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소비자물가 5%대로 '거침없는 점프'...유가·환율과 상관관계로 본다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6.03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선을 뚫으며 물가 거품이 컸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돌아갔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목소리로 "당분간 5%대 물가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한대로 고물가 기조가 5%대로 거침없이 점프했다.

최근 1년간 2%대(7개월)→3%대(3개월)→4%대(2개월) 계단식 진입에 가속도를 붙인 상승률은 마침내 5%까지 넘어서면서 물가 불안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밖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애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한 국제유가, 원자재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안으로는 팬데믹에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하면서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이고 있어 당분간 5%대 이상의 고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년 100 기준)으로 1년 전보다 5.4% 치솟았다.

전년 같은 달과 견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상승률이 5%대에 재진입한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상승폭은 4%대로 올라선 3월(4.1%)과 4월(4.8%)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바로 5%대로 뛴 것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1, 2월 연속 0.6%에 이어 석 달째 0.7%를 기록할 만큼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동유럽 전쟁 사태 장기화로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방역 빗장이 풀리면서 개인서비스 가격도 고공행진을 보인 가운데 그간 주춤했던 농축수산물마저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가 치솟는 모양새다.

물가 기여도를 보면 상품(3.55%포인트p)이 서비스(1.85%p)보다 배 가까이 높았다. 상품 중에서는 공업제품(석유류 1.50%p+가공식품 0.65%p)이 2.86%p로 전체 상승분의 절반가량의 비중을 차지했다. 서비스 중 개인서비스의 기여도는 1.57%p다.

공업제품은 국제유가 상승, 공급망 훼손 영향으로 8.3% 올라 2008년 10월(9.1%) 이후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석유류는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크게 오른 경유(45.8%)를 비롯해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LPG(26.0%) 등이 모두 급등, 34.8%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공식품은 밀가루(26.0%), 식용유(22.7%), 빵(9.1%)을 중심으로 7.6%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외식(7.4%)과 외식 외(3.5%)가 모두 오르면서 5.1%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8년 12월(5.4%)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생선회(10.7%), 치킨(10.9%)이 견인한 외식 물가는 1998년 3월(7.6%)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게다가 그간 오름폭이 둔화됐던 농축수산물도 4.2% 올라 4월(1.9%)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농산물은 0.6% 떨어졌지만, 축산물(12.1%), 수산물(2.7%)이 올랐다. 축산물 중에서는 사료비·물류비 상승 탓에 수입 쇠고기(27.9%), 돼지고기(20.7%), , 닭고기(16.1%), 국산 쇠고기(2.7%) 순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관련 요금 인상으로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최고 상승률인 9.6%를 찍었다.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의 경우 2.5%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추세를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4.1% 올라 2009년 4월(4.2%) 이후 최고 상승폭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도 3.4% 상승, 2009년 2월(4.0%) 이후 최대 오름폭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통계청의 관측으로는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전월 대비로 0.4%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간 상승률은 4.3%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으로는 한국은행의 수정 연간 전망치(4.5%)를 하회하게 되지만 대내외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커진다.

한국은행은 이날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연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7월에도 5%대로 높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적으로 국제 유가와 식량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 방역 정상화 등으로 수요측 압력이 확대되면서 물가상승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고물가 기조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압력을 심화시키는 가운데 특히 소비자물가와 상관관계가 높은 국제유가와 환율이 물가 안정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로 주목받게 됐다.

이날 외신을 통해 전해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정례회의에서 도출해낸 증산 확대 합의가 국제유가 안정화의 트리거(방아쇠)가 될지 시선을 끈다. 지금까지 하루 43만2000배럴의 원유를 증산해 왔는데 이 규모를 50% 늘려 올여름 두 달간 하루 64만8000배럴 생산을 결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서방의 증산 확대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왔지만 최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의 3분의 2가량을 수입 금지하기로 결정하자 일단 시장의 요구에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산유국들이 추가 생산 여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많이 감소한 영향으로 이날 국제원유 가격은 오히려 소폭 상승하는 등 증산 결정이 가격 안정화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폭적인 증산 확대가 아니라 한시적인 합의이기 때문에 지난 3월 배럴당 120달러(두바이유 기준)를 돌파한 이후 다시 120달러선을 넘보는 국제유가는 현재 확산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절대적인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증산 확대 합의 이후 상황은 2018년 6월 OPEC가 18개월 간의 감산시대를 접고 증산 정책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린 뒤에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바로 꺾이지 않았던 때와 흡사하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국내 소비자물가 사이에는 0.62의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1에 가까울수록 서로 같은 방향의 흐름)가 있다. 두바이유가 월 평균 1% 오를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p 상승한다는 추정이다.

OECD 37개 회원국 중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소비량도 가장 많은 우리나라로선 국제유가 안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인상, 감세 등의 정책대응만으로는 인플레이션 불안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달러 환율과 국내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한경연 제공]
원·달러 환율과 국내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한경연 제공]

아울러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요동치는 환율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물가 안정 차원에서 대응 이슈는 늘어나게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물가가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환율의 영향도 크게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환율 안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다.

한경연은 이날 '환율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3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19년 동안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추정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전년 동월 대비 1%p 높아지면 각각 생산자물가는 0.2%p, 소비자물가는 0.1%p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만 놓고 볼 때 소비자물가는 3.8% 상승했는데, 환율 상승의 기여도는 0.7%다. 만약 1분기에 환율이 안정적이었다면 소비자물가는 3.1%로 낮아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매매기준율 평균 기준 1232.3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1% 상승했는데, 이는 2016년 2월(10.8%) 이후 6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올라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며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국제원자재 공급 애로 타개에도 노력해야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 전환 등 환율안정을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12일 장중 1290.5원을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최정점을 찍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242.7원으로 마감했다. 40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은 미국 물가의 안정세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확인될 만큼 뚜렷해지고 미국의 긴축 기조도 완화될 경우에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집약되는 달러 강세가 약화돼 원·달러 환율도 안정되겠지만 국제유가처럼 외생적 변수로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