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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기대인플레가 부추기는 고물가...시나리오별 안정화 시기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6.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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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률이 최고조에 달한 5%대의 고물가는 환율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 영향이 크다는 통화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9%는 환율 탓이고 지난 2월 이후 환율 상승 속도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빨랐다는 진단이다.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이미 물가 상방 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고,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음도 울렸다.

한국은행은 9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을 0.06%포인트(p) 높이고,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3∼4분기의 시차를 두고 물가를 다시 끌어올린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데 따른 달러 강세로 국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고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도 환율 상승 압력이 큰 만큼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상호작용하며 물가를 더욱 높일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율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내 물가 상승폭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운 환율 상승기의 원·달러 환율 오름폭은 183원, 상승 속도는 하루 0.51원으로 조사됐는데, 예전 상승기 사례와 견주면 비교적 완만한 상승세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환율 상승 속도는 일일 1.15원으로 높아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기 중에서 가장 가팔랐다.

원·달러 환율 또는 명목실효환율 1% 변동 시 물가상승률의 변동으로 측정되는 환율의 물가 전가율은 2020년 '제로(0)' 레벨까지 하락한 뒤 다시 높아져 올해 1분기 기준으로 0.06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 상승시 물가 상승률도 0.06%p 올라간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3.8%) 가운데 9%(0.34%p)는 환율 상승에 따른 상승분으로 추정됐다. 환율이 안정적이었다면 1분기 상승률이 3.46%까지 낮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환율의 물가 전가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환율 상승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은은 "최근 물가 오름세 확대와 관련해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등으로 환율 상승 압력도 상당한 만큼 향후 에너지 가격-환율이 상호작용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물가 상승 요인으로는 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미래 물가 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이 지목됐다.

최근 물가 오름세 확대로 기대인플레이션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짚은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이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고, 앞으로 그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같이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수준, 원재료 가격 오름세 지속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기업의 가격인상 유인이 상존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경제 모형을 통해 추산한 결과 시나리오별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 물가 지속성이 높은 경우 물가는 6분기가 지나서야 안정됐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고 물가 지속성이 낮은 경우에는 비용충격이 일어나도 5~6분기 정도 내에 물가가 안정세를 나타냈다.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때 중앙은행에 대응에 따라 안정화 시기는 차이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 등 적극적 대응 때는 1년 6개월(6분기), 소극적인 대응 때는 2년(8분기)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기업의 임금과 제품가격의 인상 압력도 키워 다시 물가가 상승하게 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된다.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 충격은 정액 급여에 3분기 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임금 경로를 통한 물가상승 압력이 앞으로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도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한 통화정책 시나리오별로 분석해 본 결과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적극 도모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할수록 거시경제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플레이션 충격의 영향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기대인플레이션 안정화를 위한 정책대응의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의 소비자물가 전가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의 소비자물가 전가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이같이 물가 안정화에 대한 선제적인 통화정책 강조로 볼 때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올해 들어 1, 4, 5월 0.25%p씩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연 1.75%에 이르렀다. 오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사상 첫 3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고물가 기조는 국내외 기관의 수정 물가 전망으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날 한국의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4.8%로 배 이상 올려잡았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5%에서 3.8%로 2.3%p 높였다.

OECD의 올해 수정 전망치는 최근 눈높이를 높인 한국은행(4.5%)이나 한국개발연구원(4.2%), 국제통화기금(4.0%) 등의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OECD의 전망대로라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찍게 된다.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연간 물가 상승률이 4.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또한 오는 16일로 발표 예정인 경제정책방향에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4%대 물가상승률 전망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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