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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대퇴직’ 현상을 아시나요?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5.19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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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시력, 청력, 근력, 정신력…. 사람이 지닌 힘의 종류는 많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여러분의 '이야기력'은 어떤가요? 이야기력은 '내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뜻합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쌓아왔고, 어떤 이야기를 꿈꾸며,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여지훈의 이야기力]은 “좋은 이야기가 좋은 세계를 만든다”는 믿음 아래, 차근하고도 꾸준히 좋은 이야기를 쌓고 나누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편집자 주>

전례 없는 확산 속도와 치명률로 세계 도처에서 수억 명의 확진자와 수백만 명의 사망자를 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회 여러 영역에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그 여파는 노동계에도 어김없이 불어닥쳤다. 그중에서도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현상이 있었으니, 바로 ‘대퇴직(Great Resignation)’ 현상이다.

대퇴직이란 문자 그대로 근로자들이 대거 퇴직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해 앤소니 클로츠 텍사스 A&D대학 경영대학원 교수가 근로자들의 대규모 직장 이탈을 예고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실제로 근로자들의 자발적 퇴직이 급증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고용지표 중 하나인 구인·이직보고서(JOLTS)는 미국 노동부가 월별 구인 건수, 채용, 퇴직 등을 집계해 발표하는 지표다. 이달 3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대퇴직으로 불릴 만큼 높은 퇴직률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3월 미국 내 자발적 퇴직자 수는 453만6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퇴직자 수가 630만명임을 감안할 때 70%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전문 비즈니스 서비스업과 건설업에서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퇴직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3월 일자리 공석은 1135만2000건에 이르렀다. 미국 구인 건수도 1154만9000건으로 한 달 전보다 20만5000건 증가하며 2000년 12월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로자들의 대거 퇴직을 뜻하는 '대퇴직(Great Resign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근로자들의 대거 퇴직을 뜻하는 '대퇴직(Great Resign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그런데 이상하다. 가뜩이나 팬데믹 여파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일 텐데, 왜 이토록 많은 근로자가 스스로 나서서 퇴직하는 걸까? 얼핏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퇴직 사유는 한 가지가 아니다. 대퇴직 현상은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로 보는 게 합당하다.

우선 대퇴직 현상이 일어난 배경부터 살펴보자.

코로나19가 휩쓸고 1년여가 흐른 시점, 세계는 극심했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차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 대거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기업들은 고용을 재개했고, 코로나 직후 15%까지 치솟았던 미국 실업률도 대폭 감소했다. 수요는 되살아났고 경제활동도 증가했다.

문제는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었다. 회복 궤도에 오른 수요와 달리, 항만의 입항과 하역 작업이 어려워지면서 세계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고, 이에 공급망 병목 현상이 장기화됐다.

생활 물가가 오른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해운 대란이 일며 운송비가 급증하자 많은 기업이 자사 제품의 판매가를 올렸고, 이는 그대로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됐다.

세계 4대 해상 운임지수 [사진=한국관세물류협회 제공]
세계 4대 해상 운임지수 [사진=한국관세물류협회 제공]

대표적인 해상 운임지수 중 하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와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 역시 올해 초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개 지수 모두 지난해 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우로빈슨컨테이너선용선지수(HRCI)의 경우는 아직도 그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수출입 기업들로서는 물류비 상승분의 일부라도 판매가에 전가하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날이 치솟는 물가에 비해 임금 상승 속도는 크게 뒤처졌다. 지난해 4월 미국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15%까지 치솟았으나, 이는 2020년 -5% 넘는 하락률을 기록한 이후 나타난 기저효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실제로 고용주가 고용자에게 주는 임금과 임금 외 보상으로 구성된 고용비용지수(ECI)는 분기별로 측정되는데, 이를 1년 단위로 본 증감률은 최근 들어서야 4%를 넘어섰을 뿐 이전까지 꾸준히 2~3%를 유지했다. 물가상승률이 1년 넘게 4% 위에서 고공행진한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심지어 미국 물가상승률은 올해 2월 말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해 지난 3, 4월 모두 8%를 넘어섰다.

미국 고용비용지수(ECI)는 얼마전까지 정체돼 있었다. [사진=미국 노동부 제공]
미국 고용비용지수(ECI)는 얼마전까지 정체돼 있었다. [사진=미국 노동부 제공]

가파른 물가상승률과 정체된 임금상승률. 이처럼 실질구매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직장에 불만을 느끼고 퇴직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고, 이는 급기야 대퇴직이라는 하나의 유행으로 번졌다.

미국 싱크탱크 퓨 리서치센터가 지난해 퇴사 경험이 있는 근로자를 상대로 올해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낮은 임금이 직장을 그만둔 가장 주된 이유로 꼽혔다. 승진 기회의 부족, 직장에서 겪은 무시가 뒤를 이었고, 육아 문제, 유연하지 못한 근무시간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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