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 ➃ : 디지털 패션의 완성, 또 다른 나 꾸미기 (下)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5.03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서두에 잠깐 언급했듯, 패션이란 개념이 물리적 신체를 꾸미는 전통적 개념에서 탈피해 ‘메타버스 속의 나’, 즉 아바타를 꾸미는 개념으로까지 확장된다면 기존 의류와 화장품 기업들만 패션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 사고가 되고 만다.

현재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예를 들어보자. 제페토에서는 사용자들이 얼굴인식과 증강현실, 3D 기술 등을 이용해 자신을 닮은 3D 아바타를 만들고, 본인이 원하는 의상을 구매해 자기만의 패션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또 이용자들이 문자, 음성, 이모티콘 등으로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라이프로깅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춤과 게임, 자기만의 세계나 상품을 제작하는 등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돼 있어 여러 메타버스가 집약된 메타버스의 총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페토는 10대 등 젊은 층을 위주로 이미 전 세계 3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세계적 팬덤을 보유한 방탄소년단(BTS)의 굿즈와 상품을 디지털로 판매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으며, 국내 유수의 기업들은 이미 제페토에 진출해 현실에서의 자사 브랜드를 대표할 상품을 구현하는 등 홍보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페토에선 이용자가 직접 세계를 만들고 상품도 제작할 수 있다. [사진=제페토 홈페이지에서 캡처]
제페토에선 이용자가 직접 세계를 만들고 상품도 제작할 수 있다. [사진=제페토 홈페이지에서 캡처]

그런데 이처럼 메타버스 속 상품을 제작하는 것은 현실에서 의류나 화장품을 제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술을 필요로 한다. ‘미적 감각’이라는 공통분모는 똑같이 요구되겠으나, 섬유, 직물, 재단, 화장품 성분 등과 관련된 지식이나 경험과는 거리가 먼 3차원 스캐닝, 그래픽 디자인, 디지털 활용 능력 등이 훨씬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화려하고 정교한 그래픽 디자인만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가령 다음의 경우를 살펴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많은 조직이 줌(Zoom) 등의 온라인 화상 플랫폼을 통해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줌 이용자는 2019년만 하더라도 수천만 명 수준이었으나, 2020년 4월 기준 무료 이용자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가 3억명으로 가파르게 급증했다.

줌은 사용자가 있는 곳의 배경을 바꿔주거나 얼굴 피부색을 보정해 주는 기능 등도 제공했는데,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스냅 카메라’였다. 스냅 카메라는 사진 및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스냅챗에서 컴퓨터용으로 출시한 프로그램으로, 줌 등과 같은 화상 프로그램과 호환해 사용자 얼굴 위에 안경, 귀걸이, 모자 등의 액세서리나 콧수염, 애니메이션 등을 덧입힌 모습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부스스한 머리를 모자로 가린다거나, 부어오른 눈을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는 등으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비대면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남들에게 자기 개성을 어필하는 패션의 하나로도 충분히 이용될 수 있다.

스냅 카메라는 화상 프로그램과 호환해 사용자 얼굴 위에 안경, 귀걸이, 모자 등의 액세서리나 콧수염, 애니메이션 등을 덧입힌 모습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스냅 카메라 홈페이지에서 캡처]
스냅 카메라는 화상 프로그램과 호환해 사용자 얼굴 위에 안경, 귀걸이, 모자 등의 액세서리나 콧수염, 애니메이션 등을 덧입힌 모습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스냅 카메라 홈페이지에서 캡처]

일본의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는 스냅 카메라 프로그램을 통한 디지털 화장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시세이도는 스냅 카메라와 연계해 몇 가지 디지털 화장 렌즈를 제공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렌즈를 선택하면 해당 화장품으로 화장한 얼굴이 나타나는 식이다. 그 상태에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다른 사람들은 화장한 사용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앞으로 패션기업들이 맞닥뜨릴 경쟁자는 더 좋은 재질의 천, 더 좋은 의류나 액세서리 디자인을 제작하는 전통 브랜드 기업만이 아니다. 현대인이 활동하는 무대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패션업체들의 경쟁자는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송출되는 자기 모습이나 게임 속 아바타를 개성 있게 꾸밀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솔루션 제공업체일 수 있다.

디지털 패션은 단지 오프라인 상품으로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부가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등의 메타버스에서 그 자체로 수익을 창출해내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메타버스 내 아바타에게 애착을 느끼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며, 그 개념이 확장된 만큼 패션이 다뤄야 할 영역도 훨씬 넓어질 것이다.

물론 인간 활동이 물리적 현실에 기반하는 이상 전통적인 패션업계가 완전히 사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 또 아직까진 디지털 디자인이 전통 의류에 비해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패션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메타버스를 잠재적 수익성이 매우 큰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있다. 현대인이 메타버스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패션산업도 메타버스를 활동 무대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인증서인 대체불가토큰(NFT)의 상용화에 힘입어 자신의 아바타에 착용할 의류나 액세서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뿐인 제품으로 제작될 수 있다면, 디지털 세계에서 가장 우려되는 아이템 복제와 관련된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NFT로 제조된 의류는 고유 디지털 자산으로 등록되고,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소유권에 기반해 불법 복제에 대한 우려 없이 실제 의류처럼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영국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가 진행한 버추얼 런웨이 [사진=헤지스 유튜브 채널에서 캡처]
지난해 영국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가 진행한 버추얼 런웨이 [사진=헤지스 유튜브 채널에서 캡처]

가상의류를 걸친 가상모델과 그러한 모델들이 가상공간에서 워킹을 선보이는 버추얼 런웨이도 이미 시도되고 있다. 영국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해 5월 한국과 중국,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에서 버추얼 런웨이를 진행했다. 당시 모든 런웨이가 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런웨이를 위한 샘플 제작 과정, 무대 마련 과정이 필요 없었으며, 이에 섬유 폐기물이나 에너지 낭비를 줄여 친환경적 실천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세상은 패션이 메타버스의 일부가 되는 전환기를 거치고 있다. 메타버스가 기존 삶과의 절연이 아닌 삶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낡은 틀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패션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패션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익숙해져야 할 세상의 큰 흐름이 아닐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