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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무거워진 조규성, 첫 멀티골에서 이젠 집념의 연속골로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1.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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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골을 넣고 혀를 내민다면?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도발적 성격이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로 너그러이 애교로 봐줄 만한 골 뒤풀이일 게다.

올 시즌 제라르 모레노(비야레알)가 스페인 리그에서 혀 내밀어 ‘매롱’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가 “딸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반면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넣고 특유의 ‘혀 날름’ 세리머니를 했다가 엘로카드를 받자 “심판이 선수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고 일갈하고는 끝내 레프리의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험난한 도전의 부담감을 골로 떨쳐낸 뒤 일순 그 후련함을 토해내듯 혓바닥을 쭉 내민다면 새로운 인상을 남길 만하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선수로는 최초의 한 경기 멀티골을 폭발한 새 역사의 히어로 조규성(24·전북)이 이같이 이색적인 ‘혓바닥’ 골 셀러브레이션을 펼쳐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규성은 28일 밤(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후반 13, 16분 연속 헤더골을 작렬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후반 23분 모하메드 쿠두스에게 결승골을 내줘 2-3으로 석패, 끝내 웃을 수 없었다.

조규성 개인적으로는 1년 5개월 전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했던 상황과 닮았다. 지난해 6월 올림픽대표팀 공격수로서 제주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3-1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뜨린 뒤 혓바닥을 내미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마지막 주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피치에 설 기대감을 애교스럽게 표현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4세 이상의 와일드카드 스트라이커 황의조에게 밀려 도쿄행 최종엔트리 18명에 들지 못하는 좌절을 맛봐야 했다.

17개월 만에 다시 아프리카 복병 가나를 만나 월드컵 첫 선발 출전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리더니 후반 시작 13분 만에 이강인의 왼쪽 크로스를 넘어지면서 머리에 맞혀 추격골을 작렬하고는 지난해 여름의 혓바닥 뒤풀이를 되풀이했다. 통상 추격하는 상황에서는 네트에 휘감긴 볼을 찾아 들고 센터서클로 뛰어가는 장면이 흔하지만 조규성은 조용히 혀만 내미는 제스처로 절제된 기쁨을 표현한 것으로 읽혔다.

지난해 9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 국가대표팀에서 올림픽보다 더 큰 꿈의 무대 출전의 꿈을 키워왔던 2022 K리그1 득점왕(17골)은 3분 뒤 김진수의 왼쪽 크로스를 189cm의 큰 키를 활용해 점프 헤더로 네트에 동점골을 꽂아넣고서야 환한 미소를 보였다. 비로소 황의조 대신 선발 출격해 6호골을 터뜨린 이 장면에서 포효의 질주에 강렬한 역전 의지까지 담아낸 것으로 보였다. A매치 데뷔 15개월 만에 평균골(18경기)은 3경기당 1골로 높아졌다.

이렇게 3분새 월드컵 1,2호골을 폭발하는 집중력으로 백업의 굴레를 벗고 스타탄생을 알렸지만 역대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2차전 징크스'가 재연되면서 결국 웃지 못했다. 조규성은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나도 솔직히 보잘것없는 선수인데 이렇게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골도 넣게 됐다. 믿기지 않는다”는 소감을 밝히면서도 “세계적인 무대에서 증명해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 16강 진출 '경우의 수' [그래픽=연합뉴스]
한국 16강 진출 '경우의 수' [그래픽=연합뉴스]

프로무대 2부리그(안양)에서 출발한 것이나, 센터백~수비형미드필더를 거쳐 스트라이커로 변신한 것이나 그가 걸어온 도전의 길은 절대 쉽지 않았지만 ‘꿈은 이뤄진다’는 자기 확신이 있었기에 의미있는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그가 “진짜 끝까지 나 자신을 믿고 열심히 꿈을 위해 좇아가면 이런 무대에서 골 넣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월드컵 피치 밖에서는 ‘조규성 앓이’가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튀어나온 남자)'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출중한 비주얼에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데뷔전 교체투입 이후 SNS가 폭발했다. 이런 확산세에도 정작 그는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유명해져도 나는 같은 사람이다”라고 한껏 자신을 낮췄다. 월드컵 전만 해도 3만을 못 넘겼던 SNS 팔로워 수는 29일 낮 130만까지 폭증했다.

월드컵은 잠재적인 월드클래스 자원을 배출하는 젖줄이라는 점에서 유럽 등 주요 클럽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경연장이다. 조규성에 대한 관심도는 데뷔전 이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우루과이와 첫 경기 끝나고 유럽의 아주 괜찮은 구단 기술이사가 스카우트와 관련해 연락이 왔다"고 전하면서 "저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같이 뛰었던 친구"라고 귀띔했다. 2002 월드컵 4강 주역인 이 부회장은 양발은 물론 각도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슛과 탁월한 ‘오프 더 볼(볼 없는 움직임)’, 빼어난 피니시(마무리)·헤더 능력, 이타적인 플레이 등을 조규성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이제 두 골을 넣었으니까 훨씬 더 유럽 팀들이 조규성에 대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규성이 가나전서 2-2로 균형을 맞추는 헤더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규성이 가나전서 2-2로 균형을 맞추는 헤더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폭증하는 팬덤이나 안테나를 곤두세우는 해외 스카우트들의 시선은 K리그 4년차 공격수가 얼마나 더 골 퍼레이드를 이어갈지에 쏠리게 됐다. 1무1패로 자력 16강 진출 기회는 사라졌기에 이날 우루과이(1무1패)를 2-0으로 완파해 2연승으로 16강행을 확정지은 포르투갈(2승)과의 새달 3일 0시 조별리그 최종전을 무조건 이기고 ‘경우의 수’를 따져 봐야 하는 한국이다.

벤투 감독마저 가나전 추가시간에 마지막 코너킥이 주어지지 않은 것에 항의하다 레드 카드를 받아 조국 포르투갈과 결전에선 벤치를 지키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공격 꼭짓점 조규성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나를 증명하자'는 생각으로 감독님 믿음에 보답하려 했다"는 그로서는 무전기도 휴대폰도 쓰지 못하는 관중석의 은사 앞에서 다시 골 사냥으로 16강 기적의 문을 열어야 하는 사명감이 커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4년 전 손흥민이 보여준 집념의 연속골이 절실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 독일전에서 한국 축구 최초의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손 로드‘를 일단 따라야 희망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2연패를 당한 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격침한 ’카잔의 기적‘은 16강 티켓을 따내지 못한 유종의 미였다.

이번 포르투갈전은 피날레가 아니라 기적의 스타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규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진짜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모든 선수들이 모든 것을 불살라서 열심히 하겠다“며 ”믿고 응원해주시면 실망스럽지 않은 경기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이다.

조규성이 후회 없는 골 사냥에 집중력을 높이다 보면 한국축구 월드컵 통산 최다골(3골, 박지성·안정환·손흥민)과 홍명보, 안정환, 이정수, 손흥민이 1994, 2002, 2010, 2018년 차례로 기록한 단일대회 최다골(2골)까지도 경신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더 환한 미소로 빛나는 ’혓바닥‘ 골 뒤풀이를 향후 해외 명문클럽 진출로 빅리그에서도 화려하게 빛내는 기회를 찾기 위해서라도 집념의 연속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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