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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폭락, 엔화에 대체 무슨 일이?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4.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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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엔화 가치의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25일 현재 미국 1달러당 128.7엔을 기록하고 있는 엔화 가치는 2002년 4월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세계 경제·금융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그 수요가 늘어나며 한때 달러, 금과 함께 세계 3대 안전자산으로 불렸던 위상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엔화 가치가 폭락할수록 안전자산이라는 위상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아래 표는 다른 주요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지수화시킨 달러 인덱스와 파생시장에서 달러로 매겨진 금 가격의 추이다. 달러의 가치와 달러로 매겨진 금 가격 모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즉각 적극적인 통화완화정책을 펼침에 따라 달러 가치는 가파르게 떨어졌다.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금 가격은 한동안 상승했다.

달러 인덱스 [사진=DailyFX 제공]
달러 인덱스 [사진=DailyFX 제공]
미국 달러로 매겨진 파생시장에서의 금 가격 [사진=DailyFX 제공]
미국 달러로 매겨진 파생시장에서의 금 가격 [사진=DailyFX 제공]
엔화 가치가 2002년 4월 이후 최저점을 찍고 있다. [사진=DailyFX 제공]
엔화 가치가 2002년 4월 이후 최저점을 찍고 있다. [사진=DailyFX 제공]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위의 표를 보면 달러 가치와 금 가격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4월 현재까지 동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는 세계적으로 높게 치솟은 인플레이션이 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회자하기 시작할 무렵이다.

이에 세계 증시는 불안정해졌고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 투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의 불씨가 지펴지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고, 결국 금과 달러 가치의 동반 상승이라는 결과를 촉발했다.

문제는 엔화의 가치다. 표에서 보듯,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달러 가치, 금 가격과는 달리 현재 엔화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급격히 치솟은 엔화 가치는 2012년 이후 그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고, 다시 한동안 등락을 반복하다 최근 그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우선 2012년으로 돌아가 보자. 일본은 2012년 12월 아베 신조가 총리로 부임하자마자 '아베노믹스'를 시행했다. 아베 총리가 취임할 당시만 해도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 발생한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 여파로 인해 이전 20여년간 경제 침체와 만성적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베노믹스란 이러한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의 늪에서 일본 경제를 벗어나게 하고자 △무제한 양적 완화 중심의 통화정책 △공공사업 확대 중심의 적극적인 재정정책 △민간투자 촉진을 꾀하는 신성장 전략으로 요약되는 아베 정권이 시행한 경제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일본은행은 단순히 국채 매입만 한 게 아니라 2014년부터 회사채를 매입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주식 매입까지 했다. 또 2016년 1월 29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금리 도입을 발표함으로써 일본 상업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초과지급준비금(법정지급준비금을 초과하는 예치금)에 -0.1%의 금리를 적용키로 결정했다.

초과지급준비금에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이는 일본 상업은행이 맡기는 여유자금에 대해 중앙은행이 이자를 지급하기는커녕 도리어 보관수수료를 받겠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보관수수료를 내기 싫으면 중앙은행에 여유자금을 맡기는 대신 대출 등을 통해 시중에 적극적으로 돈을 공급하라는 뜻이다. 이러한 정책의 이면에는 투자자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외국자본을 이탈시켜 엔화의 평가절하를 꾀하려는 목표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이너스금리정책을 발표한 2016년 당해 엔화 가치는 도리어 하반기까지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으며, 같은 해 말이 돼서야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최근 폭락세를 보이기 직전까지 엔화 가치는 마이너스금리정책을 도입한 2016년 초 당시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마이너스금리 정책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처음으로 도입돼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 중앙은행에서 시행 중이었는데, 일본 중앙은행이 이와 같은 정책을 도입한 배경에는 아베노믹스 이후 국채 매입을 통한 유동성 확대만으로는 당초 목표 달성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통화·재정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 중앙은행의 자산규모와 정부의 재정적자는 급격히 불어났다.

세계 최대의 파생 상품거래소를 운영하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에 따르면, 2012년까지만 해도 일본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상 자산규모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준으로서 특별히 과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는 당시 유럽중앙은행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미국 연준에 비하면 1.5배 정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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