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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카드 꺼낸 푸틴, 고강도 경제제재에 조급했나?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2.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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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를 연일 규탄하는 가운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 태세를 지시하면서 국면이 더욱 위태롭게 치닫는 형국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지시를 내리며 푸틴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이 비우호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러시아에 가해지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치를 염두에 둔 말이다.

핵카드를 꺼내게 할 정도로 그를 조급하게 만든 경제제재,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격돌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격돌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전면적인 경제제재 조치가 발표된 건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이었다. 21일부터 차츰 수위를 높여온 제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됨에 따라 금융과 수출 모두에서 이전에 비해 범위와 강도가 대폭 강화됐다.

우선 미국 정부는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와 그 자회사 25개가 보유한 미국 금융기관 내 환거래계좌 및 대리지불계좌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이 된 26개의 금융기관은 미국 내에서 환거래계좌 및 대리지불계좌의 개설과 유지가 금지되며, 가능하더라도 엄격한 조건 아래서만 가능해진다. 유예기간은 30일 뒤인 3월 26일까지며, 이 기간 안에 모든 미국 금융기관은 계좌 폐쇄 절차를 완료하고 제재대상자와 관련된 모든 거래를 거절해야 한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 역시 러시아 고위 관료와 그 가족을 비롯해 VTB, VEB, PSB, Otkritie, Sovcom, Novikom 등 러시아 주요 은행과 자회사를 특별 제재대상자(SDN)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금융기관이 보유한 러시아 고위인사 및 기관의 자산은 즉시 동결돼 접근이 전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는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금지 등 2차 제재가 가해진다. 해당 조치는 앞서 언급한 환거래계좌 폐지와는 별도의 조치다.

이어 지난 26일에는 미국을 위시해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의회)에서 러시아 일부 은행을 배제하겠다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여 국에서 1만10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보안용 결제망을 말한다. 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할 경우, 러시아는 국가 간 송·수금이 매우 어려워지며 수출 대금 결제 중단 및 지연 등으로 인해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지금껏 러시아 은행의 스위프트 퇴출은 러시아와 교류 관계에 있는 유럽국가에도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계속 미뤄져 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가 갈수록 확대되자 이들 국가 역시 제재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스위프트 퇴출 조치는 매우 강력한 국가 제재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12년에 이란이 핵 개발을 하면서 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한 적이 있는데, 이로 인해 석유 수출 대금을 달러로 결제 받지 못한 이란은 결국 2015년 미국과의 핵 협정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국가 주도의 스위프트에 대응해 오래전부터 자체 결제망 시스템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2014년부터 자체 금융결제 정보전달시스템인 SPFS(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를 구축해 왔다. 러시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2022년 초 기준 400여 개의 금융기관이 해당 시스템에 연결돼 있으며, SPFS를 통한 거래 건수는 월 200만 건으로 러시아 국내 결제 건수의 20% 정도로 파악됐다. 그러나 400개란 숫자는 스위프트에 참여하는 금융기관 1만1000개를 고려해볼 때 극히 미미한 수치다.

중국 역시 스위프트 제재와 탈 달러화를 염두에 두고 위안화 중심의 국제금융 거래 결제시스템 CIPS(Chinese 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를 구축해왔고, 러시아 SPFS와의 시스템 공유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IPS 시장 규모는 현재 스위프트의 0.3% 수준에 불과해 스위프트를 대체해 국제금융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비단 금융제재로만 끝나지 않는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또한 24일 러시아에 대한 수출관리규정(EAR)의 중요 개정안을 다수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러시아 국방부를 비롯해 군사 관련 49개 기업을 거래제한목록(Entity List)에 추가로 등재해 모든 전략물자 수출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은 수출 시 자사 제품의 '최종용도 및 최종사용자'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생겼다. 제품의 최종사용자가 거래제한목록에 올라 있거나, 자사 제품이 군사적 용도로 사용됐음을 인지한 경우 BIS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러시아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produced direct product rule, FDPR)도 추가됐다. 이에 따라 미국 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수출통제 품목 리스트에 기재된 미국산 소프트웨어·기술로 생산된 제품이라면, 미국산으로 간주해 러시아 수출 시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FDPR은 일찍이 트럼프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하기 위해 사용한 바 있다. 그 결과 해외 기업으로부터 반도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화웨이는 매출이 30% 이상 급감하는 등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미국 정부는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품목 및 기술의 러시아 행 수출에 대해 독자적으로 추가 통제를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수출 영역에서의 이러한 다양한 조치는 러시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그 영향권에 국내 기업들도 휘말릴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자동차 부품, 디스플레이 등은 이번 제재의 영향권에 크게 노출돼 있다. 이들 기업이 러시아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BIS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그 절차와 기준 역시 매우 까다로워졌다는 점에서 소요 시간 또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입 부문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러시아는 현재 주요 에너지·원자재 수출국이다. 관세청이 제공하는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액은 99억7953만달러(약 12조원)였던 반면 수입액은 173억5670만달러(약 21조원)였다.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수출규제에 참여할 경우, 러시아로부터 수출규제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에너지 수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2022년 2월 28일 오후 4시 30분 현재(한국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96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24일에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도 6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이처럼 갈수록 악화되는 수출 환경에 정부는 관련 기업 및 유관단체와 협력해 대응 마련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7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비상 태스크포스(TF)를 개최해 서방국가의 러시아 제재에 따른 부문별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로도 수시로 TF를 개최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동향과 국내에 미치는 영향력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25일 '비상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단기 금융시장 및 외화 자금시장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석유, 천연가스, 곡물 등 수입 관련 기업의 자금흐름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현지 주재원 및 유학생들의 자금 송금에 대한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를 가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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