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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진출’ 중고 자동차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4.0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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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정부가 중고 자동차 시장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독식을 우려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중고차 업체에 불만이 많았던 소비자들은 이번 결정에 반색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독점 재벌 현대·기아차 매매업 진출을 결사반대한다”며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반대하고 나섰다.

연합회 요구는 지난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자동차판매업 관련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심의·의결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코리아,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올해 안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2013년 3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판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권고하면서 막힌 대기업의 신규 진출 및 사업 확장이 풀린 셈이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완성차업계 중고차 매매업 진출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완성차업계 중고차 매매업 진출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회는 브랜드 파워를 가진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영세한 기존 중고차 업체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즉 대기업이 들어오면 독과점이 일어나 골목상권을 파괴함으로써 더 많은 사회적 비용 지출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회는 이에 대해 “중고차 산업 특성을 무시하고 자동차매매업계 이해 부족으로 벌어진 시대착오적 판단으로 중고차 업계 직접 종사자와 관련 산업 종사자 약 30만 명의 일자리를 뺏고 대량 실업 사태를 초래하는 행위”라며 규탄했다.

연합회는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남해 연합회 회장은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도 많이 준비하고 있다. 신뢰를 회복하고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힘을 기를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현대차 측과 자율조정 작업을 진행 중인데,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3년 정도만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병규 연합회 전남조합장 역시 “완성차 제조사가 단계적으로 진입한다고 하는데 감시하고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3년 간 유예 및 감시하고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유예 기간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연합회는 대기업 매집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과 연합회 간 합의안 도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도 매집 대수를 결정하는 전체 물량 기준이다.

완성차 업계는 사업자 간 거래 매물을 포함한 실거래 물량인 250만대 중 10%인 약 25만대를 취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고차 업계는 사업자 물량 130만대의 10%만 허용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자율 조정 합의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현재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두 업계 간 자율 조정 과정에서 극명한 입장 차를 보여 타협점을 찾기까지 진통을 겪을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룬다.

아울러 연합회는 상생을 위한 신차 영업권도 요구했다. 신차 영업권을 시장에 나누게 되면 자율 경쟁에 의한 소비자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합회는 “국내 완성차 제조사는 대리점 및 직영점 형태로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하고 매년 인상한다”면서 “수입차 제조사들처럼 딜러사들이 자율 경쟁으로 신차를 판매할 수 있게 해 국내 신차 구매 소비자들의 역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고차 업계는 유예 기간 동안 △6개월·1만km 품질 인증 중고차 △국토부 산하 상설 모니터링 기구 운영 △소비자 민원 대응을 위한 공제조합·자체 통합민원 콜센터 △전산 고도화를 통한 플랫폼 운영 등을 준비해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이번 중소벤처기업부 결정에 환호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중고차 업계의 자업자득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중고차 시장은 불공정 거래의 온상으로 낙인 찍혀 왔다. 실제 차량 성능과 상태가 점검 때보다 불량하거나, 사고 및 침수 차량에 속아서 구매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비자들은 이제 신뢰할 수 있는 중고차를 살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소비자주권시민회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56.1%가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에 찬성했다. 그 중 시장 투명화 및 선진화가 56.3%, 신뢰할 수 있는 가격 산정이 44.1%로 찬성 이유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는 점은 중고차 업체가 소비자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잃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자동차 매매업 등록 신청을 마쳤다. 특히 현대차는 저급품이란 인식을 걷어내기 위해 취급하는 중고차는 자체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칠 계획이다.

정부가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국내 중고차 시장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중고차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고 신뢰가 높아지면 스타트업이 뛰어드는 틈새 또한 늘어나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지난 18일 논평에서 “이번 중고차 시장 개방 결정으로 중고차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차량 성능 정보나 가격 정보를 편하게 얻을 수 있기에 결론을 기다려온 소비자들은 환영한다”면서 “당사자 간 중고차 정보에 대한 불신 등이 높았던 시장 신뢰성이 확보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되니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도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중고차연합회 쪽에서 주장하는 신차 가격 상승 등의 우려는 허무맹랑하다.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구축 등을 통해 고객 신뢰도를 더욱 더 끌어올리고,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꾀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5년, 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하고, 연도별 시장 점유율도 제한하는 등 업계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고 소비자와 기존 업계를 고려하는 중고차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주사위는 던져진 상황이다. 사업권을 보장받았던 중고차 업계가 병폐 개선에 실패한 것이 결국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게 된 요인이 됐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과 기존 중고차 업계의 상생을 위한 자율조정 등 많은 타협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 만족을 높이고, 보다 나은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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