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조재민 기자] 국내 보험업계의 RBC(지급여력)이 현저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손보업계 자본력 악화는 가입고객들의 '불안'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0개 보험사의 평균 지급여력(RBC)비율은 252.4%로 전년 말(276.6%) 대비 24.2%포인트 하락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로 이 수치가 떨어질수록 자본 여력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생 손보사 통털어 KDB생명의 RBC비율이 108.5%로 가장 낮았다. 또 신한생명(175.4%)·메리츠화재(189.8%)·KB손해보험(190.3%) 등의 RBC비율이 100%대에 머물렀다.
특히 생보사들은 과거 자산 규모 경쟁 속에서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다. 그런데 2021년 IFRS17이 본격 시행되면 이 같은 저축성 보험들은 생보사들에게 상당한 자본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IFRS17이 적용되면 기존 원가 기준인 보험사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워 판매된 저축성 보험은 IFRS17 아래서 보험사 재무 부담을 키울 주범이 될 전망이다. 리스크가 커지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업권 특성 상 생보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축성 상품 판매가 적었던 손보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생보사들의 평균 RBC비율은 260.9%로 같은 기간(308.8%) 대비 47.9%포인트나 떨어졌다. 2016년 말(449.0%)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새 188.1%포인트 급락하며 200%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수치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로 하여금 100% 이상의 RBC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는 RBC비율 100% 미만 시 경영개선 권고, 50% 미만 시 경영개선 요구, 0% 미만 시 경영개선 명령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