채 폐지는 ‘공정’에서 ‘불공정’으로의 이행"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현재의 실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경력’을 검증하는 과정으로의 이행은 반칙과 특권의 철폐를 외친 촛불 광장의 민심과 동떨어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래서 사법시험, 5급공채 존폐에 관한 모든 대선 후보들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절망을 딛고 일어서려는 데 끝이라도 보인다면,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인들이 희망의 길로 인도해줄 것을 약속이라도 한다면, 이 땅의 청년들은 정직하고 꿋꿋하게 도전할 것이라는 외침이다. 수저계급론을 떨치고 희망사다리를 탈 수 있는 그 길을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수험생 청년들은 정치인들에게 그 정직한 노력의 가치를 묻는다. 그리고 투표일, 당당히 표심으로 그들의 미래를 선택하겠다고 한다.

박인서 기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