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유력 대권 주자인 탓에 25일 밤에 진행된 생방송 TV토론회에서도 4명의 후보로부터 줄기차게 질문 공세를 받았다. 질문 중엔 동성애와 관련된 것도 있었다. 이 이슈를 거론하며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을 던진 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였다.
홍준표 후보는 자신의 발언 순서가 되자 문재인 후보를 향해 느닷 없이 "동성애에 반대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문재인 후보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정리하듯 말을 보탰다.
그러자 홍준표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성애자들의 축제 행사에 서울광장을 내주었던 일을 문제시하는 발언을 했다. 2015년과 그 이듬해 여름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축제'를 가리킨 발언이었다. 이 행사는 매년 개최되는 '퀴어'(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등을 망라한 성소수자)들의 정례 행사다. 퀴어들은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면서 권리 증진 등을 꾀할 목적으로 이 행사를 개최한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서울광장 사용 허가는 차별을 가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자신은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들을 차별하는 것엔 반대한다는게 문 후보의 입장이었다. 그는 또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일엔 찬성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논쟁엔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끼어들었다. 심 후보는 "동성애는 찬성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운을 뗀 뒤 "나는 이성애자이지만 동성애는 성 정체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성 정체성에 관한 것이므로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한편 문재인 후보는 성소수자 발언으로 인해 토론회 다음날 한차례 곤욕을 치렀다. 문재인 후보는 26일 오전 국회의사당 내 로텐더 홀에서 열린 '천군만마 국방안보 특보단 출정식'에 참석해 짧은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전 날 밤 토론회에서 했던 "동성애 합법화 반대" 발언이 그들의 항의를 촉발한 이유였다.
김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