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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메시 GOAT...'계속 나아가는 마음' 끝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리'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2.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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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2000년 국제축구연맹(FIFA)은 ‘FIFA 20세기 최고의 선수’에 축구황제 펠레(브라질)와 축구천재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를 공동 선정했다. FIFA 월드컵이 탄생한 이후 70년 동안 축구 ‘GOAT’(역대 최고의 선수·The Greatest Of All Time)를 뽑기 어려웠기에 고심 끝에 쌍웅을 꼽은 것이다.

그해 열세살 소년 리오넬 메시는 청운의 꿈을 안고 유럽으로 건너온다. 뉴웰스 올드 보이스에서 ‘제2의 마라도나’의 잠재력을 발견한 FC바르셀로나가 메시가 앓던 희귀병 성장호르몬결핍증(GHD) 치료까지 책임지겠다며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불렀고, 이 아르헨티나 신성은 유럽축구의 스타 산실에서 월드클래스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그 웅혼한 도전 22년 만에 메시는 평생 꿈꿔왔던 월드컵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FIFA 공인 역대 최고선수 듀오의 명성을 뛰어넘었다. 외신들은 메시가 2022 카타르 FIFA 월드컵 챔피언으로 화려한 커리어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면서 “GOAT 논쟁은 끝났다"고 이구동성으로 평가하고 나섰다.

메시가 19일 자신의 두 번째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한 뒤 시상대에 오르며 트로피에 입 맞추는 메시. [사진=AFP/연합뉴스]
메시가 19일 자신의 두 번째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한 뒤 시상대에 오르며 트로피에 입 맞추는 메시. [사진=AFP/연합뉴스]

20년 넘게 각종 클럽 대회와 ’알비셀레스테' 저지를 입고 누빈 대표팀의 메이저 경연장에서 따낼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수집하고도 무관으로 남아 있던 월드컵에서 ‘4전5기’ 트로피를 치켜들면서 화려한 대관식으로 살아있는 축구지존의 명성을 드높인 ‘축구의 신’이다.

메시는 19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와 연장 혈투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2로 승리,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어려운 조국에 자신의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바쳤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마라도나가 원맨쇼로 1986년 정상 정복을 이끈 지 36년 만에 통산 세 번째(1978년 포함) 우승을 이끈 캡틴 메시는 결승전 멀티골을 포함해 7골 3도움으로 골든볼(MVP)까지 품에 안았다.

금세기 들어 라이벌 클럽 경쟁, FIFA 올해의 선수, 발롱도르 수상 등에서 자신과 ‘당대 최고’ 경쟁을 펼쳤던 포르투갈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5개 월드컵 연속골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고도 8강에서 ‘4강 돌풍의 팀’ 모로코에 패해 눈물로 무관의 월드컵 무대를 떠난 뒤 그 ‘호-메 전쟁’은 ‘음-메 대결’로 옮겨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팀 최초의 2연속 우승을 노렸던 ‘레블뢰’ 프랑스 공격의 핵 킬리안 음바페와의 새로운 지존경쟁이었다. 1998년 프랑스가 월드컵 정상을 처음 정복했을 때 태어난 음바페는 56년 만에 결승서 해트트릭을 세운 킬러로 골든부트(득점왕·8골)까지 차지했지만 파리생제르맹의 대선배 앞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다.

메시가 연장 후반 3분 상대 수문장이 슛 리바운드에 대응해 자세를 채 갖추기 전에 오른발로 골문에 차넣은 슛은 그의 간절함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왼발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그의 슛은 웬만하면 왼발 적합도를 맞추느라 볼을 접는 등 슛 템포를 늦추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첫 우승 문턱에서는 정교함보다는 피시니 성공에만 온 힘을 쏟아냈다. 그 강인한 집념은 ‘11m의 잔인한 룰렛’까지 이겨낼 수 있었던 동력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에서 독일과 연장 사투 끝에 0-1로 분패해 첫 골든볼 수상에도 트로피 옆을 지날 때 침울한 표정을 지었던 메시. 8년 뒤 다시 개인상 시상 세리머니서 사상 최초의 두 번째 골든볼을 받아든 뒤 시상대에 놓인 트로피에 다가서더니 입맞춤한 것은 얼마나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컸는지는 보여주는 대목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월드컵 제패의 소원을 이룬 메시는 언론 인터뷰에서 "신이 내게 그것(우승)을 주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이것은 평생 원했던 트로피다. 너무 아릅답다. 이젠 즐길 때다”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레전드 펠레도 축하 인사를 보냈다. 대장암과 싸워오다 월드컵 기간에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했던 펠레는 SNS를 통해 “메시가 처음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것은 그의 축구 인생에 걸맞은 결과"라고 축하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축하하고, (2020년 11월 세상을 떠난) 디에고 마라도나도 (하늘나라에서) 미소 짓고 있을 것"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2022 월드컵 결승서 프랑스를 제치고 36년 만에 우승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이 시상대에서 환호하고 있다. 개최국 카타르의 군주(에미르)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가 수여한 검은색의 아랍 전통의상 '비시트'(bisht)를 두른 메시가 트로피를 치켜들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22 월드컵 결승서 프랑스를 제치고 36년 만에 우승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이 시상대에서 환호하고 있다. 개최국 카타르의 군주(에미르)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가 수여한 검은색의 아랍 전통의상 '비시트'(bisht)를 두른 메시가 트로피를 치켜들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간 월드컵 역사에서 최다 5회 우승국 브라질을 영원한 우승 후보로 끌어올린 전성기에 4차례 월드컵에 출전해 최다 3회(1958,1962,1970년) 우승을 이끌며 세계 축구사에 ‘뷰티풀 게임’을 불러와 원조 축구황제의 명성을 오랫동안 누려왔던 펠레. 1986년 월드컵서 ‘신의 손’ 핸드볼 논란에도 잉글랜드 선수 6명을 달고 질풍같은 드리블로 월드컵사에 길이 남을 솔로골을 폭발하는 등 보헤미안스타일의 골사냥으로 명성을 날렸고, 1990년 준우승 때도 그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의 압박축구를 불러왔던 마라도나.

메시의 화룡점정으로 이들 전설과 GOAT 논쟁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메시가 GOAT, 이젠 논란은 없다(블리처스포츠)”, “GOAT 논쟁은 더는 없다(골닷컴)” “디베이트 피니시(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메시가 두 레전드를 넘어선 것에 더 이상 이의를 달 일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시가 워낙 탁월한 볼 키핑과 유연한 드리블로 프리롤을 수행해낼 때 상대 협공을 빠져나가며 동료를 활용할 줄 아는 피치의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내는 데는 4번의 월드컵 실패가 필요했다. A매치 세계 최다 37연속 무패 문턱(25승11무)에서 이번 월드컵 첫 상대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패한 충격에도 원팀으로 강해지는 결속력을 만들어내는 메시의 리더십까지 만개했다는 점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스포츠 격언을 되새기게 한다.

스타의 솔로 플레이를 우선시하며 전력 비대칭성을 용인하다가 팀워크가 허물어져 좌절한 전례에 비춰볼 때 '협업의 가치' 재발견은 메시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15, 2016년 남미선수권인 코파 아메리카에서 연속 준우승에 그치자 “메시는 이제 떠나야 할 때”라는 팬들의 원성이 커지면서 메시는 번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월드컵은커녕 남미대륙도 제패하지 못하면서도 바르셀로나에서 유럽을 제패했던 스타의식이 자만감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에 자각한 메시는 징크스 탈출을 위해 주장으로서 팀에 녹아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마침내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동료 앙헬 디마리아의 결승골로 브라질을 꺾고 28년 만에 정상 포효을 하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메시와 이름이 같은 스칼로니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미선수권 제패 당시 메시가 중요한 것은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는데, "우리가 무언가를 이뤄내기 직전에 있다는 것을 예감했다"고 밝혔다.

언더독일수록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마음'이라고 결집해 이번에 12년 만의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과 닮은 듯 달랐다. 남미의 전통강호로선 메이저 무대에서 늘 부담감이 크지만 ’메시 보유국‘이라는 점에서는 반복되는 실패가 트라우마로까지 작용하면서 전진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기에 충격패로 출발한 카타르에서의 반전 성공에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의 유지가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읽힌다.

이날 프랑스와 결승서도 디마리아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메시가 선취골로 성공시켰고, 메시의 킬러패스가 도화선이 돼 디마리아의 추가골도 터졌다. 금세기 들어 올림픽(2008년)에 이어 월드컵까지 석권한 '유이'의 멤버가 이들 듀오다. 세계축구사에서 최초로 월드컵·올림픽·유럽챔피언스리그 석권, 발롱도르 수상을 이룬 메시는 “우리에겐 고통이 많았지만 결국 해냈다”고 원팀으로 역경을 이겨낸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메시의 월드컵 성적표 [그래픽=연합뉴스]
메시의 월드컵 성적표 [그래픽=연합뉴스]

월드컵 우승에도 배고프다는 메시다.

월드컵 최초로 단판승부로 이어지는 녹아웃 라운드에서 모두 골맛을 보는 등 7골 3도움을 보태 월드컵 개인 통산 13골 8도움으로 역대 최대 공격포인트(21개) 기록까지 세운 그이지만 ‘라스트 댄스’가 더 연장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역대 월드컵 최다 출전(26경기) 기록까지 경신한 메시는 “나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월드 챔피언으로서 경기 경험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메시가 뛰고 싶다면 다음 월드컵 때도 10번이 적힌 저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 스칼로니 감독은 월드컵 우승으로 정점에 달한 메시의 커리어로 볼 때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월드컵 대관식으로 이룰 것 다 이룬 메시가 하얀색과 하늘색 줄무늬로 강렬하게 물결치는 ‘알비셀레스테의 위용’을 지킬 구심점으로 얼마나 더 ‘라스트 탱고’를 미룰지, 서른다섯 나이는 아직 젊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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