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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적자마저 금융위기때로 '불안한 회귀'...믿었던 수출 모멘텀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7.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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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 원·달러 환율에 이어 적자기조로 돌아선 무역수지마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불안한 회귀’를 하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경고등이 하나 더 늘었다. 믿었던 수출이 상반기 역대 최대치를 찍었지만 그 증가세는 한 자릿수로 꺾이면서 국제 에너지·원자재발 수입 급증세를 따라잡기에는 크게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수입 증가율이 1년 넘게 수출 증가율을 상회하면서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는 14년 만에 석 달 연속 쌓이면서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규모로까지 확대됐다. 하반기 수출 주력업종 기업들의 하반기 수출 증가세도 크게 꺾일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면서 연간 무역적자는 2008년 수준을 뛰어넘은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77억3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4% 늘었다. 수출은 20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두 자릿수 증가율은 16개월 만에 멈췄다.

상반기 역대 최대 무역적자가 발표된 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반기 역대 최대 무역적자가 발표된 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수입은 19.4% 늘어난 602억달러였다. 수출 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입 증가율은 1년을 넘어 13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24억7000만달러 적자로 석 달째 마이너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3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2008년(6~9월) 이후 14년 만이다.

1년 전만 해도 지난해 6월 무역수지가 월간으로 가장 높은 43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올해 들어 2월(-47억50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적자를 보였다는 점에서 최근 수지악화 추세가 드러난다. 지난해엔 한 달도 빠짐 없이 월별로 무역흑자를 이어갔지만 올해는 2월(9억달러), 3월(1억9000만달러)만 빼곤 넉 달이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무역적자는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15.6% 오른 3503억달러, 수입은 26.2% 늘어난 3606억달러였다. 상반기 수출액은 종전 반기 최고실적이었던 지난해 하반기(3413억달러)보다 90억달러 이상 뛰어넘는 기록이다. 일평균 수출액도 26억2000만달러로 역대 반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15대 품목 중 선박을 제외한 반도체 등 14대 품목이 고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올해 들어 매월 역대 월간 1위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호조세를 보인 수출에도 불구하고 대외리스크 여파에 따른 수입 증가율이 워낙 높다보니 무역수지는 더욱 악화됐다.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상·하반기 통틀어 반기 기준 최대 적자(1996년 하반기 –125억5000만달러)에는 못 미쳤지만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기록(종전 1997년 –91억6000만달러)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무역적자는 수출입 증가로 무역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수입이 수출을 상회하면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에너지·원자재 인플레이션이 수지악화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부 분석으로는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87.5%나 급증하면서 무역적자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산업생산에 근간이 되는 철강·비철금속 수입액이 30억달러 이상 늘고, 주요 농산물 가격까지 올라 수입액이 늘어난 영향도 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여름철 에너지 수요 확대와 고유가 추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무역수지 적자 지속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 산업과 무역을 둘러싼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수출입, 무역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수출입, 무역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공급망 교란 장기화 등 전반적인 무역여건에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21일 내놓은 '2022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9.2% 증가한 7039억달러로 사상 처음 7000억달러 고지를 돌파하겠지만 수입은 더 큰 폭(16.8%) 증가해 718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그 규모가 147억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무역적자 규모(132억6741만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1996년(206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로 적자폭이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수출로 버티면서 2020년 449억달러, 2021년 293억달러 흑자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 규모는 상반기 173억달러, 하반기 120억달러였다.

연구원 측은 보고서에서 “하반기에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면서 수입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며 “2022년 1~5월 기준, 원유·천연가스·석탄·석유제품 등 4대 에너지 수입이 총수입의 4분의 1 이상(27.6%)을 차지하고 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유 도입단가가 지속 상승하면서 하반기에도 수입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산유국들의 추가 증산 결정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 하락 가능성 등으로 하반기 무역수지 적자폭(-33억달러)은 상반기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고서는 1~5월 기준으로 상반기 무역적자를 114억달러로 추산해 전망한 만큼 단순 계산으로 연간 예상치는 다소 낮아질 수 있다.

중첩된 대외발 악재 충격 속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무역적자로 맞고 있는 위기 국면에서 수출 모멘텀이 떨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저성장)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된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주력 기업들이 하반기 수출 ‘체감’ 전망이 시선을 끄는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2022 하반기 수출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해 1일 내놓은 결과로는 하반기 평균 수출 증가율이 0.5%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업종별 수출 증감률 전망 [자료=전경련 제공]
하반기 업종별 수출 증감률 전망 [자료=전경련 제공]

기업 수 기준으로는 응답 기업의 56%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증가할 것이라는 답해 감소 전망 응답(44%)를 상회했지만 그 증가세는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하반기 수출 증가율 전망치(3.9%)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반기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의 경우 주요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41.2%), 해상·항공 물류비 상승 등 공급망 애로(21.9%) 등을 꼽았다.

응답 기업의 40%가 하반기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그 요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39.8%), 해운 운임 증가 등 물류비 상승(31.5%),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이자 비용 상승(15.7%) 등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하반기에 전기·전자(-3.8%), 철강(-2.9%), 석유화학·석유제품(-1.1%) 순으로 감소가 점쳐졌고, 일반기계·선박(+3.9%), 자동차·자동차부품(+3.4%), 바이오헬스(+0.8%) 순으로 증가 예상이 높았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우리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수출의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는 원자재 공급망 확보, 수출물류 애로 해소 등 우리 기업의 수출 실적 개선을 위한 환경 조성에 더욱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 활성화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달 중 '민관합동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물류·마케팅, 규제개혁 등을 다각도로 지원할 방침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파고가 높아지는 복합위기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진 수출 증가세를 다시 끌어올려야 에너지·원자재 인플레이션이 압박하는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 무역여건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해 수출 전선 재강화를 위해서는 무역금융, 물류부담 완화 등 단기적 수출 지원책이 절실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돌발 대외리스크 장기화 등에 대비해 무역수지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공급망 관련 국산화 등 중장기 정책대안 방향도 모색해야할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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