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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원자재 시장에 ‘이상기온’이 침투했다

  • Editor. 강지용 기자
  • 입력 2022.08.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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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지용 기자] 최근 대중들은 국내외 언론 매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스피커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위시한 이상기온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후폭풍을 매일 감지하고 있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고질적 피해 요인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이상기온으로 인한 악영향까지 겹치며 전 세계 다양한 산업 분야, 심지어 원자재 시장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7월 전세계 해양과 지표면 온도의 백분위 분포도. 이상기온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진=대신증권 자료 캡처]
올해 1~7월 전 세계 해양과 지표면 온도의 백분위 분포도. 이상기온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진=대신증권 자료 캡처]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22일 ‘전 세계 이상기온이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이상기온 현상으로 전력 부족, 식량 공급 불안과 공급 차질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자재 시장 수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지표면 온도는 평년 대비 0.86℃ 높았으며, 1879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 6번째로 뜨거웠다.

놀라운 점은 앞서 닥쳤던 5번의 더위는 모두 2015년 이후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 폭염 강도가 거세지고 발생 빈도도 늘어나면서 지속 기간 역시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륙별로 살펴보면 북미는 올해 7월이 두 번째, 아시아는 세 번째, 남미는 네 번째, 유럽은 여섯 번째로 더웠던 계절로 평가된다.

단순 더위가 아닌 기록적 폭염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이 에너지경제에 실은 기고문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프랑스 전역의 수십 개 마을의 기온은 최고 4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국은 40.3℃로 기록상 가장 더웠다. 더위로 선로까지 휘는 현상이 발생하자 영국 철도시설공단 ‘네트워크레일’이 이용객들에게 기온이 최고 41℃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된 이날부터 다음 날까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열차를 이용할 것을 촉구할 정도였다.

이탈리아 포 강이 마르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탄환이 발견돼 이탈리아군이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포 강이 마르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탄환이 발견돼 이탈리아군이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또 프랑스 파리에선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가뭄 경보가 내려졌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 올 여름 50℃에 육박하는 기온을 기록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는 각국 산업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인강과 포강의 수량이 줄어들면서 물류 운송 마비 사태까지 발생했다. 수위가 얕아지면서 그동안 잠겨 있던 제2차 세계대전 관련 군수품이나 선박 등이 발견되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벌어졌다.

더구나 유럽은 우리나라와 달리 각 가정에 에어컨이 거의 없다. 기자 역시 유럽 경험을 통해 느꼈지만 한 여름에도 그늘진 곳은 시원하고 습하지 않을뿐더러 해가 지면 기온이 서늘해지기 마련이라 에어컨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경험하는 폭염은 몹시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상기온 현상으로 유럽 내 전력 부족, 식량 공급 불안과 공급 차질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는 원자재 시장 수급 불안 요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폭염으로 유럽의 전력난이 악화되면서 이로 인한 전력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폭염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대체에너지로 활용될 풍력의 생산성은 오히려 저하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7일 독일 에너지 운송업체 가스케이드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독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관 노드스트림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해오던 천연가스량을 평소의 20% 수준으로 축소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에너지 대란에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달 초, 러시아 국영 송유관 업체인 트란스네프트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드루즈바 송유관 석유 운송을 중단하면서 체코 등 중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석유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의 한 사례다. [자료=연합뉴스]
이달 초, 러시아 국영 송유관 업체인 트란스네프트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드루즈바 송유관 석유 운송을 중단하면서 체코 등 중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석유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의 한 사례다. [자료=연합뉴스]

이달 초에는 러시아 국영 송유관 업체인 트란스네프트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드루즈바 송유관 석유 운송을 중단했다고 알렸다. 하루 약 25만 배럴의 석유가 공급되는 드루즈바 송유관이 중단되면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이 당장 러시아산 석유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서방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에너지 앙갚음인 셈이다.

프랑스 역시 원자로 냉각에 사용되는 강물 수온이 오르고 있어 원자력 발전소의 효율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이상기온은 다가오는 겨울철 난방 시즌을 대비하기 위한 유럽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인한 어려운 현실은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도 전력난으로 인해 일부 지역의 산업용 전력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데, 이는 전기동 및 리튬 등 비철금속의 공급 차질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주요 리튬 생산지역으로 알려진 쓰촨성 정부는 이상 기온에 따른 주거용 전력 수요 급증 대응 차원으로 산업용 전력 공급을 제한했는데, 전력 생산의 80%가 수력인 지역적 특성 탓에 부족한 강수량으로 말미암아 이마저 전력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천연가스 가격 추이와 원면 가격 추이 [사진=대신증권 자료 캡처]
미국과 유럽 천연가스 가격 추이와 원면 가격 추이 [사진=대신증권 자료 캡처]

이상기온은 농산물 공급에도 차질을 주고 있다. 가공하지 않은 솜을 일컫는 원면의 경우, 주요 수출국인 미국, 브라질과 인도의 이상기온 현상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미국, 브라질, 인도의 원면 생산량은 각 33%, 17%, 9% 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미국 농무부의 이번 달 수급 전망표에서도 원면 생산량은 전월에 비해 -2.55% 하향 조정됐고, 원면 가격은 올해 저점인 지난달 대비 30% 상승하기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유럽의 경우, 폭염에 따른 가뭄으로 소맥과 옥수수 생산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으며 폭염으로 가축 사육비용마저 증가하면서 축산물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상기온 현상으로 말미암은 전 세계 경제 상황으로 인해 수요 둔화가 커진 글로벌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소현 연구원은 “지구온난화 지속으로 올해 여름 폭염을 비롯한 이상기후 문제가 향후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신냉전 시대로 원자재 공급이 제한된 이 시점에, 이상기온의 여파는 원자재 가격 불안 요인으로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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