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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지만...'뉴노멀 1300원' 기조?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6.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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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이번에도 ‘위기의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인가.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경제 위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던 1300원 허들을 종가(1301.8원)로도 넘어서면서 올해 내내 커져온 환율 불안이 정점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한국 경제가 큰 고비를 맞을 때마다 1300원선을 넘었다는 점에서 13년 만에 맞은 원·달러 환율 1300원대가 당분간 ‘뉴노멀(새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심리적인 저항선 1300원을 뚫은 고환율이 최근 고금리·고물가와 맞물려 한국 경제의 위기감을 키운다는 점에서 환율 안정이 시급하지만 외환시장의 특성상 대외 요인의 결정력이 커서 원화 가치 하락은 당분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돌파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보드. 24일  원·달러 환율은 6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종가보다 1.8원 내린 1300.0원으로 출발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6원 내린 달러당 1298.2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돌파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보드. 24일 원·달러 환율은 6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종가보다 1.8원 내린 1300.0원으로 출발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6원 내린 달러당 1298.2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그간 원·달러 환율에서 1300원이란 상징적인 '빅피겨'가 뚫린 것은 세 차례였는데 대부분 한국 경제가 큰 난국에 처했을 때였기에 이번에도 위기 국면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본격적으로 밀려든 1997년 말 2000원선까지 육박한 뒤 이듬해까지 1300원 이상을 유지했다. 세기가 바뀌어서는 2001∼2002년 일본의 ‘제로금리’ 전환에 따른 엔저 여파로 한동안 1300원대에 머물렀다. 2000년대 중후반 900원대까지 원화 초강세를 보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에 휘말린 2008∼2009년엔 1300원선을 상회했다.

시장의 시선은 이번 1300원 돌파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위기감을 키우는 것이냐에 쏠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24일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섰다는 것만으로 국내경제와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혹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당시와 같은 또 다른 위기에 빠진 것으로 단언하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각종 악재가 원·달러 환율 급등을 유발시킨 요인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차이점, 특히 달러 수급상 차이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300원 터치 배경은 국내 경제의 악화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기조 강화와 무역수지 악화, 외국인 국내주식 순매도 등 수급여건 악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경제의 펀더멘탈이 아닌 대외 환경으로 환율이 급등한 만큼 시장이 위험국면에 빠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예컨대 올해 1분기말 기준 순대외 금융자산 규모는 6960억달러로 대외 자산보다 부채가 많았던 2007년 3분기말 -2166억달러와 큰 격차를 보인다. 준비자산대비 단기외채와 대외채무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각각 38.2%와 26.7%로 2008년보다 나은 수준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것은 고달러, 고위험, 고유가의 조합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엔화 약세, 연준의 긴축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매크로(거시경제) 위험 확대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회피가 극대화됐으며 고유가로 원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환율이 1300원대를 기록했던 2009년과 현재의 가장 다른 점은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가 당시 80대 중반에서 100대 중반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외환시장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보다 훨씬 대외 요인의 결정력이 커서 1300원이 뉴노멀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2020년부터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도 증가하면서 대외 투자로 환율 레벨을 높이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로 국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고 외환 공급이 축소되는 국면에서 대외 투자 여건 변화는 원화 약세를 견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환율 1300원대 기조는 얼마나 이어지고, 환율 안정화 변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 연구원은 "원화 강세를 이끌만한 요인이 없다"며 "지지선(1300원) 돌파로 인한 패닉바잉(공황구매)은 쏠림 현상을 유도할 수 있어 하반기 환율 상단은 13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환율의 추세를 바꾸는 동력은 미 달러의 방향성이고, 미국 인플레이션의 피크아웃(정점통과)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9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로 물가 피크아웃과 미국 경기 둔화가 가시화돼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완만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달러의 추세 전환 시점도 오는 9월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환율은 달러에 연동해 3분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9월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예상한다"는 관측을 보탰다. 하나금융투자의 평균 환율 예상치는 2분기 1260원, 3분기 1290원, 4분기 1245원으로, 올해 연평균 1250원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연평균 1250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제공] 
하나금융투자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연평균 1250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제공] 

안 연구원은 “현재의 매크로(거시 경제) 상황에서 1300원대 환율이 일시적으로 머물다가 내려갈 것 같지 않다"면서 달러와 유가라는 두 가지 조건에서 변곡점이 발생하기 전까지 환율이 1300원대에서 추가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또는 대러시아 제재 해제, 일본 긴축 전환, 연준의 긴축 후퇴 조짐이 나오기 전에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1300원대까지 상승하는데 주원인이 미국의 긴축과 국내 수급여건이라고 봤을 때 1300원선에서 추가상승은 국내경제 펀더멘탈과 신용리스크(자금경색)에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연구원은 “환율이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크게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추세적 추가 상승세를 보인다면 그것은 국내 경제 리스크와 더불어 신용리스크 확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중앙은행 긴축 기조가 얼마나 지속되고, 우크라이나 사태발 에너지 혼란이 분수령을 맞는 3분기가 중요한 국면이 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다음달 한국을 방문해 한미 경제 현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연준 의장 출신인 옐런 장관은 다음달 중순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한해 한국 재정 당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 속도전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넘어선 상황에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한 양국 협력 방안도 의제에 오를 수 있어서 시선을 끈다.

특히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복원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그간 우리 당국은 환율안정을 위해 구두 개입, 기준금리 인상, 외환보유액 판매 등 쓸 카드를 총동원했지만 번번이 약발이 먹히지 않았던 터라 환율을 방어하는데 중요한 안전판 역할을 하는 통화스와프 복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는 두 나라가 현재의 양국 화폐의 교환 비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서로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최초 계약 시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더욱이 지난달 21일 서울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에 '외환시장 문구' 가 최초로 반영된 만큼 양국간 공조 논의는 활발해질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 및 금융 안정을 위해 양국이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문구가 공동성명에 명시되면서 양국 정상은 외환시장 관련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추진만으로도 시장에 강력한 안정화 시그널을 보내 원화 약세의 기조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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